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5월 10일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4월 13일 정부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첫 번째 아동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했는데요, ‘공정한 성장 기회’를 모든 아동에게 부여하는 것을 국정철학으로 두었습니다. 이 정책에 따라 국가는 복지를 제공하고,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가 같이 변화하겠죠. 그 세계를 움직이는 주체는 아동과 우리 어른들입니다. 사회가 아동의 삶에 귀 기울이고 함께 목소리를 낼 때, 더 많은 아이가 행복한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세계를 만나게 될까요?
① 장애아동의 놀이 기회를 보장한다
“분리된 놀이터는 평등하지 않다. 장애아동은 권리를 가진 존엄한 존재로서 모든 사람이 누리는 일상의 장소를 가질 권리를 지닌다. 사회에 존재하는 자신의 자리를 온전히 향유할 수 없는 것, 한나 아렌트는 이를 인권의 박탈로 보았다. 공간 접근에 대한 차별은 장애·비장애 아동이 놀이터를 통해 우정과 공동체를 경험할 또 다른 기회를 제한한다. 장애아동이 자신 발달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접근할 수 있고 포괄적인 환경과 시설이 제공되는 것’,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따른 국가의 의무이다.”
- 세이브더칠드런 논평 ‘통합놀이기구 활성화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추진계획을 환영한다’ 중에서
전국에는 7만 9,684개의 놀이터가 있습니다. 이중 통합놀이터는 30여 곳뿐입니다.(📰기사 읽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는데요, 그 중심에 놀이터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관계 맺기를 배우며 우정과 공동체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로운 놀이의 경험이 장애아동에게는 0.04% 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 2020년 11월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공청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참석한 토론자들은 현실을 이야기하는 한편, 개정안에 대해 공감하며 조속한 통과에 뜻을 모았습니다. (출처: 장애아동인권네트워크)
2019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은 장애아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통합놀이터 법 개정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놀이기구와 놀이터와 관련한 현행 법률은 놀이기구의 안전기준을 통과해야만 놀이터에 설치할 수 있는데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동이 탈 수 있는 그네나 턱이 없는 회전무대와 같이 장애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는 놀이터 시설의 안전기준과 달라 모든 놀이터에 설치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행히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이어 이번에 발표된 아동정책 또한 통합놀이기구의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설치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차별 없는 놀이터가 확산해 장애아동도 자신이 사는 동네의 놀이터에서 일상을 누리고 놀면서 배우기를 바랍니다. 공원 내 놀이터에서도, 학교의 놀이터에서도 장애아동이 장벽 없는 놀이의 경험을 맘껏 누리도록 관련 법률의 개정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② 태어난 모든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보장한다
2019년 가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아동의 수가 얼마나 되는가?” 물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부모에게 아동의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에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는 아동의 탄생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했으나 죽음 후에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어린 죽음을 종종 마주합니다. 국가가 가정이라는 문 뒤의 공간에 있는 아동의 안전을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 아니었을까요? 어른들의 뒤늦은 탄식과 미안함이 여러 해 반복되었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은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하며 '생일 없는 아이들'을 제작했습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못한 아이들의 사례와 함께 출생 미등록 아동 현황, 출생통보제도의 필요성, 출생등록과 아동의 권리, 해외의 출생등록제도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집한 대중들의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 브리프 보기: 생일 없는 아이들)
2021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아동의 99.7%가 병원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아동이 태어날 때 담당한 의료인에게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출생통보제의 핵심입니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최소한 병원에서 태어난 아동이 가정에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국가가 이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가 출생신고를 일부러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경우, 출생신고가 빠르게 이뤄지도록 국가가 조처할 수 있습니다. 출생 등록은 한 아이의 생명과 안전 보장의 첫걸음인 셈입니다. 출생신고제도가 개선되기 위해선 여러분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출생통보제 도입을 응원하는 많은 분의 목소리가 모일 때, 아이들의 삶은 비로소 세상과 만나 빛날 것입니다.
📢 캠페인 함께 하기: 세이브더칠드런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캠페인 (sc.or.kr)
③ 아동을 위한 아동기본법이 제정됩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국제아동인권규범에 부합하는 아동정책의 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아동기본법’(가칭)의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모든 아동의 건강한 출생과 성장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담겠다고 했습니다. 국제아동인권규범은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말하는데요. 아동은 특별한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하며, 권리를 가진 독립적 인격체임을 분명히 한 국제적인 약속입니다.
▲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는 2012년 제1차 연구를 시작으로 2021년 5차 연구에 이르기까지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어느 수준에 위치해 있는지 분석해왔습니다. 가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아동의 삶의 질 수준에 대한 35개국 비교 결과 한국 아동의 행복지수는 전세계 하위권인 31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 알아보기: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기본법을 만드는 어른들을 위한 안내서)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여건은 개선됐으나 아동의 행복 관련 지표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아동의 삶의 현황에 기초해 아동기본법의 제정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만 10세의 대한민국 아동의 행복도는 35개 국가 중 전 세계 하위권인 31위였습니다. 빈곤아동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동 등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동의 행복 수준은 더욱 낮았습니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포함해 모든 아동이 행복한 아동기를 갖기 위해서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3일, 드디어 국회에 아동기본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오타니 미키코 유엔아동권리위원장은 “아동의 목소리를 듣고 아동이 참여한 아동기본법이 발의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아동권리를 위한 법적인 틀을 강화하고자 한 시민사회의 훌륭한 계획으로 큰 획을 그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세이브더칠드런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94.3%는 가정환경에 따라 차별 받지 않을 것, 평등하게 교육받고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아동을 어리다고 차별하지 말 것 등을 이야기하며 아동기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아동과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정부의 아동기본법 제정을 위한 발걸음에 힘찬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④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막습니다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야 할 어린이날, 올 어린이날을 앞두고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평택시에서는 부와 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러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40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했고, 이중 자녀 살해 후 자살(시도)로 발견된 피해 아동은 14명입니다. 실제 알려지지 않은 죽음은 실제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복되는 죽음을 예방하기 위해 다른 나라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요?
▲ 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국제심포지엄: ‘개인의 비극’ 너머 대안을 묻다'를 통해 자녀 살해 후 자살을 개인적 비극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녀 살해 후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해외 각국의 법률과 제도, 서비스를 살펴봄으로써, 반복되는 죽음을 멈추기 위해 우리 사회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지난 4월 세이브더칠드런이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 참가한 일본 아동학대방지연구센터 가와사키 후미히코 센터장은 일본 정부의 ‘학대 사망 검증’ 제도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04년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을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서 아동의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조사연구 및 검증을 실시해왔습니다. 후생노동성의 학대 사망 검증 1차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 사례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죽음을 우리가 무겁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의 이러한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향후 사건 재발을 방지해 나가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나눔이야기]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국제심포지엄 후기 - 죽음에서 배울 의무
아이들의 죽음을 돌아보고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예방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부 또한 이러한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미국, 영국, 대만 등의 아동사망검토(Child Death Review) 제도를 예로 들며, 주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학대 정황 및 대응 과정의 분석을 통해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관련한 법적 근거의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아동사망검토 제도 도입을 위한 방안을 보고서로 내며, 이것을 아동사망 예방의 효과적인 정책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짧은 생을 마감한 아이들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개선점을 찾아야 또다른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추진계획이 잘 이행되도록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도 아동사망검토 제도가 도입되도록 올해 관련 연구와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 드립니다.
글 강미정 (아동권리정책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