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엄마가 수빈이(가명)를 맡기고 연락이 끊긴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수빈이를 정성껏 키웠습니다. 할아버지는 수빈이의 연필도 하나하나 직접 깎아 주시고 공부도 가르쳐 주실 정도로 수빈이를 애지중지 키우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할아버지마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수빈이 곁에는 아픈 할머니만 남았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 수빈이(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대역을 사용했습니다. 단, 주거환경은 수빈의 실제 집을 촬영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근무하셨거든요. 할아버지가 70만원씩 벌어왔는데 그게 끊기니까 수급비로 둘이 살아야 하는 거죠.”

경제적인 어려움에 더해 할머니는 심한 허리디스크로 매끼 수빈이의 식사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매주 2회,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도시락과 밀키트를 보내 수빈이가 끼니를 거르지 않을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나 혼자만 있으면 김치에다 밥이랑 대충 먹었을 텐데 손녀딸은 그렇게 해줄 수 없잖아요. 수빈이가 워낙 가리지 않고 잘 먹기도 한데, 좋은 음식들로 보내주셔서 잘 먹었어요. 이제는 허리도 많이 좋아졌어요. 그때 잘 먹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아동 가정에 지원된 밀키트와 도시락 반찬

세이브더칠드런은 식사 외에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수빈이의 삶 전반을 살폈습니다. 너무 낡아서 빛이 바랜 수빈이의 방 벽지를 교체하고 수빈이의 침대와 책상을 새로 마련해 수빈이만의 공간을 꾸려줬습니다. 할머니 침대에서 자던 수빈이는 자기 방이 생겨서 너무 좋아했다고 합니다. 

“다들 사랑을 많이 주셔서 그게 참 좋았어요. 나한테도 이런 날이 있구나 싶기도 했고요. 뭐가 필요한지 물어봐 주시고요. 수빈이는 자기 침대 생기고 진짜 펄쩍펄쩍 뛰었어요. 좋아서.”

▲(왼쪽)낡은 수빈이의 침대 (오른쪽) 새로 바꾼 수빈이의 침대와 이불

하지만 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수빈이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여전히 크게 느껴집니다. “엊그제 국수를 삶아서 비빔국수를 해줬어요. 수빈이가 딱 한 젓가락 먹더니 울어요.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물어보니 할아버지 생각나서 우는 거예요. 나도 할아버지가 보고싶죠. 수빈이 돌보는 것도 전에는 둘이 하다 혼자 해야 하니까 쉽지 않고.”

식사 지원 이후에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양육코칭시범사업으로 수빈이의 가정을 살피고 있습니다.혼자 손녀를 양육해야 하는 부담을 덜고 양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도록 양육플래너가 매달 2회 정도 가정에 방문해 할머니와 수빈이를 만나고 각각 상담을 진행합니다. 할머니는 수빈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볼 수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양육코칭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활동을 한 수빈이 할머니의 손그림

“지금 제가 80하나예요. 지금 선생님들은 얼마나들 더 잘 아세요. 내가 이제 그걸 물어보죠. 이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하면 그걸 가르쳐 주세요. 이제 수빈이가 학교 갔다 와 가지고 자기가 뭐 부족한 거 있으면 짜증스럽게 얘기한다 뭐 한다 하면은 그런 걸 일러주세요.”

할머니는 수빈이를 혼자 키우는 일이 너무 어렵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후원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저는 이런 걸 처음 받아봤어요. 엄마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라도 잘 자랄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니, 수빈이가 인복이 많은가보다 싶어요.  작은 거 하나 다 돈 주고 산 거고, 성의껏 마음을 써주신 거니까 남은 반찬은 볶아서 먹고 그랬어요. 너무 너무 감사해요.”

※수빈이를 포함한 전국 아동 식사지원 내역

※식사지원 외 수빈이의 삶 전반을 살펴 지원한 내역

글  한국화(후원서비스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