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잠비크 지역 사회가 직접 퇴치하는 소외열대질환
해외사업
2022.12.26
공유하기

여러분은 배변 검사가 익숙한 세대인가요? 저는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을 담은 책에서나 봤지 실제 삶에서는 겪어본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매년 봄마다 구충제를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깜빡하고 넘어간다고 해도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고요. 이미 충분한 식수 위생과 주거 환경이 갖춰진 우리나라에서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은 평생 겪지 않을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 곳곳에는 기생충의 유충, 충란, 모기, 빈대로 인해 20여 종의 소외열대질환으로 고통받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동과 가족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국제 보건 정책에서 오랜 기간 주목받지 못한 질병이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3년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소외열대질환을 퇴치하기 위한 사업을 운영해왔는데요. 사업 종료를 앞두고 사업장에 직접 다녀온 신윤 대리를 통해 아동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들어보겠습니다.






▲ 모잠비크 남풀라 주에 위치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 지역


지난 10월,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30시간에 걸쳐 모잠비크 남풀라 주의 나칼라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먼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지난 수년간 동아프리카의 건조한 지역을 다녔던 저에게 야자수와 바다, 푸릇푸릇한 풍경의 아프리카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방문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추진해온 소외열대질환 사업의 종료를 준비하기 위한 출장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사업을 종료한 뒤에도 마을이 직접 소외열대질환에 대응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표. 기대와 우려를 마음에 품고 마을로 향하는 차에 올랐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을 반갑게 맞이하는 마을 보건위원회 멤버



비포장도로를 달려 마을에 다다르자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을에 온 손님은 춤이나 노래로 환영해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흥겨운 노랫가락에 몸이 절로 움직여졌습니다. 마을에 도착하자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보건위원회가 저희를 안내해 줬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교육 장소를 소개하고 지원을 받은 가정에 방문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입니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의 나칼라 지역 마을은 노상 배변이 일상이었습니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땅에서 자란 농작물을 먹는 아이들은 소외열대질환에 노출되곤 했습니다. 식수위생, 주거환경, 보건 시스템과 인프라, 빈곤 등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질병이며 모잠비크 전역에서도 특히 남풀라주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여왔습니다.




▲ 소외열대질환에 대한 인식개선 포스터(위) 소외열대질환 치료를 위해 보건소를 찾은 배가 부풀어 오른 아동 (아래)




"지난 해 다섯 살 난 아이가 배가 부풀어 오르고 구토하는 증상을 보였어요. 

아이를 지역의 보건요원에게 데려갔더니 끓이지 않은 물을 먹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알약을 주면서 꼭 끓인 물을 마셔야 한다고 했어요. 

알약을 먹고 이후로 끓인 물을 마시면서 아이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었어요."

– 델피나(28세, 여) 마을 주민



직접 가정을 방문해보니 위생 환경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배운 대로 손수 마련한 재료로 화장실, 손 씻기 시설, 식기 거치대, 쓰레기 처리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마을에 만연했던 노상 배변은 이제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과거가 되었습니다. 질병 예방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깨끗한 위생 환경을 스스로 가꿔가는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지역 주민이 직접 만든 식기건조대와 손 씻기 시설(위) 화장실 (아래)


집집마다 방문해 주민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마을 보건위원회와 지역 보건요원이 열심히 활동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교육한 보건 인력들이 지역 주민과 보건소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 온 것입니다. 델피나 씨와 아이도 지역 보건요원이 가정방문을 통해 증상을 발견하고 보건소와 연결한 사례였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제게는 너무나 당연한 사고의 흐름이 왜 이곳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마을 주민분들에게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절차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 소외열대질환 사업을 담당하는 현지 


현지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곳에는 태어나서 병원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병원에 데려간 경험이 없으니 나의 자녀가 아플 때도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이죠. 설사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하루의 생계를 포기하고 가야할 만큼 너무 멀고 병원비도 비싸서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지역 사회 기반의 기초 보건 체계와 서비스를 강화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국국제협력단이 지원한 식수 펌프


모잠비크에서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는 정부 주도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담당 정부 부처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사업이 정부 시스템과 프로그램에 긴밀히 연계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진행해왔습니다. 제도적으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사업 종료를 앞두고 남풀라주의 보건국과 지역 정부와 함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지역 사회를 다녀보면 소외열대질환이 많이 줄었다는 걸 느껴요. 

실제 데이터 상으로도 확인되고요.” 

– 포스티노 칼리아, 나칼라 벨하 소외열대질환 담당자




▲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마련한 보건 연구시설


직접 마을 주민을 만나는 보건 인력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해야 지역 정부도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보건 정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데이터 품질 개선을 위해 보건인력을 대상으로 멘토링 지원을 해왔고요. 그 덕분에 지역 공무원들은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지역 사회의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모잠비크 중앙 보건부 회의에서 사업의 사례를 발표하고 국가 보건정보시스템에 통합시킬 방법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 지역 정부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해 준 소외열대질환 관리 교육과 같은 내용을

보건 인력 훈련 프로그램의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했어요. 

앞으로 새로운 인력에 대해서도 같은 교육이 제공될 겁니다.”

– 코스탄티노 안토니오, 나칼라 벨하 지역정부 비서관




마을 주민들과 변화한 환경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보건위원회도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여 마을의 보건 상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외열대질환에서 더 나아가 마을의 보건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건강한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이 느껴져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마을에서는 망고, 카사바, 땅콩 등을 재배해 벌어들인 수입 일부를 떼어 저축하는 모임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정에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빌려 사용할 수 있고, 공동 기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마을에 필요한 일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을 스스로 재정적 힘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건강하고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한 학교 화장실과 예전에 사용하던 화장실 (위) 지역에서 자체 제작한 손씻기 시설을 시연중인 학생 (아래)


지역 정부의 주인의식과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까지 더해지니 사업의 효과를 더욱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진짜 주인인 지역 사회가 나서서 아동의 삶을 바꿔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국제질병퇴치기금으로 추진되었던 모잠비크 소외열대질환 관리지원 사업은 올해로 마무리됩니다. ‘사업이 종료되면 지금까지 보아 온 성과들이 지속될 수 있을까?’ 출장 전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염려와 의구심을 덜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아주 기억에 남는 출장이 될 것 같습니다.



👉 더 자세한 사업 이야기 <기생충과의 엔드 게임(End Game)을 향해> 보러가기


 신윤(국제사업부문)  편집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권홍일(모금마케팅부문)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