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계 최대의 장애 당사자 국제컨퍼런스인 ‘세계장애인대회’가 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부산 BEXCO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내아동권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컨퍼런스 세션 운영기관으로 참가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구촌 대전환, 그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전 세계 46개국에서 총 2천여 명이 참가했는데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세션이 예정된 10일에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예정된 행사를 온라인 웨비나로 전환하여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경 소식에도 총 142명의 참가자가 웨비나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장애아동 당사자 및 국내외 전문가와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의 주요 내용 핵심 내용을 3가지 키워드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맨 왼쪽 위 끝부터 시계방향으로)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 류지우 아동,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김기룡 교수, 유니세프 뉴욕본부 고팔 미트라 글로벌 리드,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미옥 교수
중첩된 취약성 - ‘장애’와 ‘아동’, 복지 체계의 경계선에 선 대상
아동권리협약 제23조와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인권조약에서는 장애아동에 대한 특별한 보상과 지원을 국가가 무상으로, 우선적으로 제공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장애아동은 아동이면서 장애인인 이중 지위를 갖고 있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전북대 김미옥 교수는 “아동복지체계 내에서는 장애 아동이기 때문에 뒷전으로, 장애인복지체계 내에서는 장애인이지만 주류에 있는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또 뒷전으로. 그래서 장애아동은 항상 어떤 경계에 서있는 대상으로 아동복지와 장애인복지 전달체계 내의 1차적인 대상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있다고 본다.”고 현실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국내의 등록 장애아동 수는 94,752명입니다(통계청 자료). 이는 같은 해 전체 등록장애인 약 265만명의 3.5%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수가 적기에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위한 수요 조사조차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정책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않기에 기본적인 권리 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놓여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장애아동의 현실 - ‘권리’를 중심으로
유니세프의 장애아동 글로벌 데이터 보고서(🔗참고링크)에는 전 세계 아동 10명 중 1명, 약 2억 4,100만 명의 아동이 장애를 갖고 있으며 장애아동의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명확한 숫자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전체 아동과 비교하면 장애 아동은 성장 저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34% 높고, 심각한 체벌을 경험할 가능성이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의 현황은 어떨까요?
▲ <장애 아동의 안녕을 위한 데이터 활용 글로벌 보고서> 유니세프
먼저 장애아동 보호권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는 “장애 아동의 인구 대비 학대 발생 비율은 비장애 아동보다 약 2.5배에서 4.4배 높다”며, 그뿐만 아니라 장애 아동이 학대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학대 상황을 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가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고 언급했습니다.
장애아동의 발달권과 관련해서는 장애아동 당사자가 현실의 상황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는데요. 독일에서 태어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다 한국에 온 류지우 아동은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매일 차를 타고 20분을 달려가야 하는 학교에 간다.”며 집 근처에 가까운 학교가 있으면서도 갈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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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모두 함께 놀았습니다.
다양한 친구들이 함께 있으면
나 혼자만 장애가 있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만
따로 모아서 교육을 시키지 말고,
장애가 심한 사람들이라고
따로 모아서 살게 하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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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우 아동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변치섭 아동은 “장애가 있는 저와 같은 친구들이 게임도 하고, 뛰어놀 수 있는 키즈카페 같은 공간과 놀이 기구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놀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못한 장애아동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통합과 포용 –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보호대상에서 권리의 주체로!”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이번 세션의 제목이었는데요.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발표는 장애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사회에서 장애아동의 목소리를 더 듣고,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모아졌습니다. 중부대학교 김기룡 교수는 “제가 진행했던 연구에서도 국내 장애아동의 기본권리 중에 참여권이 가장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애아동이)자신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할 때 자기 생각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언급했습니다. 유니세프의 발표에서도 장애아동을 위한 글로벌 전략과 프로그램의 우선순위는 ‘장애 포용 정책’에 기반을 두며, 장애아동의 완전하고 유의미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본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얼마 전 EBS가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에서는 처음으로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동 별이를 등장시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이해와 존중' 그리고 '통합교육'의 가치를 이어나가고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러한 사회 문화적 변화의 흐름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은 더딘 속도일지 몰라도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은 어제보다는 오늘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EBS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 캐릭터 첫 등장" - 조선일보
세이브더칠드런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속도를 정책이 따라잡지 못해 발생하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아동의 ‘놀권리’보장을 위해 통합놀이터 설치, 관련 법 개정 촉구 활동 진행을 비롯하여 장애아동 놀이교사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발달장애·느린 학습자 아동이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맞춤형 권리교육 콘텐츠를 제작하여 현장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발달장애·느린학습자 아동권리교육과 아동 참여 프로젝트 블로그
▲ 발달장애·느린 학습자 아동이 아동권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아동권리교육 컨텐츠 <권리를 지켜요>, <권리가 있어요>
장애아동의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개선을 넘어 사회통합을 향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이예진(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