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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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안 놀고 뭐해요?
국내사업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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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이는 놀이터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한참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습니다. 뭘 하는 중이냐고 물어보니 “놀이터가 안전한지 조사하고 만족도를 평가하는 중이에요. 이 놀이터는 언덕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평평한 바닥만 있으면 친구들이랑 놀 때 별로 재미가 없거든요. 놀이터 주변에는 차 속도를 낮추라는 안전 표지판을 설치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합니다. 똑 부러지는 말투로 놀이터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는 주은이는 세이브더칠드런 놀이환경진단사업 아동조사원으로 활동하는 중입니다.


놀이환경진단 설문지에 놀이터 점검 내용을 쓰고 있는 아동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놀이환경진단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놀이터 환경을 조사하고 의견을 전달해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놀이환경 개선 계획을 세우는 사업입니다. 놀이환경을 조사하는 전문조사원도 있지만, 진짜 놀이 전문가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지요. 그래서 놀이환경진단을 할 때 아이들과 시민이 직접 놀이터를 관찰하고 조사하는 활동을 합니다.


집 앞 놀이터는 아이들의 놀이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변에 큰 공원이 있어도, 놀이터가 아예 없어도 집 가까운 놀이공간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놀이환경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아이들의 집 근처 놀이터부터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로 지은 놀이터도 곧 이미 있던 놀이터가 되니까 놀이터를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놀이터가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놀이환경진단 성인용 문항을 아이들의 언어로 바꾸는 아동문항 개발 활동 영상


아이들이 놀이터를 잘 조사하려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놀이환경진단 문항이 필요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성인용 놀이환경진단  문항을 아동용으로 바꾸기 위해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문항개발에 참여한 아이들은 기존 성인용 놀이환경진단 문항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서 질문이 얼만큼 이해되는지를 표기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표현으로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어 ‘놀이터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나요?’ 라는 문장을 ‘놀이터에 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없나요?’로 바꾸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총 51개 문항 중 45개 표현을 바꿔 아동용 놀이환경진단 문항을 만들었습니다. (성인용 놀이환경진단은 세이브더칠드런과 협력하는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C Program)에서 개발했습니다.)


11살 박서준 아동이 직접 수정한 놀이환경진단 문항


놀이환경진단 문항을 개발한 아이들은 자기의 의견이 반영된 아동용 놀이환경진단 설문지를 들고 놀이터로 갔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놀이터 환경을 점검하는지를 보며 문항이 잘 개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놀이터 환경을 조사했다는 것에 엄청 뿌듯해하더라고요. 그리고 문항지에 자기가 수정한 문장이 있다면서 좋아했어요. 의견이 반영된 게 신기했나봐요”라고 아이가 놀이터를 진단하는 모습을 본 부모님이 소감을 남겼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놀이환경진단 문항으로 놀이터를 조사하는 아동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고쳐보니 재미있었어요”

“놀이터에 매일 놀러 가기만 했는데,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점수를 매겨가면서 체크해보니까 놀이터에 이런 문제점이 있고 이런 장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새로웠어요

“놀이터가 더럽고 위험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놀이터를 조사하다 보니 놀이터에 관심이 더 생겼어요”

51개나 되는 질문을 바꾸고, 또 그 질문에 따라 놀이터를 체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놀이환경진단의 첫 시작을 함께한 세이브더칠드런과 의왕시의 온라인 오리엔테이션 영상


이렇게 아이들이 직접 고치고 만든 놀이환경진단 문항으로, 아이들이 놀이터를 직접 살펴보는 놀이환경진단이 의왕시를 시작으로 서울 동작구, 안산시, 광주 북구에서 진행됩니다. 코로나19로 함께 모이지는 못했지만, 의왕시 ‘놀이터 프렌즈’ 조사단은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앞으로 놀이환경진단 아동조사원으로 활동하게 될 기대를 적었습니다. 놀이터에 대한 애정과 조사단 활동에 관한 열심이 느껴집니다.


놀이환경을 진단한 지역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의 ‘놀이터(공공어린이공원) 백서’와 ‘놀이터 현황 지도’를 갖게 됩니다. 이 자료는 놀이터 관련 정책과 사업을 추진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하며, 지역 여건에 맞는 놀이환경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미 작년에 놀이환경진단에 참여한 군산시와 전주시, 시흥시에서는 놀이터 모래 소독, CCTV 점검, 표지판 개선, 위생검사 등 놀이터 개선 정책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의왕시 놀이환경진단 오리엔테이션에서 활동 다짐을 쓴 ‘놀이터 프렌즈’ 조사원 


아무래도 아이들의 생각과 어른들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잖아요. 우리가 놀이터를 조사하는 건 그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일인 것 같아요” 놀이환경진단 아동문항 개발에 참여한 열세 살 구찬이의 말처럼, 어른들끼리만 고민했을 때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놀이터가 아이들의 공간이기에,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실컷 맘껏 뛰어놀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놀이환경진단사업은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제3의 공간과 놀이환경에 투자하는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C Program)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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