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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을 막아서는 사람들: 아프간 구호 전문가 이야기
긴급구호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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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의 이동식 보건팀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아마드 씨는 소외된 지역의 아동을 치료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기아 위기에 처한 국가 15곳 중 하나입니다. 아마드 씨의 목소리를 통해 현장에서 마주한 기아의 현실을 생생히 들어봤습니다.






 영양실조 치료식을 들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 이동식 보건소 직원 아마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점령한 뒤로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아프간 사람들은 전 세계인들의 관심에서 계속해서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 지역사회의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저의 직업은 영양 전문 간호사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이동식 보건팀에 소속되어 동료들과 함께 보건소 방문이 어려운 소외된 지역에 직접 찾아가는 일을 합니다.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해 급성중증영양실조(Severe Acute Malnutrition)와 경증영양실조를 구분합니다. 보통은 키와 몸무게를 재고 증상에 따라 영양실조 치료식을 2주에 한 번 처방합니다.


제가 일을 처음 시작했던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영양실조로 보건소를 찾는 아동의 비율이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 2년간 심각했던 경제 위기와 가뭄이 아프간 가족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할 수 있는 전부인 차와 빵에 의존해 살고 있습니다.




 영양실조 검진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아기 나디라(8개월, 가명)



영양실조는 건강했던 아이 하나를 통째로 집어 삼킨 뒤 허약하고 생명력이 꺼져가는 아이를 뱉어내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건강한 아이와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를 비교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영양실조 아동은 점차 약해지고 앙상해져 뼈와 가죽만 남게 됩니다. 왜냐하면 영양실조가 그야말로 근육을 녹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아이는 학교 교육을 곧잘 받지만,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엄마가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단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아이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겉으로는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어떻게 배를 채울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낍니다.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늘 배가 고프고 가난하다는 말을 듣는 아이들의 삶은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칩니다. 이동식 보건팀이 온 정성을 쏟고 있지만 기아가 너무나 널리 퍼져있어 모든 사람을 구할 만큼 의약품과 직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난 2년간 정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방문하는 마을마다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빈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게 된 가족들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야위어 갑니다. 탈레반 집권 이전에 이동식 보건팀이 치료한 영양실조 아동은 한 달에 35명 내외였습니다. 이제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나 매달 70명 가량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제대로 알곡을 맺지 못한 북부 아프가니스탄의 밀 농장



이 재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가뭄입니다.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땅이 바싹 말라버린 탓에 생계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한 마을에서는 전체 주민의 생존에 기여해온 강물이 완전히 가물어 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끔찍한 메뚜기 떼가 농작물을 망가트리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요인들이 얽히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에게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욕구조차 채우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자급자족이 어려워진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더욱 악화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 세계적인 인도적 지원 예산이 삭감되며 구호 단체로의 지원이 대폭 줄어든 점입니다. 인도적 지원이 꼭 필요한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내몰렸습니다.




 의료시설이 없는 마을에 거주하는 파테마 씨(27세, 가명)가 세이브더칠드런 이동식 보건소에서 산전 검사를 받고 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는 한 여성이 급성중증영양실조에 걸린 두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를 방문했습니다. 한 아이는 보건소에서 치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아이는 병원 치료가 필요한 병에 걸려 이관해야만 했습니다. 다음 번 그 분을 뵙고 아이의 안부를 묻자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답했습니다.


“아이 하나를 잃었어요. 

다음날 병원에 가려 했지만 

단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그날 밤 죽었어요.”



그 날은 제게도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었습니다.


더 가슴 아픈 사실은 많은 여자아이들이 특히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방문하는 마을 중에는 매우 전통적인 문화를 고수하고 있어 딸보다 아들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여아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부모가 딸보다 아들에게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어머니들이 딸은 집에 두고 아들만 보건소에 데려올 때도 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의료 시설에서 처방받은 영양실조 치료식을 먹는 나이다(8개월, 가명)




상황은 어렵지만 매일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슬픔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은 아이들의 부모님께는 어떻게 해야 가족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전반적인 상황이 어려운 와중에도 이동식 보건팀이 방문하는 마을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훨씬 건강히 지낼 수 있습니다.


비극적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는 그 뒤로 두 아이를 더 보건소에 데려왔고 모두 건강히 치료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게도 기쁜 날이었고요. 아프간 사람들의 삶은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생명을 살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서 기쁨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내일도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경제 불안, 전쟁, 가뭄, 홍수 등 굶주림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끝은 똑같이 참혹합니다. 어린 아이는 생기를 잃고 생명을 빼앗깁니다. 소년은 학교를 그만두고 일터로 내쫓기며, 소녀는 조혼을 강요당하고 분쟁 지역 아이들은 무장단체나 갱단에 끌려갑니다.


굶주림은 단지 배고픔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아이의 세상을 갉아먹습니다.

굶주림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세요.

#FeedFutures

#HungerEatsChild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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