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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되겠다" - 정재승 앰배서더 인터뷰
사람들
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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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이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이자 융합인재학부 학부장인 정재승 교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이자 융합인재학부 학부장인 정재승 교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특히 정재승 홍보대사는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권리영화제에서 시네마 토크 패널로 참여하셨기에 더욱 뜻 깊은 인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8일 홍보대사 위촉식을 가진 정재승 홍보대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새로운 홍보대사로 위촉된 정재승 교수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습니다. 평소 비영리단체의 활동들을 보면 모두 선한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하고 계시는데요. 그렇다면 난 과학자로서 도울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후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기부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고, 또 더 많은 아동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지요. 그러던 차에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하면 너무 보람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오랜 후원자이자 세이브더칠드런의 ‘놀이터를 지켜라’라는 사업 초창기에 아동에게 좋은 놀이터란 무엇인지 함께 논의한 적 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레 더 큰 응원을 하게 됐습니다. 현 세대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나 스스로 권리를 내세우지 못하는 아동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학적인 요소들이 들어가면 보다 효과적인 기부나 나눔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흔히들 아이가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모습을 보고 측은지심에 마음이 흔들려 기부를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어쩌면 해맑고 귀여운, 환한 미소를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는 내가 기부한 돈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고 있을 때, 그 단체에 더 많은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최근 들어서는 뇌과학 분야에서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은 언제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를 깊이 탐구하게 됐고 덕분에 조금씩 그 답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걸 실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블록체인 같은 기술들 역시 기부자의 돈이 어디를 향해 어디를 거쳐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고, 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주어진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촉식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랜선위촉식에 참여한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랜선위촉식이 진행됐습니다. 위촉식에서 직원들이 댓글로 과학자의 관점에서의 나눔과 후원,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평소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선택을 하는가?'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로서 전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 과학 강연회를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연구분야가 의사결정입니다. 사람들이 의사결정(특히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득의 최대화’입니다.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나한테 어떤 이득이 오는가를 생각하는 것이죠. 이 관점에서 보면 기부라는 행위는 잘 설명이 안됩니다. 기부는 타인에게 이득이고 나에게는 오히려 손해이죠.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행동(기부)을 기꺼이 하는 것일까요? '돌아돌아 언젠가 나나 내 후손이 도움을 받겠지' 라는, 결국은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나와 무관한, 굉장히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우리 인간들은 기꺼이 하니까요. 뇌과학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애씁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기부하는 사람들의 뇌를 찍고, 기부하는 순간에 뇌에서는 어떤 방식의 의사결정이 일어나는지 포착하는 연구들이 진행됐습니다. 우리의 뇌는 남을 돕기 위한 영역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누군가가 잘 모르면 기꺼이 가르쳐주고 싶어하고 (이것을 ‘사회적 학습’이라고 부릅니다), 배고파 하면 내 음식을 나눠주고 싶어하도록 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서로 협력하는 뇌’가 우리 인간을 지구에서 아직까지 살아남게 한 원동력입니다.


사실은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도 약하죠. 우리 개인은 어쩌면 ‘만물의 영장’이 아닙니다. 무인도에 혼자 놔두면 다른 동물들은 다 살아남아도 인간은 매우 무기력하지요. 인간은 혼자 살아나가기에 굉장히 약한 동물입니다. 심지어 인간의 지능이 제일 높다고 하지만, 어린 영장류들과 비교해보면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릴라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의 지능이 더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바로 남이 잘 못하고 있을 때 가르쳐주고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이른바 ‘사회적 학습’입니다. 이런 능력 때문에 인간이 뭉치면 제일 강력한 사회를 만들고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거죠.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게 된 이유이기도 하겠죠.


나 개인의 이득을 위해서만 노력하지 않고 집단의 이득을 위해서 애쓰는 뇌를 굳이 따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세계 모든 이들의 뇌에 ‘기부 버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느라 이 버튼을 어디에 써야할지, 언제 눌러야 할지 잘 모를 뿐이죠. 이들의 기부 버튼을 눌러 기꺼이 기부하시게 하고 자신이 기부한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정확히 말씀드려서, 우리 모두가 더 큰 기쁨을 느꼈으면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오랜 후원자이기도 하신데, 인상깊은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이나 사업, 캠페인이 있으실까요?

위촉식에서 영상으로 소개된 저소득 조부모가정을 돕는 DREAM 사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아이만이 아니라 가정이 건강해야 합니다. 조부모가정의 경우, 양육자이자 보호자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건강해야 가정이 안정적이고, 그래야 내리 사랑, 그러니까 사랑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소득 조부모가정에 상황에 맞춰 지원을 하는 DREAM 캠페인에 각별히 관심이 가고, 영상을 보는 내내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위촉식에서 준비해주신 영상들을 보며 직원 분들을 직접 뵙지 못했지만 ‘환대의 열기’가 느껴져서 감동했는데요. 사업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실 때마다 ‘저건 내가 이렇게 도와드리면 좋겠네’, ‘이건 이렇게 도와야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머릿 속에 쏟아졌습니다. 이것은 진정 나를 환영하는 영상인가, 저로 하여금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영상인가 (웃음), 준비해주신 영상이 제 기부버튼을 눌러주셨습니다.



 나눔이야기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재승 홍보대사


어린 시절, 홍보대사님은 어떤 아이였나요?

저는 완전 장난꾸러기였어요. 수업시간에 농담으로 분위기를 흐려 다른 친구들이 공부를 못하게 했죠. 그래서 제가 공부를 안 하더라도 성적을 유지하는 놀라운 전략을 취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교수님 혼자 공부를 잘하신 것 아닌가요? 하하) 보통 수업 분위기를 흐리면 선생님께 혼이 나는데요, 여기서 혼나지 않으려면 선생님도 웃게 만들면 됩니다. 선생님이 웃으면 야단을 치지 않으니까요.(웃음) 그래서 저는 굉장히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또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 학교에 와서 친구들에게 매우 재미있게 영화를 소개하고, 아이들이 ‘이 영화 꼭 봐야지’ 싶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다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오면 저를 무지무지 원망했죠. 그런 재미로 학교를 다녔어요. 야구를 엄청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는 주로 야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120만 부 가까이 판매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인간탐구보고서> 등을 집필하셨고, 최근 TV프로그램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등 에 출연하며 대중과의 소통도 활발히 하고 계신데요. 평소에 아이들과 직접 마주할 기회도 많으실까요?

그럼요, 재작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뇌과학 책 ‘인간탐구보고서’를 6권째 내오고 있는데요.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하는지, 아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과학’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책을 기획하고 쓰게 됐습니다. 책이 출간되면 아이들이 싸인을 받으러 줄을 서곤 하는데요, 그 아이들은 저를 잘 모르겠지만,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대화 나누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아동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애들을 키울 때는 ‘아이가 태어나서 자랄 때 부모가 많이 애쓰지 않아도 원래 타고난 심성이 있어 잘 길러 주기만 하면 부모의 역할은 다 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들은 공부하라는 얘기도 별로 안 하고, 아이가 원래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관찰자처럼, 또 친구처럼 대하면서 키웠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회를 보면 이 정도의 보호, 그러니까 '이 안에서 마음껏 실패해도 돼', '실수해도 괜찮아'와 같은 울타리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 많은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말이죠. 그래서 아이들을 우리가 좀더 잘 보호해 ‘생존 가능한 존재’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좀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20년 전에 프랑스 역사가인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이란 책을 읽으며, ‘아동’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한 지 채 200년도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불과 300년 전만 하더라도 5-6세 아이들이 어른과 똑같이 밭에 나가 노동을 하고 어른들과 함께 담배를 폈다고 합니다. 아동복이 등장한 것도 겨우 150년 전이고요. 심지어 아이를 죽이는 것은 살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도 깁니다. 아동이 역사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세이브(Save)'가 단순이 아동을 기아로부터 벗어나 목숨을 살리는 것을 넘어, 아동이 건강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세이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재승 홍보대사의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증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세이브더칠드런의 홍보대사로서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시는지, 앞으로의 다짐을 들려주세요.

그 동안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하고 계시는 홍보대사분들이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더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잘 해오신 것 같아요. 저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지원하고, 또 후원자들이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 적극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분들이 ‘우리를 믿고’ 기부를 할테니까요. 여러 사업들을 살펴보며 하나씩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당장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의 빨간 염소부터 입양해야겠어요.(하하)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 정재승 홍보대사와 함께 아동 참여권 증진 활동과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 온라인에서의 아동 보호, 국제어린이마라톤, 아동권리영화제, 신생아살리기 캠페인 등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 정재승 홍보대사와 함께 아동 참여권 증진 활동과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 온라인에서의 아동 보호, 국제어린이마라톤, 아동권리영화제, 신생아살리기 캠페인 등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나상민(커뮤니케이션부)    취재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촬영,편집  신지은, 손은아(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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