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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 부모가 결정한 죽음, 한 아이의 이야기 - 이남규, 김수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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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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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갑니다. 분명 장례식장을 나서는 것 같은데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이 가족의 발걸음은 즐거워 보입니다. 그리고 곧 지하철을 탑니다. 아이를 가운데 두고 앉아 있는 엄마,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지옥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엄마, 아빠는 알 수 없는 힘으로 끌려나가듯 문밖으로 빠져나갑니다. 혼자 남은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5화의 한 장면


지옥에 도착한 부모는 간절하게 아이를 찾습니다. 이 부모는 왜 지옥에 오게 된 걸까요? 자신들은 누구를 살인한 적도 없고 나쁜 짓도 하나 한 적 없다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다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두 사람에게 지옥의 관리자는 생전 아이의 마지막 말을 번역기로 들려줍니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5화의 한 장면. 부모에게 아이의 마지막 말을 번역기로 들려주고 있다.


“우리, 하늘나라에 가서 거기서는 셋이 행복하게 살자.” “아가, 우리 하늘나라에서 만나.” 

엄마 아빠, 나 살고 싶어요. 난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아이 목소리를 들은 부모는 할 말을 잃고 흐느낍니다. 그리고 염라대왕은 부모를 그대로 지옥불에 내던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갈합니다.

“착각들 하지. 내가 낳았다고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야. 거쳐왔을 뿐 독립된 인격체야. 타인이다, 이 말이야!”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5화의 한 장면. 염라대왕이 자녀를 살해 후 자살한 부모를 꾸짖고 있다.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5화에 나온 장면입니다. 짧지만, 자녀살해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를 집필한 이남규, 김수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장면을 쓰게 되었을까요? 어떤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인생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작가 이남규, 김수진 작가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와 어떤 심정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는지,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자녀살해 후 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남규 작가 아이를 죽이고, 부모도 사망한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요. 뉴스에도 많이 나왔었고요. 그때가 막 우리 딸 낳았을 때쯤이었거든요. 솔직히 그때는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순전히 부모의 입장이었죠. 그런데 살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었어요. 특히 이전 작품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였는데,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아이들 얘기도 있었거든요.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구속된 존재가 아니라 독립된 사람이구나 싶었죠. 한 개인인 거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좀 더 얘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공동집필한 이남규 작가


드라마에서 아이의 옹알이가 번역기로 들려지는 부분이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런 표현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남규 작가 살아남은 부모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서 이런 선택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드라마적인 장치에서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아이가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게 가장 파장이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진 작가 모르는 사람을 같이 데리고 죽는다고 하면 너무 큰 범죄잖아요. 그런데 가족이라는 이유,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작이 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범죄들과 똑같이 다뤄져야 하고, 같은 기준에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심각하게 봐야 할 수도 있죠.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드라마라는 매체가 오히려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드라마는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쉬운 콘텐츠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공동집필한 김수진 작가


번역기로 나온 아이의 대사(“엄마 아빠, 나 살고싶어요. 난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도 고민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남규 작가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처음에는 긴 얘기들도 담았었는데, 결국은 살아가지 못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다, 죽고 싶지 않다는 게 가장 핵심적인 얘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가장 단순한 게 그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길게도 했다가, 아예 대사를 없애기도 했다가, 느낌만 주는 걸로 바꿨다가 그래도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훨씬 낫지 않나 싶어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김수진 작가 어떤 회차는 이남규 작가님이 초고를 쓰고, 어떤 회차는 제가 쓰는데요. 제일 처음에  ‘엄마 아빠 살고 싶어요’라고 임팩트 있는 대사가 와서 수정하는데, 저도 처음에는 아기의 말로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라 거기에 뭐도 보고 싶고, 어디도 가 보고 싶고 이런 걸 썼다가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말이 길지 않아도 되고 우리가 전달하려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더라고요. ‘이 아이가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 물어봤나요?’하는 그 메시지요. 아무도 묻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간결하게 메시지가 나간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공동집필한 (왼쪽부터) 이남규 작가, 김수진 작가


기사나 유튜브 댓글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요. 혹시 주변에서 들었던 피드백이나 인상 깊었던 댓글이 있었나요?

👨이남규 작가 사실 댓글을 잘 안 봐서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댓글은 상처거든요(웃음). 다만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이 한번 돌아보면 좋겠고, 조금 더 제도적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고 나서 안타까워하지 말고요. 물론 고민할 지점들이 많이 있지만요.

👩김수진 작가 저도 댓글은 보지 않는 편이고, 주변에서도 친한 사람들은 그냥 잘 봤다고 말해서 직접적으로 얘기를 들은 건 거의 없었는데요. 제가 사실 세이브더칠드런을 후원한 지 꽤 됐거든요. 그런데 시청자분들만 보시는 게 아니라 이렇게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 주신 게 작가 입장에서 굉장히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저희의 시선이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게 많아서요. 사회적 시선에서 어긋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단체에서 저희가 쓴 부분에 대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주시는 게 정말 좋았어요.


아이들을 위해 어떤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남규 작가 내 아이가 부담이 아닌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요즘도 기적을 느끼고 싶으면 아이를 낳으라고 얘기하거든요.(웃음). 키워봐서 알잖아요. 인생이 180도로 완전히 바뀐 게 아이를 낳은 후예요. 그리고 그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저는 기적 같은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기적 같은 아이가 축복인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김수진 작가 세이브더칠드런처럼 아이들을 위하는 단체가 없어져도 될 만큼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당장 축복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걱정이 먼저 따라오게 되는 게 일반적인 것 같아요. 또 방송에서도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 부담을 느낄만한 요소들이 더 많이 나오고, 그게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거나, 아니면 아이를 염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이런 문제들의 바탕에는, 출산이나 육아를 개인의 문제로만 두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또 국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도적인 변화도 필요하고, 방송이나 미디어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같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기획  권리옹호사업부문   글  한국화(후원서비스부문)   사진  김흥구 작가 / 세이브더칠드런 , JTBC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 캡쳐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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