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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앞에서 잘못했다는 거짓말

캠페인 2020.09.18

‘매’ 앞에서는 “잘못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잘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창피하다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괴롭고 우울하고 불행하다고요. 매를 맞고 나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잘못을 깨달았다거나 뉘우치는 마음보다 상처가 더 컸습니다.


체벌 후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Save the Children UK (2001b) It Doesn’t Sort Anything! A report on the views of children and young people about the use of physical punishment, London)


그렇다면, 부모님은 왜 아이를 체벌하는 걸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전국 20대~60대 성인 남녀 10,000명을 조사한 결과 자녀를 양육하면서 체벌하는 주된 이유로 '자녀의 행동문제를 고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5.9%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잘못된 행동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29.6%, '아이의 연령이 어려서 말로 훈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9.3%였습니다. 그 외에 '체벌 말고 다른 대안을 잘 알지 못한다'거나 (7.5%), '양육 스트레스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나 도움이 없어서'(4.2%)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체벌 없이 양육하는 부모님도 많이 있습니다. 자녀를 체벌하지 않고 양육하는 이유는 '체벌 없이 아이를 훈육할 수 있어서'(34.5%), '체벌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28.9%), '인격적으로 키워야 인격적인 사람으로 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27.1%), '체벌이 아이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6.1%)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아이들은 맞지 않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일시적으로 고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체벌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 14세~18세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체벌을 받은 후 '자신의 잘못 때문에 체벌을 받았다고 생각'한 아동은 26.2%였습니다. 73.8%의 아동은 '싫고 짜증난다'(31%), '억울하다'(17.4%), '체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19.8%), '수치스럽다'(5.6%)라고 응답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 부모님의 말이나 행동은 체벌이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물어주고, 더 나은 해결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는 아동이 58.5%였습니다. 그 외에 '자유시간 제한 등 잘못된 행동의 부정적인 결과 제시하기'(22.1%), '이유를 들어주고 대화하기', '설득하기' 등이 있었습니다. '신체적 체벌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아동은 단 1.4%에 불과했습니다.




잘못했을 때 체벌을 당한 아이들은 ‘잘못하면 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친구가 잘못하면 때려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죠. 체벌의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문제나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가르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한두 대의 ‘매’로 시작했던 체벌이 심각한 아동학대가 되면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체벌에 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강연, 출판, 긍정적훈육 부모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것과 더불어 본적인 체벌 근절을 위해 민법915조 삭제를 요구하는 <Change915>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민법 제915조 징계권에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1958년에 제정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던 징계권은 체벌로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징계권 삭제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지지서명 전달, 징계권 조항 삭제를 위한 기자회견 등의 활동 결과 2020년 4월 24일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에서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 및 체벌금지 법제화를 권고하고, 6월 10일 체벌금지 법제화 내용의 민법개정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9월 14일 입법 예고가 끝나 국회에서 법안을 심사하고 결정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물론, 법 개정과 더불어 체벌없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도 함께 강화해야 합니다.


아이를 훈육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훈육이 곧 체벌과 같은 말은 아닙니다. 가정 내 아동 폭력을 막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징계권 삭제와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징계권 삭제와 체벌근절 캠페인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그림 세이브더칠드런 





아이들이 안전한 가정과 사회, 징계권 삭제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