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충격, 분노, 슬픔" 현지 교사가 본 아프간 여성 직원 활동 금지
긴급구호
2023.01.09
공유하기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비통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는 여성 직원에게 업무 금지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어느 사회든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가장 취약한 존재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혼자 자녀를 키우는 여성 가장, 배울 권리를 가장 먼저 배제 당한 소녀 등 가장 그늘진 곳에서 가장 가까이 인도적지원을 제공해왔습니다. 여성 직원의 활동 금지는 생명을 살리는 구호 활동이라는 마지막 동아줄 마저 끊어놓는 조치입니다.


오늘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프간의 교육 소외 지역의 교사로 근무하는 파티마(가명) 씨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여성 직원의 업무 금지 조치가 아프간의 소녀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왜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교육의 기회만은 지켜야 하는지 파티마 씨의 경험을 통해 느끼고 공감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역사회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교사의 수업을 듣는 아프간 소녀들 (카불)



일주일 전쯤, 탈레반은 제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 했습니다. 저는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 저의 일을 사랑합니다. 탈레반은 저를 포함한 아프간 여성들의 업무를 금지시키며 ‘아프간에서 여성 구호활동가는 필요하지 않다’ 는 이유를 댔습니다.



저는 충격과 분노, 그리고 슬픔을 느낍니다.



저의 학생들은 이제 막 학력 평가를 마치려던 중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번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한 학년을 마무리하지 못해 진급이 어려워집니다. 일 년간의 노력이 온통 물거품이 되는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과 여성은 교육권과 자유로운 이동권을 위해 오랜 기간 힘겹게 싸워왔습니다. 저도 아홉 살까지 학교가 어떻게 생긴 곳인지도 몰랐고, 글을 읽거나 쓰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자라온 지역은 아프간에서도 학교가 없는 곳이었고 모든 사람이 문맹이었습니다.



 교육 시설 담벼락에 세워둔 아동들의 가방



그러던 어느 날, 터키의 구호기관에서 우리 집 근처에 학교를 세웠고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당시에도 탈레반이 첫 번째로 권력을 잡은 시기였고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만은 여자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탈레반과 지역사회에 용감하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매일 저와 여동생을 학교까지 바래다주실 정도로 언젠가 교육이 삶에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으셨어요. 


아버지는 우리 자매가 할아버지보다도 더 나이 많은 남자들과 결혼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당시 마을의 여자아이들이 마주하는 흔한 운명이었습니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아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셨으니까요. 하지만 해내고 말았습니다. 우리 자매는 마을에서 최초로 학교에 간 소녀들이 됐거든요. 그리고 저는 마을에서 최초로 대학에 간 여자아이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출산을 돕는 조산사가 되는 공부를 했지만, 고향의 여자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교사가 됐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오늘날 역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또다시, 탈레반이 권력을 잡았고 소녀들의 중등 교육과 여성의 대학 진학이 금지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원, 운동시설, 여행까지도 여성 혼자서 갈 수 없게 됐습니다. 탈레반은 여성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아프간 여성이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최근의 조치는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 집에서 숙제를 하는 아프간 아동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아동권리 기관은 여성 직원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가족 외에 교류할 수 있는 대상은 같은 여성과 소녀들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오직 여성 조산사, 여성 의사, 여성 간호사에게만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프간 소녀들은 여성 교사에게만 교육을 받을 수 있고요. 특히 여성이 가장인 집에서는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성 활동가 없이는 현금이나 식량 지원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여성 구호 전문가의 활동을 금지한 것은 여성과 아동을 생명을 구할 도움에서 떼어놓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특히 아프간이 역대 최악의 식량위기와 경제위기를 겪는 요즘 같은 때에 말입니다.


이번 금지 조치가 뒤집힐 수 있도록 전 세계가 아프가니스탄 곁에 함께 서서 연대하고, 옹호하고, 목소리가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생명이 달려있습니다.






2021년 탈레반이 정권을 탈환한 이후로 아프가니스탄 아동과 가족의 삶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극심한 빈곤, 착취, 교육권 박탈, 반복되는 질병은 수많은 아동을 죽음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조정국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전체 아프간 인구의 3분의 2에 달하는 2,800만 명의 아동과 가족이 국제사회가 건네는 인도적지원에 의존해 살아가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먼저 아동의 교육권, 특히 여자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지켜져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큰 국제 NGO중 하나이며, 1976년부터 아프간 전역에서 아동과 가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지원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아프간의 위기 사태에 대응해 보건 교육, 아동보호, 식량안보 및 생계지원, 주거지, 식수 위생 등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이어왔으나, 최근 탈레반 정부의 조치로 활동을 임시 중단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여성 직원들의 안전한 근무가 보장되어 온전히 활동할 수 있도록 여성 직원의 업무 금지 조치에 대한 결정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아프가니스탄 활동에 대한 9가지 사실>

  1.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에는 직원 및 지역사회 근로자 5,700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2. 세이브더칠드런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의 수는 2,490명입니다.

  3. 탈레반 집권 이후 1년 간 여성 120만 명, 여아 100만 명을 포함해 총 390만 명을 지원했습니다.

  4.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의 34개 지역 중 17개 지역에서 직접 사업 및 파트너 기관과 연계해 활동 중입니다.

  5.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의 수는 1,400만 명 입니다.

  6.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치료 받는 중인 중증 급성 영양실조 아동 수는 7만 3천 명입니다.

  7. 세이브더칠드런의 이동진료소를 통해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의 수는 3만 명입니다.

  8. 세이브더칠드런은 3,392개의 지역사회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9. 세이브더칠드런은 (탈레반 집권 이후) 13만 514가구에 총 1,640만 달러의 현금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글·번역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