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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모학교 토크 콘서트 후기] 최재천, 김누리, 장동선 등 전문가가 말하는 우리의 미래 교육은?
국내사업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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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챗GPT가 화제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 내용을 기반으로 문장을 조합해내는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입니다. 보고서는 물론 선거 유세, 대학교 과제조차도 챗GPT가 등장했습니다. 저도 챗GPT에게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어보았는데요, 아래와 같은 답을 얻기까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챗GPT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창의성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의 교육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강화하고 기술을 활용한 교육 접근성과 포용적인 교육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챗GPT는 스스로 답했듯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문장을 만들어낼 뿐 가치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은 새로운 초·중등 교육 시스템인 '교육 4.0(Education 4.0)'을 발표했습니다. 교육 4.0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개별화되고 자기 주도적이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포괄적인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도 단편적인 지식 습득보다 학습한 내용을 삶의 맥락에서 적용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중요시하고 있죠.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식 전달 중심의 학습 형태로 아동의 다양한 역량을 계발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동권리 관점에서 교육의 목적을 상기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육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모모모학교 토크 콘서트'가 지난 3월 23일과 28일, 4월 3일 세 차례에 걸쳐 열렸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와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장동선 교수를 비롯해 김진경 전 국가교육회의 의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이중 최재천, 김누리, 장동선 교수의 강연을 나눔이야기를 통해 소개하려 합니다.





[미래사회 대비 교육과정과 창조적 인간]


"기적을 믿으시나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는 기적과 믿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도 아닌, 금광이 곳곳에 묻혀 있지도 않은 좁은 땅덩이. 불과 반세기 전에 세계 전쟁사에서 참혹한 전쟁 중 하나인 한국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다는 말이었죠.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열공(열심히 공부)'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오로지 '공부 머리'로 여기까지 온 것이죠. 하지만 제 4차 산업혁명 전문가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교육 체계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2~30년 전의 불공정한 교육 제도 속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 덕에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우리 선배들이 겪어왔던 그대로 우리가 밀고 나가면 2-30년 후 필요한 인재를 못 길러낸다. 그렇다면 결론은? 우리는 뻔히 알면서 아무 대책을 안 세우고 있을까 답답하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 교수의 연구실에는 "선생님, 이거 제가 지난 주말에 잡은 건데요" 하며 책상 위에 딱정벌레, 사슴벌레 등을 풀어놓는 어린 친구들이 자주 드나든다고 합니다. 상담을 온 부모님들은 "아이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매일 사슴벌레만 갖고 노네요. 애가 밥이나 먹을지 걱정이에요"라며 한숨을 쉬면, 최 교수는 "부모님께서는 제가 굶은 것으로 보이나요?"라고 되물으며 "뭐가 걱정이세요, 제가 어렸을 때 딱 저랬는데"라고 대답한다는데요. 기가 막히게 창의적일 수 있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놓으면 다 똑같은 아이로 키워내는 것이 안타깝다며, 교육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2022-07-05 [조선에듀] 똑같은 공부는 그만…"즐기는 공부해야 합니다" 👉 📰 기사 읽기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은 '지식의 반감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피터 드러커의 말이었습니다. 지식은 계속 빠르게 변하는데, 100세 인생에서 20대 때 배운 것을 80대에 써먹을 수 없다는 거죠. 이런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통섭형 인재'라고 합니다. 한 우물을 파는 인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곁눈질하며 다양한 소양을 갖춘 사람이 살아남는 세상인 거죠. 


최 교수는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 결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토론'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상하게 토론하라고 하면 늘 논쟁하고, 언쟁으로 끝이 납니다. 그것은 우리가 교육 과정에서 토론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 과정에 토론이 정착하면, 깊게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숙론'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책을 함께 읽는 것이며, 교육 제도를 담당하는 정부가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학교 교육과 미래지향적 역할]


한편,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기관명처럼, 지금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교육도 좋지만 불행한 우리의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예전 프랑스 르몽드 신문사에서 한국의 교육을 집중 취재한 후 '한국의 아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다. 왜냐하면 한국 교육은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고통을 주는 교육이기 때문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합니다. 아동 우울증, 청소년 자살률, 행복지수 등 많은 지표들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불행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해 행복한 유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돌려줘야, 이들이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2016-8-07 [한겨레신문] 세상읽기/ 교육혁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 기사 읽기 




KDI(한국개발연구원)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경쟁이 심한 나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 대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등학교 시절이 여러분들에게 무엇인가'에 대해 한국 학생 81%가 전쟁터라고 답했다는 거죠. 김누리 교수는 모든 것을 점수로 통제하는 강박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는 창의력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모든 것을 점수로 통제하는 강박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창의력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자기 교육'과 '자기 결정'이 필요합니다자기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에 대해선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앞서 강연한 최재천 교수와 함께 김 교수 역시 아이들의 사유가 한국 교육의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대학 입시를 기계가 채점 한다는 것은 정답이 정해져 있음을 뜻하며, 이러한 문제는 인간보다 컴퓨터가 잘 풉니다. 즉, 이러한 교육을 잘 받은 아이는 컴퓨터일 뿐이죠. 김 교수는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후진 컴퓨터를 만드는 것인가요?"



2020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있었던 난민 시위 사례는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에서 화제가 나 1만 5천 명의 난민이 곤경에 처합니다. 여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독일 정부가 2천 7백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독일 40개의 도시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일부가 아닌 모두를 수용해야 하며, 인간 존엄에 맞는 주거지를 제공하라는 시위를 한 것이죠. 독일은 끔찍한 20세기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그리고 가장 성숙한 시민을 길러낸 나라입니다. 이러한 교육의 핵심은 1970년에 있었던 교육 개혁입니다. 학교 교육에 등수와 석차를 없애고, 대학 입시도 없앴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은 90%가 통과하며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경쟁 시키지 않으니 아이들이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성장한 것이죠. 


"이제 우리는 경쟁의 교육을 넘어 새로운 연대의 교육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능력주의 교육을 넘어서서 이제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존귀한 존재로 여기는 존엄 교육, 디그노크라시(Dignocracy)의 교육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





[뇌 과학으로 보는 올바른 미래교육]


"우리는 왜 뇌를 가지고 있을까요?"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장동선 교수는 뇌를 가진 존재는 생명체 중 동물이며, 뇌를 가지지 않는 존재와의 큰 차이점은 유전자가 하지 못하는 것을 뇌가 해준다고 답합니다. 세상이 바뀌어서 타고난 유전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한다면 멸종합니다. 하지만 뇌를 가진 존재는 변화를 학습하고 살아있는 동안에 자신을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기에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한 것은 학습입니다. 뇌는 학습을 통해 불확실한 세상을 믿고 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주지만, 이 모델의 업데이트는 교육을 통해 진행됩니다. 교육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으로, 즉 가르치고 배우는 주체가 모두 사람입니다. 


생명체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넘어가면 주변의 다른 개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유연한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아지와 침팬지와 같은 생명체는 놀면서 몸으로 학습하는 것이 많습니다. 놀지 못하게 한 개체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져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렇기에 많이 경험해본 것이 동물의 세계에서는 무언가를 배움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매우 다를까요? 장 교수는 실제로 중고등학교 이후 학습에 잘하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아이들은 중학교 이전에 잘 놀았던 아이들이라는 연구들이 있다는 점을 짚어봅니다. 뇌를 발달 시키는 것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세상의 정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 [유튜브] 장동선의 궁금한 뇌 '놀 줄 아는 사람이 공부도 잘하는 과학적인 이유!'  👉 🎬 영상 보기 




유전자를 통한 진화는 굉장히 늦으며, 문화의 진화 속도는 몇 만 배 이상 빠릅니다. 인간의 뇌는 구석기 시대 호모사피엔스 때부터 현대의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까지 0.1%도 진화하지 않았지만, 문명이 발달한 이유는 '연결의 힘'이라고 설명합니다. 뇌와 뇌가 연결됨으로써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인간의 집단 지성이 인류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이것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교육이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뇌과학자의 시선입니다. 


"가까운 거리 안에 사람이 있을 때 뇌의 학습 능력이 올라간다. 세상이 바뀌고 온라인 활용이 늘면서 내가 어떤 뉴스를 볼지, SNS에서 어떤 친구 추천이 올라올지, 인간과 인간의 연결을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연결해주고 정해준다. 챗GPT도 몇 달 만에 몇 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데, 내가 다 공부할 수 없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대신 공부해 주는 일종의 도서관 사서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본다.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뇌는 이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바뀐다. 우리가 변화하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전자계산기, 챗GPT 같은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 미래를 바꿀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인공지능과 미래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이들 간에, 지역 간에 격차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인공지능 혜택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연대하고 도울 수 있는 연결 '커뮤니티'라고 합니다. 아이가 어떻게 말을 걸고, 다른 지식을 가진 아이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거죠. 장 교수는 행복의 필수 요소로 자율성, 유능감, 연결감을 꼽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세 가지가 있을까요? 실제 교육 시스템 안에서 이런 것들을 충분히 주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하겠죠. 어떤 미래 기술이 나오든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떠한 미래 예측도 불가능하지만, 아이들이 그 미래를 실제로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마지막 말씀이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범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참가자는 교사의 꿈을 가졌을 때는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했으나, 막상 대학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 교사가 교육을 바꾸지 못한다는 벽에 부딪힌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김누리 교수는 55만 명의 교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인 집단으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사회를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여러 질의응답이 오가던 중 제 시선을 끈 참가자는 강원도 고성에서 13살, 7살 두 아이 함께 토크 콘서트에 온 부부였습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아이들의 교육에 크게 관심이 있진 않아요. 교육적 목표는 따로 없지만, 아이들이 직접 경험을 해봤으면 해요. 무조건 해보고, 반복하라고 강조합니다. 아이들이 꼭 무언가가 되기 보단, 아무나 되어도 행복한 나라가 되길 바라요"라고 전했습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미래 교육은 사람이 중심인, 아동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교육이었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일반 논평 제1호 ‘교육의 목적’에선 “교육은 반드시 모든 아동의 필수적인 삶의 기술에 대한 학습 보장 및 어떠한 아동도 삶에서 마주칠 것으로 예상하는 도전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진짜 목적임을 잊어선 안 되겠죠.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모모모학교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모두 모여라! 몸, 마음, 머리가 함께 크는 교육’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동의 균형적 발달을 위한 학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교육 과정 및 물리적 여건의 개선을 위한 서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 캠페인 페이지 바로 가기  https://momomoschool.sc.or.kr/



취재.글 나상민 (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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