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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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어린이집: 텃밭에서 하나되요!
사람들
20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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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텃밭에 모여 앉은 은화어린이집 열매반 어린이들. 은화어린이집에서는 텃밭을 통해 아동과 자연과의 신체적 정신적 교류를 실천하는 생태유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야가 탁 트인 북한산 자락 홍은동 작은 텃밭.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익숙한 손길로 배춧잎 사이 사이 끼어들어 간 낙엽을 골라내는 손은 7살 짜리 어린이의 손이었습니다.

“와~ 애벌레다!!”
누군가의 외침에 아이들 고개가 쑥 돌아갑니다.
이미 아이들 몇 명은 소리 지른 아이를 쫓아가 애벌레를 구경합니다.
어느 아이도 “징그러워” 라고 말하거나 털어내지 않고 관찰합니다.

사진/ 텃밭에서 잡은 애벌레. 은화어린이집 아이들은 텃밭에서 자연과 신체적 정신적 교류를 통해 자연과의 공생과 상생의 지혜를 얻고 있다.

서로 돌아가면서 다 보고 나서야 뒤에 계시던 선생님이 애벌레를 집어 울 밖으로 던졌습니다.
“아까 그 벌레는 뭐예요?”
“애벌레요. 얘네가 배추 다 갉아먹어서 잡아야 돼요”
물어보는 사람은 저였고, 말해주는 아이는 7살 소년이었습니다.
사실 저 질문은 ‘알아도 물어봐야 하는 인터뷰용' 질문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 절로 나온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벌레 많아요?”
“네, 저기에도 모아뒀어요”
“또 무슨 벌레 봤어요?”
“27점 무당벌레요!”

‘무당벌레에도 점수를 매기나?’하고 당황하는 사이 여기 저기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이 본 곤충과 벌레를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여치요! 하은이가 저번에 진짜 큰 거 잡았어요!”
“달팽이요!”
“7점 무당벌레!”
“장수풍뎅이. 장수풍뎅이 좋아요~”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27점이나 7점이 (매기는 점수가 아니라) 무당벌레 등에 난 점의 개수라는 말을 듣고서야 저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벌레 이름 정도는 술술 댈 수 있는 이 어린이들은 은화어린이집 열매반 아이들입니다.


은화어린이집은 어린이집 뒷편의 텃밭을 이용해 생태유아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은화어린이집은 버려진 시유지였던 이 곳을 개간하여 아이들이 자연과 신체적, 정신적으로 교류하고 상생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생태유아교육 현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7살인 열매반 어린이들이 배추와 무를 수확하러 텃밭에 나왔습니다. “날씨가 좋아요”, “구름이 사람같이 생겼어요”라며 조잘거리는 어린이들을 따라 어린이집 뒷편으로 가니 ‘은화텃밭’이라는 작은 밭이 나옵니다.


사진/ 텃밭에서 무를 뽑고 있는 은화어린이집 아이들. 텃밭에서 채소를 직접 일구면서 아이들의 식습관도 좋아지고 더 건강해졌다. 

“자, 무를 뽑고 싶은 사람 손 드세요. 그럼 이번엔 배추를 뽑고 싶은 사람 손 드세요”
선생님은 아이들 의견을 들어 무를 뽑을 팀과 배추를 뽑을 팀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배추 뽑는 팀에 들었지요.


사진/ 텃밭에서 배추를 뽑고 있는 은화어린이집 아이들. 텃밭에서 채소를 직접 일구면서 아이들의 식습관도 좋아지고 더 건강해졌다. 

“자, 이제 큰 배추 앞에 가서 앉아보세요. 왜 큰 배추한테 가야할까요?”
“쟤네(작은 배추)는 아직 더 커야 돼요!”
“그래요. 그럼 배추는 어떻게 뽑아야 할까요? (잎을 잡아 당기며) 이렇게 쑥 들어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잎만 뽑혀요!”
“그렇겠죠? 배추는 이렇게 아래를 감싸 안아서 살살 돌리며 들어올려야 해요”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배추를 뽑아 올립니다.
뽑아 올린 배추 뿌리에 매달린 흙도 흔들어 털고 바구니에 담으며 아이들은 자연스레 배추 뿌리를 관찰합니다.
이미 배추를 뽑은 아이들은 아직 뽑지 않은 배추에 끼인 나뭇잎들도 정성껏 빼줍니다.


사진/ 선생님과 배춧잎을 관찰하고 있는 은화어린이집 어린이. 생태유아교육은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으로 자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텃밭활동이 단순히 작물을 길러 수확하는 농사일이라고 보면 안됩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배춧잎을 일일히 세어보고, 만져보고, 뿌리가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도 해보며 식물들을 탐구했습니다

“배춧잎 좀 만져보렴. 어때?”
“까끌까끌해요”
“까끌까끌해? 왜 배춧잎은 까끌거릴까?”
“…음, 벌레가 못 먹게요”
“벌레가 못 먹게? 왜 배춧잎이 까끌거리면 벌레가 잎을 못 먹는데?”
“벌레가 따끔거려서 잎에 못 오니까요.”


아이들은 텃밭활동을 하는 내내 매우 진지한 표정이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키우면서 어떤 채소가 제일 힘들었어요?”하고 물으니
“배추요! 배추는 물을 얼마나 줬는지 몰라요. 오줌도 줬고요, 낙엽도 줬어요”
하고 대답합니다

이 곳에서는 농약을 쓰지 않고 15일 동안 오줌을 썩혀 만든 오줌액비를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텃밭활동이 끝나면 텃밭과 이어진 야생화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데 이 때 주워오는 낙엽도 모아 텃밭에 거름으로 쓰고 있다는군요.

 
사진/ 배추를 수확한 후 바구니를 담기 전에 흙을 털어내는 어린이. 은화어린이집 아이들은 텃밭에서 채소를 직접 일구면서 식습관도 좋아지고 더 건강해졌다. 

이렇게 직접 자신들이 키운 채소를 먹으면서 아이들 식습관이 정말 좋아졌다고 원장 선생님이 입이 마르도록 자랑합니다. 정말인가 싶어 아이들에게 “채소 잘 먹어요?”라고 물어보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네! 우리가 키운 거니까요.”, “그래야 키가 쑥쑥 커요”하는 대답이 나옵니다.
실제로 텃밭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토마토와 감자뿐 아니라 김치도 잘 먹게 되었다 합니다. 아토피가 있던 아이들도 식습관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증상도 완화되었고요. 게다가 날마다 텃밭활동과 산책을 하면서 아이들 체력이 좋아져 근처 초등학교 운동회 계주 선수 3명이 모두 은화어린이집 졸업생이랍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모두들 “다시 어린이가 되어서 여기 다니고 싶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텃밭활동을 통해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자연 속에서 아이가 아이답게 클 수 있는 곳이어서 아이들이 밝고 건강히 자라리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저도 이 곳에 다녔더라면 달리기 만년 꼴지를 면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_글/사진: 고우현(커뮤니케이션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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