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놀이터에 푹 빠진 어른들

국내사업 2020.12.21

일 년에 몇 번 놀이터를 가시나요? 아이와 같이 가는 게 아니라면 집 근처에 놀이터가 있어도 스윽 지나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기, 아이를 키우지는 않는데도 놀이터에 푹 빠진 어른들이 있습니다. 시소도, 그네도 타지 않으면서 놀이터에 가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놀이터에 100번 간 김선주 선생님

안산 시립 루시어린이집 원장 김선주 선생님은 6개월간 놀이터에 100번 가까이 갔습니다. 한 달에 절반 이상은 놀이터를 방문한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놀이환경진단사업 시민조사원으로 참여해 놀이터와 주변 환경을 조사하고 진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놀이환경진단사업은 아동과 시민이 지역 내 공공 어린이공원 현황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상황에 맞는 놀이환경 개선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왼쪽부터)비대면 화상 행사로 인터뷰에 참여한 김선주 선생님, 선생님이 직접 작성한 활동 다짐서


어떻게 참여하시게 됐나요?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보니 놀이터에 관심이 많아요. 올해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많이 가지 못했는데요. 이런 시기에 놀이환경을 진단해서,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더 좋은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놀이환경진단에서 시민조사원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지역사회 안에 어떤 놀이터가 있는지 안내를 받고 놀이터를 신청합니다. 놀이터를 배정받으면 다섯 번 이상 놀이터에 가서 환경과 관리, 안전, 청결, 놀이기구 상태 등을 점검하고, 진단한 체크리스트와 자료를 세이브더칠드런에 보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몇 개 놀이터를 조사하셨어요?

처음에는 출퇴근하면서 자주 보는 놀이터 세 군데를 신청해서 조사했어요. 그러고 나서 안산에 제가 모르는 좋은 놀이터도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조금 더 놀이터를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몇 개씩 더 신청하다 보니까 열일곱 개의 놀이터에 갔습니다. 그중에 몇 군데 놀이터는 같은 시간대에만 가서, 혹시 제가 잘못 진단한 게 있을까 봐 휴일이나 다른 시간대에 몇 번 더 가서 확인했어요.


거의 100번 가까이 놀이터에 가신 거네요! 이렇게 열심히 참여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날마다 아이들과 함께 일과를 보내다 보니까, 아이들 놀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특히 놀이터는 아이들이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잖아요. 놀이터를 조사하다 보니까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놀이터가 다 비슷하고, 똑같은 놀이기구로 이루어져 있어요. 열심히 참여해서 놀이터가 좋아진다면 저희 아이들 놀 곳이 많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참여했습니다.


놀이환경을 진단할 때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조사원이 함께 참여하는 게 어떤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동네 사람들, 아이들에게 집 근처는 생활의 터전이잖아요. 놀이터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실제로 놀이터에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놀이환경을 진단하면서 내가 사는 동네나 지역에 대한 애착도 저절로 생기는 것 같고요. 


놀이환경진단에 참여하신 소감을 듣고 싶어요.

먼저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 네 군데에서 놀이환경을 진단한다고 하는데, 제가 사는 지역이 그중 하나여서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에요. 놀이환경진단 질문지와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놀이터와 놀이환경에 대해 많이 배우고, 놀이터의 중요성을 더 분명하게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놀이터에 더 많이 갔어요” 김소영 주무관

동작구 아동청소년과에서 일하는 김소영 주무관은 올해 동작구 놀이터 30여곳을 다녔습니다.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잘 놀지 않아서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놀이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놀이환경진단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지역에도 놀이환경진단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며 놀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작구 놀이환경진단사업 담당자 워크숍에 참여한 김소영 주무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 동작구 아동청소년과 아동정책팀에 근무하는 김소영이라고 합니다. 동작구청이 아동 보육에 관심이 많아 여러 사업을 추진하다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 권리가 중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지면서 놀이환경진단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놀이나 놀이터에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고, 조카도 없고, 친구들도 미혼이라서요(웃음). 사업을 맡게 된 후 주변 놀이터를 한번씩 방문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놀이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놀이환경진단 사업을 하시면서 새롭게 알게 되신 게 있나요?

처음에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있을까 싶었어요. 특히 서울이잖아요. 동작구 가까이에 놀이동산도 있고요. 그런데 의외로 놀이터에 가는 아동이 많더라고요. 아이들에게는 일상에서 쉽게 놀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구청에서 만들어놓은 시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른한테도 노는 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아이들한테도 당연히 노는 게 중요한데, 어른들이 그걸 많이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편하게 가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공놀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어요.


동작구의 놀이환경진단 결과는 어떤가요?

놀이터를 여러 군데 다녀봤는데, 특색있는 놀이터가 없고 다 비슷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없겠구나 싶었는데, 조사 결과도 놀이성이 부족하다고 나왔어요. 놀이터 가는 길까지 안전성도 부족하다고 나왔고요. 놀이터 시설 전체를 개선하지는 못하더라도, 놀이터 안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하고, 놀이터마다 테마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놀이터 가는 길을 안전하게 바꾸고요.


놀이환경진단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올해 처음 동작구에 아동청소년과가 생기면서 아동이 주체가 되도록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놀이환경진단사업을 하면서 정책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을 고려하고, 아동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다른 지역에서도 놀이환경진단에 참여하면 좋겠어요. 막연하게 ‘놀이터 중요하지’ ‘이런 놀이시설 있으면 애들 좋아할 거야’ 하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진단 결과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놀이터를 조성하거나, 개선사업을 할 때 주민들과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체감하는 만족도가 달라질 거라고 봐요.


아이들에게 놀이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놀이가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인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놀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놀이환경진단사업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놀이환경진단도구 개발에 함께한 씨프로그램 신혜미 매니저

지자체와 시민, 아동 외에도 세이브더칠드런 놀이환경진단사업에 또 다른 숨은 조력자가 있습니다. 놀이환경진단도구를 개발하고 후원한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C Program)입니다. 씨프로그램은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미션으로 놀이를 위한 플레이펀드와 배움을 위한 러닝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동이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경험하는 제3의 공간을 만들고 확산하는 씨프로그램의 신혜미 매니저를 만나 놀이환경진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의왕시 놀이환경진단사업 담당자 워크숍에 참여한 신혜미 매니저


세이브더칠드런과 인연이 오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씨프로그램은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2015년 중랑구의 폐쇄된 놀이터 두 곳을 리모델링하면서 세이브더칠드런과 협업을 시작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아이들의 일상적인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하고, 아이들을 최우선에 두고 공간을 설계할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기뻤어요.


어떻게 놀이환경진단도구를 개발하게 되었나요?

2017~2018년에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군산시의 놀이터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요. 군산시 놀이터를 직접 조사하면서 놀이터를 새로 지어도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폐허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새로 한두 개 짓는다고 오래 쓸 수 있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군산시에서 관리하는 놀이터 전체를 조사하고, 개선점이 뭐가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전문가와 함께 놀이환경진단도구를 개발했습니다.


놀이환경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우선 전문 조사원이 놀이터에 가서 놀이기구가 고장이 나지 않았는지, 칠이 벗겨진 데는 없는지 등 진단문항에 따라 기초적인 조사를 합니다. 그다음에는 시민 조사원과 아동이 놀이터를 진단합니다. 전문 조사원이 보지 못한 부분들, 그 동네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밤에는 놀이터와 그 주변의 분위기가 어떤지, 실제 안전한지에 관한 것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거든요. 참여한 시민들이 놀이터에 관심을 갖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놀이환경진단 결과는 어떻게 사용되나요?

올해는 경기도 의왕시와 안산시, 서울 동작구, 광주 북구 이렇게 네 개 지역이 참여했는데요. 놀이환경진단사업에 참여한 지자체들이 진단결과를 받아보면,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전체 놀이터를 리모델링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놀이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면 제초 작업이나 모래 소독 횟수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시설을 개선하지 않더라도 놀이터의 분위기를 바꾸는 여러 방법을 시도한 곳도 있었습니다.


놀이환경 진단에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당연하면서도 새로운 시도인 것 같아요.

놀이터 사용자가 아이들이라, 아이들의 의견을 진단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작년까지는 엄두를 못 냈어요. 어떻게 아이들이 진단문항을 이해할지, 실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질지 고민을 많이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이 놀이환경진단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아동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어요. 아동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기획하고 운영해 주셔서 놀이환경진단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22년까지 놀이환경진단문항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씨프로그램에서 업무 협약을 맺고, 후원도 해주셨다고 들었어요. 

더 많은 지자체가 놀이환경진단도구를 활용해서 체계적으로 놀이환경 개선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많은 지자체와과 협업하기에는 저희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단 이후에도 지자체가 어떻게 개선사업을 할지 아이디어를 얻고 지지를 받는 게 필요한데, 그 역할을 세이브더칠드런이 워낙 잘 해주고 있어서요. 놀이환경진단의 의도와 목적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지자체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이 사업을 해주시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놀이환경진단사업에 대한 기대를 말씀해주세요.

올해 코로나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온라인 활용해서 충분히 시민과 아동의 의견을 듣고 나눌 수 있도록 유연하게 진행한 게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지자체와 함께, 아동 중심적으로 이 사업을 이끌어갈 것이 기대가 됩니다. 지자체가 놀이환경과 관련한 물리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 외에도 정책적인 부분의 변화를 꾀할 때 세이브더칠드런이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