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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에서도 ‘꿈’을 꿀 수 있나요? 기자가 되고 싶은 로힝야 소년

긴급구호 2019.08.22


미얀마에서의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의 국경을 넘은 로힝야 사람들이 콕스바자르(Cox’s Bazar)라는 지역에 난민 캠프를 형성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임시배움터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로힝야 아이들


2017년에만 약 74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살해당하거나, 강간, 고문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아동도 있습니다. 목숨을 건 탈출 끝에 이들을 반긴 것은 방글라데시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였습니다. 정글이었던 숲을 개간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 캠프가 되었습니다. 2017년 이전부터 도망 온 사람까지 합하면 약 1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 장마철인 몬순 시즌이 시작되면 사이클론과 홍수가 휩쓸어 버리는 곳.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 구호단체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곳. 납치와 인신매매의 위험 때문에 밤에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위험한 곳. 로힝야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하루하루 생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엔 언제나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기자를 꿈꾸는 토말


토말(Tomal, 가명)을 만난 곳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아동친화공간(CFS, Child Friendly Space)입니다. 탈출 과정에서 폭력을 목격한 아이들은 정신적인 충격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아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아동친화공간에서 놀면서 일상을 되찾아갑니다. 토말도 아동친화공간에 나오기 시작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토말은 2년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토말이에요. 전 14살이고 미얀마에서 왔어요. 처음 콕스 바자르에 왔을 땐 너무 무서웠어요. 여긴 나무가 정말 많은 정글이었거든요. 언제든 코끼리가 나타나서 우리 집을 부숴 버릴지 몰랐어요. 독이 있는 동물도 많고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정말 두려웠던 것 같아요. 초기에는 식량을 정기적으로 배급받지 못해서 제대로 먹을 수 없었어요. 저희 가족은 난민 캠프에 오기까지 이틀이 걸렸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너무 배가 고팠어요. 또 집에서 떠나올 때 옷을 가져오지 못해서 힘들었어요.”



 토말이 노트에 쓴 문장.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토말은 아동친화공간에서 매일 시간을 보냅니다. 심지어 자발적 아동친화공간 홍보대사가 돼서 길에서 노는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합니다.


“처음엔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친화공간이 있는지 몰랐어요. 하루는 지저분한 길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형이 와서 말을 걸었어요. 이런 곳에서 놀면 병에 걸릴 수 있다면서 아동친화공간에 오라고 말해줬어요. 거기선 새로운 것도 많이 배울 수 있고 똑똑해질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그 때부터 매일 나오기 시작했어요. 요즘에는 가게 앞에 멍하니 앉아서 아무것도 안하는 친구를 보면 아동친화공간을 소개해줘요. 바람이 잘 통하는 멋진 곳이라고 말해주죠”




 토말과 친구들이 아동친화공간에서 놀고 있다.


무엇을 배우냐는 질문에 신나서 답변을 이어갑니다.


“정말 많은 걸 배워요. 무엇보다 저를 보호할 수 있는 행동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손 씻는 법도 배우고요. 살면서 필요한 기술과 예절도 배우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배워요. 특히 아이들은 아직 배워가는 때니까 동생들에게 버릇없이 얘기하면 안된 댔어요. 어린이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배웠어요. 우리 같은 남자아이, 여자아이들이 18살이 되기 이전에 결혼하면 안된다는 것도 이젠 알아요.”


아이들이 아동친화공간에서 배우는 삶의 지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난민 캠프 곳곳에 스며듭니다. 아무래도 토말이 아동친화공간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양입니다. 토말은 이내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의 꿈을 털어놨습니다.



 집 안에서 신문을 읽는 토말


“저는 나중에 커서 기자가 되고 싶어요. 우리 로힝야 말고 다른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에요. 기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주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전하는 것처럼 말이죠.”


기특하게도 토말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토말은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신문 조각을 갖고 있으면 꼭 보여달라고 해요. 길에 떨어진 신문지도 주웠어요. 또 사람들이 텐트 벽지로 신문지를 붙여 놓거든요, 저는 그걸 읽어요. 어쩌다 신문 하나를 얻게 되면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어요. 길에서 단숨에 읽을 때도 있고 바로 집으로 가져가기도 해요.


무슨 기사가 나왔을까, 왜 이런 기사가 쓰였을까 고민하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생각해 봐요. 신문에는 납치당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우리 미얀마 얘기도 나와요. 축구나 크리켓 같은 스포츠 기사도 있죠. 이 기사들을 지금 읽어두면 나중에 기자가 돼서 문체를 따라 쓸 수 있게 될 거에요.”



 신문을 읽으며 기사쓰기 연습을 하는 토말


토말은 난민이 된 로힝야 민족의 상황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현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희에 대해 알아야 해요. 저희는 난민이니까요. 방글라데시 정부가 없었다면 저희는 죽었을지도 몰라요. 또 국제 사회가 로힝야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죽음 외엔 선택지가 없어요. 이 난민캠프에서 죽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저희에겐 기자가 필요해요.”


요즘 토말의 제일 큰 걱정은 계속해서 공부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15-24세의 로힝야 아동과 청소년 중 오직 7%만 교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93%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이후 방치됩니다.



  "저는 어른이 되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로힝야 아동 자넷(가명, 12살)을 인터뷰하고 있는 토말.


“이곳에 오면서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했어요. 저희 삼촌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위를 갖고 있어요.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교육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배제돼선 안 된다고 했어요.


제 또래 친구들은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식과 생각을 갖춰야 해요. 더 많은 교육을 받을수록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어요. 로힝야 아이들도 교육을 받아 각자의 삶에서 뭔가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행복 할거에요.”


토말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로힝야 아이들도 인류의 모든 아동이 가진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보장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폭력 행위의 책임자를 규명하는 한편, 다시는 국제법을 어기지 않도록 지켜봐야 합니다. 또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토말과 같은 50만 명의 로힝야 아동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실질적 지원을 이어가야 합니다.



매년 여름 방글라데시의 장마철인 몬순 시기가 되면 홍수와 사이클론의 위기가 도사립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해주는 집은 대나무와 방수포로 만든 텐트입니다. 하수 처리시설과 전기 공급은 극도로 제한적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환경 속에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심각한 호흡기감염이나 설사병과 같은 질병에 취약해집니다. 적절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아이가 설사병에 걸리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콕스바자르에서 활발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약 2,000명 이상의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아동보호, 교육 접근, 보건영양, 식수위생 서비스, 식량배급 등 로힝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로힝야 아동 10명 중 6명은 보호 지원이 필요한 아동입니다. 착취, 다양한 형태의 학대, 아동노동 및 아동 결혼에 쉽사리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약 24,800명이 사례관리 서비스와 같은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 중 6,000명은 부모님이나 보호자가 없습니다. 여러 구호단체의 협업과 후원자님들의 도움에도 이 아이들 중 절반만이 사례관리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90개의 아동친화공간와 여아친화공간(GFS, Girl Friendly Space)를 세우고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50,000명의 아동이 안전한 장소에서 마음껏 놀고, 회복해 다시 아이다운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또한, 마을 지도자들과 인식개선 시간을 마련해 납치, 아동 노동 및 아동 결혼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신지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