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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1년도 버티기 힘든 아동학대 담당 사회복지사
캠페인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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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을 위한 체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하고 다시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원 수가 부족하고, 예산 구조도 불안정합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더 심각한데요. 아동학대를 다루는 최전선에서는 실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세이브더칠드런 산하시설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임진 팀장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클릭해서 읽어보세요)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 임진 팀장

팀장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임진이라고 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업무는 신고접수 후 아동학대 현장을 조사하는 업무와 아동학대 사례 가정을 관리하는 업무로 나뉘는데요. 예전에 두 업무가 분화되기 전에는 현장조사와 사례관리 업무를 모두 했고, 지금은 사례관리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족한 상황부터 짚어보려고 합니다. 「아동복지법」에는 전국 각 시군구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 현황은 어떤가요? 

전국에 229개의 시군구 중 71곳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어요. 채 50%도 안 되는 거죠. 복지관이라든가 건강가정증진센터처럼 일반적인 사회복지 시설은 시군구에 적어도 하나씩 있는데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기관인데도 관할 시에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열악한 상황입니다.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만 해도 부천시와 김포시 두 곳을 담당하고 있어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하나도 없는 지역이 있군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2개 지역 이상을 관리할 때 생기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천시에 있는데요. 김포시까지 같이 관리하다 보니까 이동시간이 길어서 어려움이 있어요.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해서 조치해야 하는데, 이동시간만 한 시간 이상 걸리니까 빠르게 대응할 수 없어요. 사례관리를 위해 김포에 있는 가정을 방문할 때는 길에서만 3시간을 버립니다. 심리치료나 교육을 받으러 김포에서 오시는 분들도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 이상이 걸리니까 잘 안 오시고요. 그러면 김포지역은 방문형 상담교육을 연계할 수밖에 없는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서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부천시랑 김포시가 맞닿아 있지만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확실히 어려움이 있겠네요.

게다가 김포지역의 특성을 부천지역만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정에서 다시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서 학대 행위가 일어난다면 근로나 취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복지관이나 통합사례관리기관을 연계하는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저희가 속해 있는 부천시보다는 김포시에 대한 정보가 적어서 효율적으로 지역 자원을 연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각 지역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어서 지역 특성에 맞게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지역별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필요한 이유가 또 있을까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을 때 지역사회가 아동학대를 인지하는 게 확실히 다르거든요. 예전에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천과 김포뿐만 아니라 광명과 시흥까지 관할했는데, 그 당시에는 시흥과 광명에서 신고 건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광명이랑 시흥에 새롭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생기니까 저희가 관리했을 때보다 신고 건수가 더 늘어났어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역 안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신고를 위해 홍보활동을 하고 아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역할도 하는 거죠.



아동보호전문기관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하는 상담원(사회복지사) 수도 부족하다고 알고 있어요.

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1인당 맡고 있는 사례가 엄청 많아요. 지역마다 신고 건수가 다른데, 신고 건수에 맞춰서 인력 배정이 고르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평균적으로 보면 서울은 상담원 1인당 43건, 인천은 143건, 저희 부천에서는 1인당 100건 정도 사례를 맡고 있어요. 전국 평균으로는 1인당 약 76건을 담당합니다. 진행 중인 사례와 사후관리 사례를 포함한 거예요. 100건이라는 건 이번 달에 만나야 하는 가정이 100가정이라는 거죠. 적정사례 수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적정사례 수가 몇 건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20가정이 적정 사례라고 생각해요. 아동이 안전한지 모니터링을 하려면 전화상담이 아니라 대면상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실적인 시간이 마련되지 않는 거예요. 질적인 사례관리는 단순히 모니터링만 하는 게 아니라 아동권리 교육을 하거나, 양육 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상담과 교육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 상담원이 100가정을 관리하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이렇게 할 시간이 안 되는 거예요. 지금은 하루에도 6가정씩 신속하게 다녀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업무가 너무 많으면 그만큼 금세 지칠 것 같은데요.

그것도 매우 큰 문제죠. 저희는 100가정에 관한 기록을 상세하게 다 남겨야 해요. 업무가 많기도 하지만 업무 자체의 어려움도 커요. 욕설이나 폭언을 듣기도 하고 학대 행위자가 안 만나주거나 거부할 때도 있습니다. 아동이 가정에서 안전하게 지내는지 만나보려고 해도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몰래 가서 만나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아서 내버려두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수가 없고, 나중에 아동이 학대로 사망하게 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책임이 돌아가요. 그러다 보니 아동의 안전을 위해 거부사례도 억지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중압감도 심하고, 계속 학대행위자와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도 상당해요. 열정으로 일하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상담원이 많아요.



상담원이 자주 바뀌면 사례관리에도 어려움이 생기지 않나요?

아동학대 사례가 워낙 다양하고 미묘한 차이가 크니까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경험을 해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론 교육을 받았어도 임상경험이 되게 중요해요. 경력자가 많을수록 사례관리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조금 더 쉽게 타개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업무가 워낙 힘드니까 현실적으로 오래 일하기 힘들어요. 담당자가 바뀌면 사례가정에서도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서비스가 연계되어야 할 시점을 놓치면 거부사례로 돌아서기도 해요. ‘그때 제대로 안 해주더니 지금 뜬금없이 왜 그래요?’ 하는 반응인 거죠. 새로운 담당자가 사례를 숙지하는 동안 사례관리에 공백이 생기기도 해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군요.

맞아요. 사례관리를 잘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월 1회 이상 직접 만나는 대면상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화상담보다는 직접 만났을 때 비언어적인 행동도 확인할 수 있어서요. 그리고 학교나 유치원, 다른 기관에 아동이 보여주는 모습을 확인하는 안전 모니터링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 내에서 학대행위자가 아동에게 “아동보호전문기관 선생님들 오면 다른 얘기 하면 안 돼”라고 하면, 저희를 만날 때는 아이가 늘 잘 지낸다고 해요. 하지만 가정 밖에서 아이들이 얘기하는 내용은 또 다를 수 있어서 학교나 복지관 같은 유관기관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관리하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상담원들이 고위험 사례에 위주로 대면상담과 유관기관 모니터링을 할 수밖에 없고 저위험 사례까지 심도있게 관리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인터뷰②] 학대피해아동 15%만 심리치료를 받는다고요?!  에서 이어집니다.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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