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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아동보호를 위한 교과서, CPMS 국문본 발간회
긴급구호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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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쟁, 식량위기, 기후 재난은 전보다 더 다양하고, 더 강도 높은 형태의 아동보호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위기는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 그 중에서도 아동의 삶에 특히 더 큰 영향을 줍니다.




이 아동은 아프리카 대륙 남단의 모잠비크에 사는 에머슨입니다. 지난 2021년, 에머슨이 살던 카보 델가도 지역에 고강도의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에머슨은 겨우 8살에 주 양육자이자 가장 가까운 보호자인 부모님을 잃고, 눈앞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고스란히 보며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얻게 됩니다.


당시 모잠비크의 많은 아이들이 에머슨처럼 위기에 노출됐습니다. 폭력, 가족과의 분리, 교육의 중단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서비스 같은 필수 생활 서비스도 이용이 어려웠죠. 더 나아가 강제 노동, 무장 세력과의 접촉, 여아들의 경우 조혼처럼 더 큰 착취 위기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인도적지원 시 아동보호 활동’은 에머슨과 같은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재난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동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한 발달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이죠. 에머슨이 겪을 수 있는 모든 형태의 학대, 방임, 착취, 폭력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이 인도적지원 시 아동보호 활동입니다. 세계 최대의 아동권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가장 전문성을 확보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수십, 수백 개의 NGO가 각자의 전문 영역에 맞춰 인도적지원을 제공합니다. 이때, 아동은 특히 취약한 환경에 놓이는 만큼 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아동보호 활동을 진행하는 주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커져갔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인공, ‘인도적지원 시 아동보호를 위한 최소 기준(Child Protection Minimum Standards, 이하 CPMS)’가 탄생하게 됩니다. 아동을 둘러싼 폭넓은 전문 지식과 현장 실무자들의 노력이 집대성된 결과물인 이 책은 2012년 첫 발행 이래 아동보호 분야의 전문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2012년판에 이어 2019년 개정판도 번역하여 인도적지원과 아동보호 및 복지 관련 국내 실무자, 학계, 정부 기관 등에 이를 알리고 확산하고자 이번 발간회를 개최했습니다.


📍 CPMS 국문본 발간회 녹화 영상 바로가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정태영 총장과 CPMS 원본 발간 기관의 환영사로 발간회가 시작됐습니다. 이어서 책을 소개하는 세션을 통해 출간 배경을 알린 뒤 함께 책을 넘겨보며 사용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책 표지 옆에 추가한 퍼즐 그림을 활용하면 CPMS의 주요 내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자리를 감싸고 있는 10개의 퍼즐은 CPMS를 관통하는 10가지 원칙을 나타내며, 가운데 위치한 4개의 기둥은 아동보호 활동을 위해 준수돼야 하는 기준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의 아동보호 수석 고문 페트릿 소프야니씨와 함께 실제 분쟁 현장에서 CPMS가 활용된 예를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보호자 미동반 혹은 보호자 분리 아동 사례를 통해 그 과정에서 아동이 겪는 보호 위험과 이를 CPMS의 어느 지점과 연결해 볼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았습니다.


한국 월드비전의 국제구호/취약지역팀 권정화 팀장과는 자연 재해 속 CPMS 적용 사례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중심으로 아동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이뤄진 아동보호 활동과, CPMS 가이드라인을 기관의 전략과 프레임워크에 적용하는 방안까지 생생한 사례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인도적지원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인도적위기 속 아동보호를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했습니다.


 




KCOC 인도적지원부 이경주 부장

“우리가 인도적위기 상황에서 만나는 아동들은 전쟁, 자연재해 등 굉장히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아동들이 계속해서 긴장된 상황에 놓이면 신체적, 심리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인도적위기 상황에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우리 안에 있지 않으면 아동을 보호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PMS같은 최소 기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CPMS에 담긴 여러 섹터와 연결된 활동 부분은 각 기관의 활동이 얼마나 핵심적인지, 정부 당국이나 의사 결정자와 소통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근간과 논리를 제공합니다. 국제기구, 피해 당사국 정부, 동료 활동가 혹은 기금을 지원하는 기관 등 인도적 행위자들간에 공통적인 언어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신소연 정책관

아동보호의 법적 근거는 국제 인도법, 국제 인권법 등 여러 국제법과 수많은 유엔 결의안 그리고 정치적 약속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폭력으로 필수 서비스가 중단되면 아동이 성인보다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경우 폭발물로 인한 피해나, 갑자기 피난을 떠나는 상황에서 아동과 가족이 헤어지는 등 일반적인 전쟁과는 다른 양상으로 피해가 만연합니다.


현재 가자지구는 출생률이 높고 젊은 인구가 많아 아동의 피해가 크고, 아동은 성인과는 다른 생활 패턴을 갖고 있어 피해의 종류도 다릅니다. 여자 아이들은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남자 아이들은 전투원으로 인식되기 쉬운 탓에 때문에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IRCR는 무엇보다 아동보호를 각 국의 정치적 우선순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KOICA 다자협력 인도적지원실 정유아 실장

“코이카는 정부의 원조 자금을 전달하는 기관으로서 직접 사업을 하기 보다는 다양한 파트너를 통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트너 기관들의) 비즈니스 모델 안에 핵심 활동과 원칙이 담겼는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만한지 확인하고 성과를 기록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코이카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코이카의 직원들이 각 영역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트너 기관들이 연구를 통해 낸 좋은 지침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CPMS라는 좋은 자료를 공공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판을 번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 튀르키예 지진에 대응한 한국 우정마을 사업을 진행하면서 긴급한 교육과 놀이 공간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사업에 대해 인지했다면, CPMS를 읽고 난 뒤에는 아동은 마을이 키워야 한다는 커뮤니티(공동체)적 관점까지 아우른 원칙으로 와 닿았습니다. 


또한, 자연재해로 마을이 통째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 보건, 생계지원 등 여러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데 그 각각의 영역에 아동의 관점이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나눔이야기] 한국-튀르키예 우정 마을 개촌식 현장을 찾다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선숙 교수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갔을 때, 마치 이제부터는 정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어떻게 돌봄과 배움의 공백을 채울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에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대응에 인권을 기반한 접근을 시작한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난의 전 과정에서 아동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증진할 것인지 정책적 공백이 큽니다.


인도적지원에서 아동보호 최소 기준(CPMS)은 재난 정책을 세울 때 인권에 기반한 획기적인 관점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이전에는 온정과 시혜에 기반해 재난 이후의 지원을 한정했다면, 지금은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전 단계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전체적 관점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특히 재난 상황에 놓인 피해자는 권리 주체로서 적극 참여해 자신의 요구를 발언할 수 있고 협의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번 이 책은 재난의 상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아동보호를 위해 기억하고 사회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보여주는 기준선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첫 발간 때부터 개정판이 나온 지금까지 아동 보호 전문화에 크게 기여하고 활동의 질을 향상 시키는데 도움이 되어 온 CPMS가 재난 속 아동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한 발달을 증진하는 데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또 CPMS를 인도적 지원 현장 안팎에서 다양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아동이 재난 속에서도 안전하고 온전히 보호받을 때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인도적 지원 시 아동 보호를 위한 최소기준(CPMS) 개정판 국문본 다운로드



이승현(국제사업부문)  정리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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