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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고등학생이 만들었다고?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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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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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022 아동권리영화제 수상작을 봤을 때 어떤 영화가 아동 감독의 작품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모든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났는데요. 아동 감독과 성인 감독을 구분하지 않고 심사하는 아동권리영화제에서 어른들과의 쟁쟁한 경쟁을 뚫고 우수상을 받은 영화 <호루라기>가 바로 이재호 아동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호루라기에 담긴 의미까지, 이재호 감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래 인터뷰에는 영화 <호루라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수상을 받은 이재호 감독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영상제작과에 재학 중인 이재호라고 합니다.


원래 영화제작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초등학교 때부터 영상 편집하고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에는 학생회 홍보부장을 하면서 공지 영상을 만드는데 애들이 재미없어하는 거예요. ‘친구들이 공지 영상을 기다리게 하고 싶다,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 생각이 들어서 당시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패러디해서 영상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영상제작과를 추천해서 진학하게 됐어요.


우수상을 받은 이재호 감독의 영화 <호루라기> 포스터


<호루라기>가 처음으로 만든 단편영화라고 들었어요. 첫 작품으로 상을 받은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첫 연출이다 보니까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연습용 영화처럼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스태프들도 당당하게 내가 촬영한 영화라고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내고 싶었거든요. 영화 찍는 과정에서 부모님 도움받지 않고 저 혼자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서 제작 지원도 받고 크라우드 펀딩도 받았는데요. 다른 사람의 돈이 들어가니까 좀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많이 애쓰신 것 같은데 왜 운이 좋다고 생각하셨어요?

솔직히 저 말고도 영화 잘 찍는 친구들 많은데, 아동권리영화제 방향성과 <호루라기>의 방향성이 잘 맞았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저는 열심히 만들었지만요(웃음).


영화 <호루라기>의 한 장면. 주인공 지율과 우재 (왼쪽부터)


<호루라기>의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제가 중학생 때 어떤 친구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남들의 시선에 신경 써서 망설이다가 나중에 후회한 적이 있었는데요.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폭력에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싶었거든요. 두 주제를 같이 엮어나가면서 <호루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 제목도 호루라기이고, 두 주인공 모두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있어요. 감독님은 호루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으셨나요?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매체로 소통하는 아이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첫 장면에서 어떤 학생이 지율이를 치고 지나가잖아요. 그때 반사적으로 호루라기를 딱 들거든요. 불안할 때마다 찾는 호신용인 거죠. 우제는 아빠가 때리려고 할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면 경비아저씨가 와서 괜찮다고 참을만하다고 하거든요. 처음에 지율이랑 우제는 완전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지만 결국 둘이 호루라기를 쓰는 방식은 똑같잖아요. 호루라기를 통해 주인공간의 연대의식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영화 <호루라기>에서 가정폭력을 당한 우재를 지율이가 위로하는 장면


마지막에 지율이가 호루라기를 계속 불고, 우재는 나타나지 않잖아요. 우재는 어떤 상황일까요? 영화가 끝난 후 우재와 지율이는 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우재가 지율이 보라고 대놓고 대문에 호루라기를 걸고 갔잖아요. ‘나는 이제 이 호루라기 없이도 살 수 있어. 나는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야’라는 뜻을 담고 싶었어요. 지율이는 호루라기를 볼 때마다 우재를 생각하게 되었잖아요. 도움을 요청하는 다른 친구의 신호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는 사람이 된 거죠. 마지막 장면에서 우재는 지율이를 통해서, 지율이는 우재를 통해서 서로 한 단계씩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알아차려 줬으면 하는, 혹은 알려주고 싶은 영화 속 포인트나 장치가 있다면요?

우재가 항상 이어폰을 끼고 다니잖아요. 보통 이어폰은 시끄러운 상황에서 자기가 들으려는 소리를 좀 더 잘 듣기 위해서 끼는데, 우재는 아무 노래도 안 듣는데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있어요. 반면 지율이는 우재에게 이어폰을 빼라고 말하면서 붐마이크를 사용해서 우재한테 세상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우재에게 헤드셋으로 마이크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세상에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날카로운 소리만 있는 게 아니야. 내가 또 다른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줄게’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그래서 조금 더 과장해서 새 소리나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도 넣었습니다.


영화 <호루라기>에서 지율이가 우재에게 헤드셋으로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


온라인 상영관에 사람들이 남긴 영화 감상평 읽어보셨나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지율이는 달랐다’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지율이에게 실망한 우재가 ‘너 하나쯤은 다를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우재는 지율이가 다른 친구들이랑 똑같다고 생각했겠지만, 관객들에게는 뒤늦게라도 지율이가 우재를 찾으러 갔다는 점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감독으로서 아동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주변에 성인 배우를 섭외해서 성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친구들도 있는데요. 저는 제 나이에 제가 느끼는 점을 영화로 연출하는 게 지금만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솔직하고, 또 제가 가장 잘 얘기할 수 있고요. 영화 연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했던 부분이라든가, 가정폭력을 주제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부분을 담아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영화 <호루라기>를 연출한 이재호 감독


마지막 질문인데요. 아동권리영화제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제 또래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호루라기>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한창 영화를 찍을 무렵에 정인이 사건(양천구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뉴스에 나왔어요. 끔찍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나아진다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고요.

아동권리영화제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 건 영화라는 예술이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진입 장벽이 낮은 장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쉽게 접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보여주고 더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재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영화 <호루라기>를 다시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아동권리영화제의 영화를 보지 못하거나 주위 사람들과 다시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공동체 상영회를 모집합니다.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과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과 공동체 상영회를 직접 기획해보세요. 아동권리영화제 공동체 상영회가 궁금하신 분들은 movie@sc.or.kr로 연락 주세요. 2022 아동권리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아동권리를 지키는 여정은 계속됩니다.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황인철, 이재호,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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