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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영화제 인터뷰① - 윤가은 감독] “아이를 대할 때도 어른을 대하는 마음으로”

캠페인 2019.10.28

아이들과 동료로 일하며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 ‘우리집’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입니다. 윤 감독은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유연해지는 자신을 느낄 때도 있고, 생각지 못한 것을 깨닫기도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는 윤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제5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누구보다 아동권리 실현에 앞장선 윤가은 감독을 만나봤습니다.




Q. 영화 ‘우리집’ 탄생 배경이 궁금해요.
A. 영화 ‘우리들’ 편집 끝내고 마음이 답답했어요. 제가 아이들이 끊임없이 싸우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를 만들었더라고요.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는 아이들이 가슴 아파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들’이 감정을 교류하는 아이들 얘기였다면 ‘우리집’에서는 몸을 움직이고 행동하는 아이들 얘기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Q. ‘우리집’을 촬영하면서 ‘어린이배우를 위한 촬영 수칙’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들었어요. 사실 세이브더칠드런에도 아동안전보호정책이라고 모든 직원뿐만 아니라 봉사자, 협력기관 관계자까지 아동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가 이런 수칙을 만들어 지켰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요. 이런 수칙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실은 저도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반성문처럼 쓴 거예요. 제가 2009년부터 어린이배우들과 영화 촬영을 하면서 ‘이런 점은 조심하자’, ‘어린이배우를 대할 땐 이렇게 하자’는 생각을 매번 하긴 했어요. 문제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영화 촬영장에서는 다짐한 걸 잊고 실수를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실수가 떠올라 미안해하고 괴로워하고. 근데 놀랍게도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스태프들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대요. ‘우리집’ 촬영 시작하면서 같은 실수 반복하며 괴로워하지 말고 까먹지 않게 적어 두기로 한 거예요. 영화 촬영장에 상주하는 스태프 외에도 하루, 이틀만 나와 도와주는 스태프와 배우들도 있거든요. 그분들에게도 작성한 촬영수칙을 나눠드렸어요. 어른들도 몰라서 실수하는 거거든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자’하는 생각으로 만든 거지만, 실은 부족한 게 많아서 수칙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부끄러워요. 계속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 이번에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만들기>캠페인 보고 놀랐어요. 대단한 거 같아요.



Q. 하나에게는 직접 요리해보고 레시피를 적어오라는 숙제를, 유미에게는 매주 상자를 만들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다고 들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도 놀이터나 지역아동센터를 짓기 전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기구를 그려보게 해요.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요. 감독님께서 어린이배우들에게 내 주신 숙제도 같은 이유인지요?
A. 전 아이들이 일상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어른들의 무관심 때문에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를 못 듣는 거죠.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맞아’라든가, ‘나 저 때 저랬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아이들은 복잡한 지식이나 경험으로 이것저것 재단하지 않으니 확실히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게 있어요.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자주 이야기 나누다 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그 시절을 사는 (어린이)배우들보다 제가 더 잘 알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해서 자꾸 묻고 들어요. 배우가 실제로 믿지 않는 것을 시키는 것만큼 바보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숙제 덕인지 모르겠지만, 하나와 유미가 요리하는 장면이나 상자 쌓는 장면을 촬영할 때 아니라고 생각한 부분은 ‘아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더라고요.



Q. 어린이배우들의 의견이 반영된 영화 장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그런 장면이 너무 많아서....... 하하하. (잠시 생각) 원래 계획한 장면 목표는 그대로 유지했어요. 예를 들면 종이집 쌓는 장면은 시나리오에 따라 계획대로 연출한 거예요. 다만 제가 배우들에게 ‘종이집을 부드럽게 쌓으면 좋겠어’라고 했는데 배우들이 씩씩하게 쌓는 모습이 더 좋아 보이고 장면 연출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그 모습을 장면에 그대로 담았어요. 디테일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영화 중간에 주인공 하나가 동네에서 만나 친해진 자매와 함께 오므라이스를 해 먹는 장면이 있는데 거긴 제가 디렉션을 거의 안 줬어요. ‘밥 먹기 전에 케첩으로 오므라이스에 그림을 그리자’라고만 했어요. 그 장면은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주고받는 걸 노련한 편집 감독님이 진짜 같은 순간들을 잘 캡처해 이야기로 만들어주신 거예요. 그렇게 (어린이)배우들의 의견에 따라 바뀐 장면들이 많아요. 배우들이 같이 물놀이를 한다던 지, 청소를 한다던 지, 어린이배우들이 오롯이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생각하면서 봐주시면 ‘아 저 아이 진짜 웃고 있구나’ ‘진짜 먹고 있구나’ 이렇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어린이배우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생긴 습관은 없나요? 예를 들면 어린이 배우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이야기한다던 지하는 거요.
A. 아, 그래서 요즘 제가 무릎이 아팠던 거군요. 하하하. 생각해본 적 없던 질문이긴 한데, 이런 건 있어요. 아이들을 대할 때 어른 대하는 거랑 똑같이 대할 때가 많아요. 초등학교 1학년이나 미취학 아동처럼 아주 어린 아이들을 대할 땐 언어를 바꾸는 거죠. 그 친구들의 언어로 바꾸는 거예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요. 이 아이가 어른이라도 ‘내가 지금 이렇게 대할까?’를 고민하면서요. 현장에서 저는 감독이고 아이들은 배우잖아요. 우린 동료거든요. (어린이)배우들에게 동료이자, 친구가 되어야 하는데 가끔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경우나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왜냐면 아이를 주체적인 존재로 본다고 해서 아이에게 모든 상황을 맡기는 건 아이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그 균형을 잘 맞추려면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져야 해요. 제대로 된 소통은 서로의 생각을 잘 말하고 잘 들어줄 때 가능한 거죠. 그때 ‘우리 좋은 이야기를 향해 가자’하고 감독과 배우가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오는 거 같아요.



Q. 어린이배우를 어른배우와 똑같은 마음으로 대한다는 감독님 말씀이 아동을 성인하고 동등한 인격체이며 주체로 바라보자는 주장으로 들려요.

A. 어렸을 때부터 제 또래가 나오는 영화를 보거나 성장 소설 읽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아주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속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실질적인 고민을 하던 아이들이었어요. 영화’ET(이티)’만 해도 부모의 이혼을 고민을 끌어안고 사는 아이들이 외계 생명체와 우정으로 외로움을 채워가고 외계 생명체를 구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일을 감행하는 아주 주체적인 이야기거든요. 근데 좀 안타까운 건 요즘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정의한 ‘아이들은 이럴 것이야’라는 모습들만 보여 준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데 아이가 아무 것도 몰랐다는 식으로 공포에 질려 으앙 울어버린다거나, ‘엄마 아빠 싸우지 마’하며 불현듯 끼어들어 싸움을 말리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안 그럴 거예요. 어린 아이라도 일단 눈치부터 볼 거고, 또 그 상황에서 아주 많이 고민하면서 나름의 소신대로 행동할 거예요. 나이에 따라 경험도 다르니 나이마다 그 반응도 다 다를 거고요. 어느 순간부터 왜 매체에서 그렇게 아이들을 다룰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동을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Q. 영화 ‘우리집’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메시지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요. 헤헤. 제가 영화 촬영 직전까지 시나리오로 고민할 때가 있었어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가족 문제고,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이야기를 나는 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촬영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가은 감독은 세상의 모든 하나(‘우리집’ 주인공)에게 괜찮다고 얘기해주고 싶은 건가?’ 이 말에 정말 큰 위로를 받아 촬영을 시작했어요. ‘왜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저도 어렸을 때 영화에서 저랑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거나,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누군가를 보면 위로가 됐거든요.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 ‘나 괜찮구나’ ‘앞으로도 괜찮아지겠지’ 하면서요. 제 영화도 혹시 비슷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힌 친구들이 봤을 때 ‘나 괜찮다’라고 ‘우리 가족도 괜찮다’라고 그리고 ‘이렇게 돼도 괜찮을 거다’라고 안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 영화<우리집>과 윤가은 감독이 궁금하다면 지금 둘러보세요!

▶ <제5회 아동권리영화제> 둘러보기

<네이버 가볼까>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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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림(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과 아동권리영화제]


1989년 유엔(UN)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주체로 명시하며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 등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96개국(2019년 기준)이 비준했습니다. 한 세기 오직 아동권리를 위해 일해 온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을 맞아 제5회 아동권리영화제와 함께 ‘아동의 목소리’를 통해 ‘아동권리’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1923년 세이브더칠드런 창립자인 에글렌타인 젭이 최초로 작성한 아동권리선언문은 1924년 국제연맹에서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으로 채택 이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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