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11월 2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입니다. 이 날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성폭력, 가정폭력, 조혼 등의 다양한 폭력을 인식하고, 폭력 종식을 촉구하기 위해 1999년에 지정되었으며, 매년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기념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이브더칠드런이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행하는 ‘2023-2026 모두를 위한 권리, 평화 및 평등’ 사업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영화 ‘사막의 꽃(Desert Flower)🏵️’을 들어보셨나요? 소말리아 출신으로 90년대에 샤넬, 리바이스, 로레알 광고 무대에 서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모델 ‘와리스 디리에’는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녀가 5살에 여성 할례로 불리는 여성 성기 절제(FGM)를 겪었고, 60세 아저씨와의 강제결혼을 피하려고 13살에 맨발로 집을 나왔다는 사실을요. 그녀는 젠더기반폭력 생존자로, 아프리카 여성 폭력 문제를 알리는 활동가이자 유엔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젠더기반폭력(Gender-based Violence):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별인 젠더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폭력으로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 여아이며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인신매매 등이 있음.


▲ 와리스 디리에의 자서전 2권: ‘사막의 꽃’, ‘사막의 새벽’, 이 이야기는 “사막의 꽃”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다.
서아프리카의 내륙 국가 부르키나파소는 여러 차례 쿠데타를 겪으며 정치적 불안정과 치안 문제에 놓여있습니다. 여기에 빈곤과 저개발 문제가 더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은 강제결혼, 매춘, 여성성기절제 등의 젠더기반폭력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르키나파소 북부와 사헬 지역에서 UNFPA(유엔인구기금)과 함께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여성들의 권리 보호, 보장과 지역사회 평화에 기여하는 ‘모두를 위한 권리, 평화 및 평등 사업’ (사업 약칭: Bright & Peace for All)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 여성과 청년들이 젠더기반폭력을 포함한 모든 폭력에서 보호받고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도록 돕고, (2) 여성과 청소년들이 생활 기술을 익히는 것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리더십 훈련에 참여한 여성과 여아 청소년
🧐문제는 인식하고 발견하는 것부터!
먼저 사회복지, 젠더폭력 담당 공무원들과 지역사회 내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위험 예방 활동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 내 젠더폭력을 경험한 생존자들을 발견하고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워 사례 담당자의 개별 사례 관리를 시작하는데요. 공무원들과 지역사회 보호 체계 안에서 개인적인 필요에 맞춰서 식량, 의류, 위생용품, 생계지원활동 지원 물품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지역사회 젠더분석 연구를 실시해, 전통적으로 고정된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과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와 여러 소상공인 인터뷰를 통해 여성과 청소년들의 어떤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지, 시장 환경을 분석하는 조사도 진행했습니다.
피해자(victim)🥲가 아닌 젠더기반폭력 생존자(survivor)😌
심리적 학대(방임), 생활비 등의 자원 박탈, 강제결혼, 신체적/성적 폭력, 성폭행과 같은 폭력을 경험한 이들을 피해자, 희생자 대신 생존자로 부릅니다. 이들이 수동적으로 당한 피해보다 능동적인 회복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요.
젠더기반폭력 생존자 사례를 지원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르키나파소 북부 지역에는 오랜 내전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국내 실향민 인구가 많은데요. 여성 청소년들은 부모를 잃고, 중장년 여성은 과부가 되어 각종 폭력에 더욱 취약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에, 국내 실향민과 지역사회 일원 대상으로 젠더 인식 개선 교육을 여러 차례 지역별로 진행했습니다.
▲젠더인식교육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
생각의 변화💡 가 행동의 변화로❗
아래는 젠더 인식 교육에 참가한 주민과 여성들이 선정한 제일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저는 여성에게 신체적 또는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저희 여성, 여성 할례(FGM)의 주범인 우리는 오늘, 온 지역 사회 앞에서 이러한 관행이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음을 맹세합니다.”
- 젠더 인식 교육에 참여한 주민과 여성
부르키나파소 지역사회에서는 남성 연장자가 우대받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마을 촌장과 종교지도자 역할을 하기에, 이들이 아동과 여성 보호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5년 한해 원주민 지역사회와 실향민 마을에서 총 15,960명이 간담회에 참여해, 강제결혼, 여성성기절제, 조혼 문제에 관한 논의를 나누었습니다.
강제결혼은 제 꿈을 뺏어갔어요. 저는 원래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 간담회에서 한 부모가 발표한 강제결혼 피해 생존자의 증언
이 안타까운 증언은 모임에 참여한 부모들과 지역사회 리더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습니다. 인식개선 교육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아래와 같이 종교지도자, 지역사회 리더, 부모 모임별로 제언사항을 발언하고 지역사회의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습니다.
우리 영적 지도자들은 이 순간부터 여성 할례(FGM)와 아동 결혼을 최대한 강력하게 규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임에서도 아동 결혼과 여성 할례 규탄을 주요 주제로 다룰 것입니다.
- 종교지도자
이러한 대규모 단체 교육은 지역사회 봉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했습니다. 이들은 여러 마을 곳곳에 파견되어 캠페인을 진행하고 교육 참석을 독려했습니다. 봉사자들과 피해 생존자 상담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보호위원회(CCPE)와의 협력은 사업의 성공 전략이자 사업 이후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중요 요소입니다.
▲사업에 적극 참여한 지역사회 봉사자들
부르키나파소 여성과 청소년의 역량강화 💪🏿= 생활기술 + 직업기술 🧵🔧🪛
세이브더칠드런의 생활기술 교육(Life Skills for Success) 모듈이 2025년 해외사업 상반기 보고서의 코트디부아르 사업을 통해 소개되었는데요. 부르키나파소의 학교밖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모듈을 사용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219명의 여성, 154명의 남성 청소년이 기본직무 교육에 참여했으며 이전 기수 청소년들의 직업기술교육 경험을 2기 청소년들과 공유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참여한 활발한 생활기술 교육 현장
한편, 여전히 사업 활동에 어려움도 있는데요. 이곳에선 남성이 미용사가 되는 건 상상할 수 없고, 여성이 안전화와 바지를 입고 전기 배선일을 할 수 없다는 젠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미용 기술을 배우는 남성, 전기 배선 기술을 배우는 여성 청소년이 있습니다. 또한 키트 물품 부족, 일부 훈련생의 중도탈락 문제가 있었습니다. 중도탈락 사례의 경우, 돈을 빨리 벌어야 하는 압박감과 조혼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 사업팀은 지역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지역 당국, 현지 기관과 여성 리더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젠더기반폭력을 겪은 ‘나디아’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르키나파소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여성과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꾸준히 전진하겠습니다.
강제결혼 생존자 ‘나디아’(가명, 17세)
펠라 마을에 사는 17세 나디아는 강제결혼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제는 생존자로 개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나디아의 목소리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지원을 통해 미싱 기술을 배우는 나디아의 뒷모습
저는 15살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과학을 좋아했어요.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모든 게 바뀌었어요.
아버지가 저를 이모네 집으로 보냈고 학교에 다닐 수 없었어요. 이모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그 집안과 논의해서 이모 대신에 이모부와 결혼시키려고 했어요. 저는 충격 받았어요. 울면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부탁했지만,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다들 그게 전통이다, 나를 위해서 그런 거라고 했어요.
결국 결혼을 피하려고 오빠네 집으로 도망쳐왔어요. 그렇지만 협박이 지속되었고 저는 이모부네 집으로 끌려갈까봐 두려웠어요.
하루는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이하는 복지 사업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저는 중학교 1학년까지 학교를 다녔기에 미싱으로 옷을 만드는 걸 배우고 싶었어요.
저는 이제 미싱 교육을 열심히 받고 있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저는 모든 여자 아이들이 ‘non(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고, 미래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저는 진심으로 이런 일들이 다시 없기를 바라며 제 이야기를 나눠요. 아이를 강제로 결혼시키는 건 그 아이의 어린 시절, 미래와 꿈을 빼앗는 거라는 걸요.
글 박현진(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