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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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모자뜨기 담당자가 직접 다녀온 모자 배분 현장 이야기
캠페인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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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 세이브더칠드런에는 비밀스러운(?) 방이 생겼습니다. 후원자님들이 보내주신 작은 모자들로 꽉 채워지는 캠페인 사무실을 ‘모자방’이라고 부르곤 했거든요. 그곳에 가면 늘 반겨주던 한 분이 있었어요. 바로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 담당 임경은 대리입니다. 처음 만난 날 그녀에게 모자 뜨는 법을 배웠는데 어찌나 손이 빠르던지 직원이 아닌 뜨개질 전문 강사인 줄 알았을 정도였죠.


아쉽게도 모자 뜨기 캠페인은 지난 여름 뜨거운 열기와 함께 작별 인사를 고했어요.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신생아를 구하러 베트남으로 떠난 모자가 잘 도착해야 안심할 수 있는 것이 담당자의 마음. 마침 산 넘고 물 건너 모자가 잘 도착했는지 직접 보고 온 임경은 대리님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의 손 끝에서 만들어진 모자가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 컨테이너, 사다리차, 현수막까지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의 A to Z를 준비하고 맨 왼쪽 나무 그늘 뒤에서 살짝 등장한 임경은 대리 



모자방 터줏대감님 반갑습니다! 언제부터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을 담당하셨죠?

안녕하세요! 2018년의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 시즌 12부터 올해 마무리 된 시즌 15까지 총 네 시즌을 담당했습니다.



와, 시간이 참 빠르네요. 코가 나간 모자를 수선하거나, 커다란 모자 박스 옮기기 같은 모습 뒤에서 많은 일을 하셨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 하셨는지 궁금해요.

하하.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모자 보건사업을 잘 지원할 수 있도록 팀원들과 함께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매 시즌 사업 특성에 맞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더 많은 분들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시즌에 따라 업무의 비중은 조금씩 달랐지만 캠페인 서포터즈인 ‘모자세이버’나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지원하고, 특히 학교나 단체를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했어요.



▲ 임경은 대리의 손과 목소리가 등장한 시즌14 대바늘 모자뜨기 영상



많은 분들이 학교나 단체에서 함께 모자를 떠서 보내주셨던 게 기억나네요. 혹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캠페인을 담당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오래도록 남아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을 만나고 함께했던 일이 가장 기억납니다. 매 시즌 모자세이버와 함께 단체에 방문하여 교육을 진행했어요. 한참 추울 때 진행되는 캠페인인데도 교육만 가면 더울 정도로 참여자 분들의 열기가 대단했어요.육 대상은 초등학교부터 성인까지 다양했지만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아동이었는데, 흔히 아이들 집중력이 좋지 않다고 하잖아요? 수업하면 눈빛부터 달라지더라고요. 


사업 이야기와 권리 교육을 할 땐 예상하지 못한 질문들도 던지고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모자를 뜰 때는 작은 손으로 엄청 애써서 만드는데 그 모습이 참 귀하게 느껴졌고요. 만든 모자가 예쁘지 않거나 망한 것 같다고 슬퍼하다가도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온 마음을 다해 임하는게 느껴져서 그 시간을 같이 하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남녀노소 참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캠페인이네요. 많은 분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 했겠어요.

맞아요. 교육 마치고 돌아오면 모자방은 늘 사람으로 가득했는데요. 자원봉사자 분들이 모자 정리와 수선을 도와주고 계셨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캠페인을 위해 하나가 되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일들인 것 같아요. 캠페인을 더 잘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원동력도 되었고요. 시즌14-15는 코로나 여파로 진행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마침 모자가 전달된 베트남으로 출장을 다녀오셨어요. 캠페인을 담당하면서 마지막 시즌에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셨네요. 가기 전에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항상 캠페인 참여자 분들이 가장 궁금한 건, 모자가 잘 전달되는지, 잘 쓰이는지,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그래서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이 정말 잘 지켜지는지 인 것 같아요. 이런 궁금증은 저 역시도 같았어요. 보고서를 통해 글과 사진으로만 전달되는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습니다. 출장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나니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제 정체성과도 같았던 캠페인이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많았는데, 출장을 통해 더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했습니다.




▲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고원 지대의 마을로 향하는 길에 만난 비포장도로



이번에 모자가 전달된 지역은 어떤 곳인가요? 마을로 향하는 여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신생아살리기 캠페인 시즌15를 통해 알린 것과 같이, 사업장은 베트남의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흐몽(H’Mong)족이 거주하는 닥락성 이었는데 마을까지 가는 길은 이야기로 들은 것보다도 훨씬 열악했어요. 비포장도로가 많은 산 길이라 비가 조금만 와도 진흙이나 웅덩이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차량으로도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함께 방문했던 일행들 중 상당수가 이동하다 진흙에 발이 빠지기도 하고, 굽은 산 길에 멀미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차로 가도 힘든 길을 임산부가 적당한 이동수단 없이 보건 시설까지 가는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소수민족 주민들은 산 속에 넓게 퍼져 살고 있기 때문에, 보건 시설을 이용하려면 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보건시설에서 아이를 낳으려고 했지만 가는 도중 아이를 출산한 소수민족 산모도 계셨어요. 접근성 문제를 일상적으로 안고 있는 소수민족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의료진 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해 실습을 진행하는 보건 인력



직접 본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모자보건 사업은 어땠나요?

우선 지역, 마을 단위의 여러 보건 시설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의료진 역량강화 교육, 캥거루 케어, 시설 개선 등의 사업이 굉장히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알게 된 내용 중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저희가 사업을 진행하는 보건 시설의 경우, 시설과 프로그램 이용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세이브더칠드런과 바로 연결되는 핫라인이 여기저기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보건 시설 이용자를 단순히 사업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참여자로 대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눈으로 보고 나니 기대 이상으로 긍정적인 느낌이었어요.


사업 참여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이나 사례들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그동안 글로만 접했던 내용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상황도, 더 좋지 않은 상황들이 모두 있었는데, 직접 마주하고 나니 우리가 더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자를 전달 받은 아기가 엄마의 캥거루 케어를 받고 있다.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이 남아있네요. 정말 모자가 아동에게 전달이 되던가요?

지역 보건 시설에 방문하니 교육 공간 한 켠에 한국에서 보낸 모자 상자가 잘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실어 보낸 바로 그 모자 박스였죠! 보건 시설에서 태어나거나 치료를 받는 신생아와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자 분들이 꼼꼼하게 관리하고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신생아의 체온 유지, 캥거루 케어(KMC)를 시행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잘 사용되고 있었어요. 엄마와 캥거루 케어를 하고 있던 신생아에게 모자를 직접 씌워줬는데, 그렇게 작은 아기를 본 적이 없어 조심스러웠어요.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소수민족 임산부들은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보건 시설 이용 시 언어 장벽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전·후 검진을 받는 비율도 낮은데다 전통 방식의 가정 출산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신생아의 사망률이 베트남 평균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보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데, 보건 시설을 방문하면 모자를 나눠 줌으로써 시설 이용을 장려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의료진 분들이 하신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소수민족 산모들이 출산을 위해 보건 시설을 방문하면, 출산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들을 챙겨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보건 시설에서 급히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챙겨야 하는데, 이럴 때도 모자가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모자가 잘 사용된다는 것 만으로도 기뻤는데, 담당자로서 이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순간 참여자분들이 보내주셨던 모자들, 캠페인을 진행하며 경험한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치료받는 아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꼭 필요한 산모와 아이에게 모자가 전달된 것 같아요.

네, 시즌15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베트남 신생아도 도움이 필요한가요?’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주로 지원했던 것과 달리, 중위 소득 국가인 베트남에서도 사업이 필요한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베트남 전체의 평균적인 보건 관련 지표는 기존에 사업과 캠페인을 진행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소수민족의 경우에는 빈곤층이 많고, 언어 장벽, 민족 풍습, 접근성 등의 문제로 보건 시설 이용과 산전·후 검진을 받는 비율도 낮아요. 그래서 신생아 사망률과 같은 모자보건 관련 지표들이 국가 평균 대비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그동안 타 지역에서 모자보건 사업을 수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수민족 신생아와 산모들이 생존할 권리를 지키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많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마지막 한 아이까지도 살핀다고 하잖아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세이브더칠드런이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캠페인이 종료된 후, 앞으로의 신생아 살리기 사업은 어떻게 되나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은 시즌15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베트남 소수민족 신생아와 산모를 위한 모자보건 사업은 계속 진행될 예정입니다. 15년간 신생아살리기 캠페인을 통해 보내주신 많은 사랑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신생아와 산모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베트남에 전달된 시즌 15 빨간 모자의 여정 함께 하기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영상  강민구(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한 아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은 계속 됩니다.
지금, 긴급 의료지원이 필요한 신생아 살리기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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