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196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 바바라 해상에서 300만 갤런 이상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져 수많은 해양 동식물이 폐사하고 해양 생태계가 파괴됐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1970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이 제정됐습니다. 그리고 53년이 지난 2023년 서울. 지구기후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위해 어셈블위크가 열렸습니다.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의 창단멤버로 참여한 20명의 아이들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게 된 요즘, 아이들은 지구기후와 어떻게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우리 아이들의 밤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습니다. 도시의 빛이 별을 지웠고, 우리는 자연을 잊어갔습니다. 그 사이 가뭄과 홍수, 폭염과 한파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기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태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지구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활동 중단을 선언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자, 지구기후팬클럽으로서 모였습니다. 팬클럽 이름인 어셈블은 '지구를 위해 모였다(Earth + Assemble)'는 의미로 아이들이 직접 지었습니다.
아이들은 올 1월부터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기후위기 속 태어난 아동이 기후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시대에 건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김동아, 김진선, 박한별, 여찬흔 등 작가 네 분이 멘토가 되어 아이들과 팀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7일, 어셈블의 공식 출범 행사인 어셈블위크를 맞아 아이들이 창작한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 멀리 있는 지구, 가까이 있는 쓰레기(Our Planet, our trash)/ 배소민, 성예진, 이은조/ 혼합 매체(아크릴, 생활 속 쓰레기) 2023
▲ 과거를 밝히다, 미래를 밝히다(Recycle to light it up)/ 배소민, 성예진, 이은조/ 혼합매체(아크릴, 생활 속 쓰레기) 2023
전시장 가운데 지구가 떠 있습니다. 아쇼카 스페이스 전시장 중앙에 놓인 작품입니다. 지구인 조형물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겨지고 찢긴 종이와 플라스틱 조각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땅 위에 핀 꽃 같기도, 바다의 파도 같기도, 구름 같기도 한 종이 쓰레기는 지구가 되었습니다. 쓰레기 지구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은 바로 기후위기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 자신입니다. "지구에 관심을 가질수록 문제를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잖아요. 작품을 보는 모두가 지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페트병을 모아 조명으로 만든 작품은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우리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지구 환경을 파괴했고 결국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고 있지만, 지구의 밝은 미래 역시 우리가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관객들 마음속에 전해집니다.
▲ 미래는 로딩 중/ 박이솔, 전은비, 최연우, 최은빈, 홍윤아/ Pigment print 2023
전시장 한 벽면을 채운 그림은 동화 속 '엄지 공주'와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모티브입니다. 높고 푸른 나무 위로 여러 발짝이 지나가고, 나무는 찢기고 구멍이 난 듯합니다. 그 옆으로 회색빛의 빌딩 도시가 우뚝 서 있지만, 알록달록한 꽃들 사이에 소녀가 피어나는 모습은 동화의 한 장면 같더군요. 작품에 참여한 아동들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불가능할 것 같은 기적을 이루는 것처럼, 기후위기에 태어난 20~21세기의 우리들도 기적을 만들어내자는 의미를 담았다. 아이가 바라보고 있는 별은 우리의 희망인 긍정적인 미래를 뜻한다. 작품명이 '미래는 로딩 중'인 것처럼, 미래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우리의 오늘이 내일을 만들기 때문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행동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비록 현실은 삭막한 콘크리트의 빌딩일지라도, 반짝이는 별처럼 반짝이는 미래를 위해 행동하겠다는 아이들의 의지가 돋보입니다.
▲ 어셈블의 24시/ 김민아, 김지윤, 박주원, 이영서, 이나영, 조수빈/ 휴대폰 및 카메라 영상 촬영 2023
▲ 기후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김민아, 김지윤, 박주원, 이영서, 이나영, 조수빈/ 휴대폰 및 카메라 영상 촬영 2023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촬영, 편집한 브이로그가 눈에 띕니다. 평범한 학생인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점심을 먹고 학원에 가는 일상 속에서 어셈블 회원으로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기운이 곧 활기를 얻은 지구의 모습 같더군요. 또 다른 영상은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기후위기에 대한 시선을 인터뷰로 담았습니다. 아동∙청소년이 느끼는 기후위기와 성인이 느끼는 기후위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세대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전 세대가 함께 연대해 지구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아티스트인 지구의 기후를 지킬 수 있다고 외칩니다.
▲ 지구, 숨쉬는 문장들/ 임지민, 조아영, 최서연, 허윤나, 황민혁/ Digital Print 2023
별이 보이지 않는 도시, 우리를 잠식한 쓰레기, 서로 다른 고통을 지닌 채 자라는 아이들. 보이지 않지만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가 문장으로 눈 앞에 성큼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지구와 문장이 함께 숨 쉬고 있고, 관객들 역시 문장 속에서 지구의 숨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기후위기에 무관심한 것이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 기후위기로 인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이 겪는 서로 다른 고통의 무게는 무엇인지, 실질적 실천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어셈블위크는 서울 종로구 소재의 아쇼카 스페이스에서 4월 22일 지구의 날까지 열립니다. 지난해 9월부터 어셈블로 활동한 아이들은 말합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모였어요. 혼자서 기후위기를 걱정하다 보면 막막하고 무력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우리가 함께 모여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나누고 목소리를 내면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이번에 개최한 전시도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고 실천을 향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셈블위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아티스트인 지구의 팬이 되길 바라요."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 히스토리]
📍 2022년 9월 지구기후팬클럽 창단멤버 20인 선정
ㅣ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 이름과 로고 만들며 활동 시작
📍 2022년 10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앞서 기후 위기에 대한 아동의 목소리를 입장문에 담아 정부 대표단에 전달
👉🏻 연합뉴스 기사 읽기 "기후위기 당사자 목소리 들어달라"…아동들, 외교부 찾아 호소
📍 2022년 12월 언론사 칼럼 기고
👉🏻 한겨레신문 기고 읽기 "더는 방치할 수 없는 기후위기 논의…아동·청소년에 더 많은 참여 기회를"
📍 2023년 3월 세이브더칠드런 x CBS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특집 강연
📢 세바시 1641회 '우리가 지구를 대하는 색다른 방식' 👉🏻 세바시 영상 보기
📢 세바시 1643회 '시 쓰기 어려워진 이유' 👉🏻 세바시 영상 보기
📍 2023년 4월 어셈블위크 '기후위기 속에서 태어나다' 개최
🌏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 👉🏻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아동∙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 멤버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어셈블이 되어주세요!
취재.글 나상민 (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