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4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은 서울과 안산의 어린이집과 가정에 직접방문 해 중국, 몽골, 베트남 다문화 가정의 자녀 100여명에게 이중언어지원 서비스(한국어와 엄마나라 말을 동시에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다문화팀에서는 매달 언어권 별로 아이들 사진과 함께 여러분께서 궁금해 하셨을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으며, 이번에는 그 2번째 이야기, 베트남어 수업을 전해드립니다.
에피소드 2. 신짜오~(안녕하세요!) 베트남!!- 베트남어
오늘은 안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갔습니다.
남자 친구들이라 그런지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까지 잡아 줍니다.
베트남어 수업도 중국어와 같이 지난 4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베트남어는 한국어와 많이 다릅니다. 언어체계와 발음 방법조차도 매우 달라 베트남에서 중도 입국한 어머니와 아이들의 경우 한국말을 틔우는데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데다, 한국의 문화적 특징으로 가정에서 한국어만을 듣고 자란 우리 어린 친구들이 적응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베트남어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처음만나 서먹서먹한 데다, 베트남어를 전혀 몰라 선생님은 열심히 설명을 해도 아이들은 멍~~하니 바라보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아이들이 선생님의 표정과 몸짓을 보며 선생님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잘 단어도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단어 두 개를 절묘하게 합쳐, 듣도 보도 못한 단어를 만들어 내는 탓에 베트남어 수업시간에도 여러번 빵빵~~ 웃음꽃이 터졌지요.
다른 언어보다 배우기가 어렵다 보니, 수업시간에 꾀를 부리며 빠지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요. 그때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아이들을 도닥였습니다.
베트남어의 경우 언어적인 차이로 인해 어머님들도 한국어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중언어 서비스가 더 필요한 가정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수업에 잘 적응하고 있고, 베트남어 학습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베트남어 실력도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베트남어를 비롯한 이중언어 교사 선생님들은 이중언어 학습을 위해서는 어머니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유아시기 언어는 자극을 통해 성장합니다. 노래, 율동, 대화, TV, 동화책/CD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 등을 통해 아동들은 꾸준히 언어적인 자극을 받고 모방하고, 따라하며 언어를 성장시킵니다. 하지만 어머니 나라 말은 한국어와 달리 쉽게 듣고, 말하고, 쓰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주 1회 학습을 통해 10개 정도의 단어를 학습했다면 가정에서의 보습과 노력이 없을 경우 다음주에 1~2개 정도의 단어 밖에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단 한번이라도 학습을 지원해 준다면 아이들은 7~8개를 단어를 기억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중언어 교사분들은 아이의 언어적 자극과 학습을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합니다.
이를 위해 월 1회 이상 교사들은 가정을 방문해 어머니와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를 통해 가정으로 보내어진 동화책을 어떻게 읽어주었는지, 몇 회 정도를 읽었는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떤 발음을 어려워했는지, 어떤 단어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는지, 어떻게 설명해주었는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매 회기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내에서의 학습이 쉬운 여건은 아니지만 변화의 모습이 관찰 되고 있습니다. 언어권별 담당자들은 교사와의 가정방문 등을 통해 가정내 이중언어 학습 환경과 지원의지 등의 가정환경적인 요인도 꼼꼼히 점검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정은 아니지만 이제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어에 친근해 졌고, 어린이집과 가정에서 어설프지만 엄마나라 말을 궁금해 하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어머니들도 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나라 말로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고, 쉽진 않지만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책을 읽고, 대화합니다. 어떤 어머님들은 아이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단어들을 따로 공책에 정리하며 학습시키기도 하고, 시간을 정해 엄마 나라말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머니들의 노력은 언어적인 발달과 함께 엄마와 아이들과의 관계를 마법처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바빠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의 입에서, “엄마랑 이거 했어요. 우리 엄마는 어렸을 때 이거 했대요”하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아이들은 바쁘던 엄마로부터 나를 사랑하는 엄마를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짧게나마 엄마 나라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친구들은 엄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아이들은 엄마와, 엄마의 어린시절과, 엄마의 문화와, 엄마의 나라를 배우게 됩니다.
언어는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연결고리이며, 자녀와 부모가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열쇠입니다.
모든 아동은 자신의 배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대화와 소통으로 성장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아동은 사랑 받아 마땅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는 그 사랑을 표현하고, 전달할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다문화팀은 언어가 그 장벽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고명주 (다문화팀)
-사진: 권현정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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