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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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아동이 크리스마스에 가장 바라는 것
긴급구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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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명절은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평상시라면 어른들의 잔소리나 집안일의 의무감으로 번거롭게 다가오는 명절이지만 만약 전쟁 중이라면 어떨까요? 가족들이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피난 중이거나, 폭탄과 총격으로 가족을 잃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요.  


올해 우크라이나 아동과 가족들은 차마 상상하기 어려운 차디찬 명절을 보냈습니다.  지난 2월 24일 시작돼 10개월 가까이 계속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아동 수백만 명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낯선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영국에 거주하는 아동과 가족의 삶을 기록한 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사진작가 아나스타샤 블라소바, 알리나 스묵코, 니나 솔로구벤코가 포착한 사진은 전쟁 이후 직면한 새로운 현실 속에서 삶을 꾸려가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이해 우크라이나 아동의 사진 속에서 일상과 꿈, 희망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우크라이나




크리스티아나(8세, 가명)은 끔찍했던 지난 겨울이 생생합니다. 분쟁이 한창이던 우크라이나 부차의 지하 대피소에서 대여섯 시간 넘게 비처럼 쏟아지는 폭격을 견뎌야 했기 때문입니다. 언제 다시 대피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온 가족이 신발을 벗지도 못한 채 자야만 했습니다. 당시 경험한 공포는 크리스티아나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남았습니다. 여전히 공습 경보가 울리면 크리스티아나의 몸은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떨립니다.





“이제 고작 8살 된 아이의 머리가 (전쟁에 대한 스트레스로) 하얗게 셌어요. 

아이에게 말을 하진 않지만 머리를 묶어줄 때마다 눈물이 터져 나와요.”

 – 옥사나(36세 가명)





혹시라도 집이 무너졌다면 산채로 묻힐 수 있는 상황. 지하실에서 폭격을 피하던 엄마에게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의 목숨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아이들이 괜찮을지, 이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함과 두려움이 가장 컸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인 옥사나씨의 마음도 치료가 시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어도 날아가는 폭탄 소리가 떠올라 주저앉을 정도로 전쟁의 두려움은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영국





마샤(9세, 가명)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 크이우에서 발생한 공습을 피해 가족들과 영국 해안가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가족처럼 마샤의 아빠는 여전히 크이우에 남아있습니다. 오직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영국행을 택한 마샤의 가족은 반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항상 제가 그리는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된다고 했어요. 

전 가족이 모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림을 그려요. 

다음 여름에는 다 함께 바닷가에 가면 좋겠어요.”

마샤(9세, 가명)





마샤의 가족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지역에 살았습니다. 2014년 시작된 분쟁을 기억하기에 마샤는 아직 너무 어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험한 분쟁은 마샤와 동생 나타샤(6세, 가명)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아빠와는 정기적으로 영상 통화를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공습이 잦아지며 인프라와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마샤는 도네츠크에 살 때부터 갖고 있던 곰 인형을 소중하게 꼭 안고 있었습니다. 마샤에게 크리스마스에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홉 살 소녀 마샤의 답은 “평화” 였습니다.




루마니아





지난 2월 24일, 아냐(15세, 가명) 파블로(12세, 가명)를 포함한 아홉 남매가 눈을 뜬 것은 새벽 5시였습니다. 집 근처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내 폭격 소리는 일상이 됐습니다. 한동안은 지하실에 숨어 지냈지만, 이웃집 천장이 무너지고 창문이 깨지자 피난을 결심했고 가족들은 루마니아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루마니아 생활에 차차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업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 친구들과 함께 원격수업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 밖에 안되는 수업이지만 폭격이나 공습으로 그마저도 온전히 듣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계시는 우크라이나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전쟁 때문에 안된다고 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저는 사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곳에 있습니다.”

– 아버지, 페트로(40세, 가명)





지난 몇 개월간 경험한 전쟁의 상처는 아이들의 마음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지난 여름, 비가 오고 천둥이 치던 날, 아이들은 그 소리에 놀라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비 오듯 쏟아지는 폭격 소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인 페트로조차도 당시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충격입니다.






지난 10개월간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아동 750만 명이 겪은 상처는 몇 개의 숫자로 미처 설명할 수 없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발표에 따르면, 공습, 미사일, 폭격을 비롯한 지속적인 공격으로 지난 2월 이후 아동 402명이 사망하고 739 명이 평생 동안 짊어져야 할 부상을 입었습니다. 전쟁 중임을 감안할 때 실제 아동 피해 수치는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 잔해가 나뒹구는 우크라이나 크이우 지역 놀이터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소니아 쿠쉬는 “전쟁을 경험하면서 얻게 된 심리적 피해를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아동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동 스스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전쟁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선 대처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고 말합니다.


집과 학교가 공격 받는 것을 목격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의 마음에는 그 어떤 보상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상처가 자리매김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는 만큼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폭력의 강도는 더욱 깊어만 갑니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아이들이 전쟁 속에서 경험하는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은 100년의 긴급구호 노하우를 바탕으로
분쟁의 최전선에서 아동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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