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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요, 상처가 될 줄은”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촬영 현장 이야기
캠페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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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시선을 바로잡고자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를 선정했습니다. 상처 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아이들이 직접 그림으로 표현했는데요.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캠페인 촬영 현장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 물감 주세요.” “저는 파스텔 써도 돼요?” 한참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두리번거리던 아이들도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색칠을 열심히 하는 9살 지우(가명)에게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저랑 오빠랑 절반씩 있는 거예요.” 지우가 상처받는 말은 바로 ‘오빠 반만 닮아라’라고 합니다. 중학생인 오빠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때면 엄마한테 늘 이 말을 듣는다고요. 지우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오빠랑 저랑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7살 민호(가명)는 동생 민지(가명)의 손을 꼭 잡고 엄마가 인터뷰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민호는 카메라 앞에 엄마가 앉아있는 게 신기한지 눈을 크게 떴습니다. 민호가 그린 그림의 주제는 ‘이렇게 행동하면 엄마 아들 아니야’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슬픈 마음이 든다고요. 왜냐고 물어보니 망설이다가 배시시 웃으며 “엄마 아들 하고 싶어서요.” 라고 수줍게 대답했습니다. 코끝이 찡했습니다. 아무리 다정한 목소리로 훈계하더라도 엄마 아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은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나 봅니다. “그 말이 상처가 될 줄은...” 멀리서 이야기를 듣는 민호 어머니도 괜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씩 웃으며 속상했던 순간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이들의 한 마디가 어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처럼 바빠서, 화가 나서 무심코 내뱉는 어른들의 한 마디가 아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겠지요. 



그림을 보러 오신 부모님은 모두 처음에는 어떤 말에 아이가 상처받았을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민지(가명)어머니, 이정희 씨(가명)도 처음에는 그림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평소에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하려고 많이 노력하는데요.” 하지만 그림 뒷면에 민지가 적어놓은 말을 본 후 정희 씨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그 말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상처가 될 줄은 몰랐어요. 이 그림을 보니까 제가 하나 둘 숫자를 외칠 때마다 아이 마음이 어땠을지…” 민지가 상처받은 말은 ‘셋 셀 때까지 해’였습니다. 정희 씨는 다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림 속 화가 나서 뾰족한 눈이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아 결국 참았던 눈물이 가득 고이고 말았습니다. 바깥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민지에게 왜 그 말이 상처를 주는지 물어봤습니다. “엄마가 하나, 둘 숫자를 세기 시작하면 마음이 떨려요. 혼날까 봐요.”



8살 소미(가명)는 자기 이름 대신 ‘야!’라고 부르는 아빠의 말에, 6살 진하(가명)는 ‘이제 (장난감) 너 혼자 치워’라는 엄마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한숨과 나무라는 눈빛, 차가운 말투에도 아이들은 움츠러들었습니다. 벽에 걸린 아이들의 그림에는 어두운 배경에 울고 있는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그림을 보며 저의 어린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 같지만 상처받은 그 순간의 기억은 언제든 꺼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선생님, 저 물감 주세요.” “저는 그림 다 그렸어요!” 한참 조용하다가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도 다시 까르르 웃으며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슬픈 그림을 그리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밝은 표정의 아이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림 속 울고있는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이도 어른과 똑같이 상처받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의 그림이 계속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한 말이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생각한다면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말과 표정, 눈빛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어떻게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마디도 안할 수 있겠냐고, 너무 조심스러워서 부모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좌절할지도 모릅니다. 마음돌봄상담센터 진혜련 소장은 부모가 무조건 아이에게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힘들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억지로 참는다면, 나중에 아이가 부모의 뜻대로 변하지 않았을 때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미래에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생각해보면서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처 주는 말을 해왔더라도 지금 생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따라 아이와의 관계도, 아이의 상처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니까요."


 한국화(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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