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4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은 서울과 안산의 어린이집과 가정에 직접방문 해 중국, 몽골, 베트남 다문화 가정의 자녀 100여명에게 이중언어지원 서비스(한국어와 엄마나라 말을 동시에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다문화팀에서는 이번 달 언어권 별로 아이들 사진과 함께 여러분께서 궁금해 하셨을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에피소드 1. 영차! 영차! 커다란 순무를 뽑아요!! - 중국어
오늘은 수업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짜짠~~ 하고 사진기가 나타났습니다. 일순간 묘한 낌새가 흐르더니 이 개구쟁이들 남들이 보면 무슨 모범생인양 새초롬히 앉습니다. 아직 어린 줄 알았더니 나름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 관리 들어갑니다. ^^
지난 4월 처음 이중언어 수업이 시작되고 중국어 선생님께서 중국어로 동화책을 줄줄 읽어 내려가니, 휘둥그레 알사탕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들이었는데 말이지요. 발음 연습시간엔 입술만 달싹달싹 거리며 몸을 베베 꼬아 속 좀 태우던 아이들이었는데요.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서로들 하겠다고 난리를 부리곤 한답니다. 다른 친구가 더 잘했다 싶으면 토라져 삐치기도 하구요. 선생님과 이제 조금 친해 졌다고 장난도 제법 심해져서 되려 선생님들이 아이들 골탕에 몸살을 앓기도 한답니다.
빨리 한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경쟁을 하기도 하고, 정답이 아닌데도 정답이라며 우기기도 하고, 때로는 한국어랑 중국어를 섞어 놓은 듯 한 요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빵 터진 적도 한 두 번 이 아닙니다. 4성이 섞인 중국어 발음이 쉽지 않다 보니, 선생님과 기싸움을 벌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고집 있는 아이들은 어딜가도 있잖아요~~ ^^
한국어도 잘하시고, 아이들 마음도 쏙쏙 잘 읽으시는 선생님들이지만 시도때도 없이 급변하는 녀석들 덕분에 속도 끓이신다나요? 잘 아시죠? 이맘때 아이들은 금세 토라졌다가 헤헤거리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떼를 쓰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어설픈 이야기로 고집 부리기도 하잖아요. 덕분에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중국어 선생님들의 좌충우돌 교사 활동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안산의 어느 기관에서는 “영차! 영차! 순무를 뽑아요!”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동화책에 나온 새로운 단어도 배우고, 동화구연도 듣고,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있는지 게임도 하고, 마지막으로 등장인물의 역할을 나누어 중국어로 동화책을 구연해 보는 역할극도 했습니다.
등장한 카메라 덕분에 욕심이 났는지 가위/바위/보까지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답니다. ^^
이 조그만 아이들, 그리도 좋을까요? 역할극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덕분에 선생님도, 아이들의 입가에도 함박웃음 꽃이 핀 수업이 되었습니다.
매주 20여권의 동화책과 학습지, 그리고 가르칠 교구들을 서울에서부터 1시간 30분~2시간 걸리는 전철과 버스로 실어 나르면서도, 아이들이 좋다며 한 결 같이 그 짐을 마다 않고 활동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은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것 뿐인가요. 한 달에 한 번씩은 아이들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서 어떻게 학습하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지난 한달 수업시간에 아이가 무얼 잘 했고, 잘 못했는지까지 꼼꼼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심히 아동의 교육 상황을 기록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업 시작 후 6개월이 지난 요즈음 수업시간이 되면 선생님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는 꼬맹이들도 제법 있고, 어설프지만 집에서 배워온 중국말을 쏟아 붓는 녀석들도 더러 생겼습니다. 집에서도 엄마랑 어찌나 연습을 했던지 이번 주에 나갈 책을 다 읽고 오는 녀석들도 있으니까요.
한글도 막 깨우쳐 가는 시기, 엄마나라 말을 배운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가정방문을 다니다 보면 어머님들 통해 아이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어머님께서는 예전에는 당신이 중국어를 사용하면 사람들 앞에 쓰지 말라고 보채곤 했는데, 요즘엔 “엄마 이건 중국어로 뭐야? 이건 뭐야?”하며 관심을 갖고 물어 본다구요. 자신의 말을 조금씩 알아듣는 아이들이 기특하다고 말씀 전해주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그것뿐인가요. 처음엔 엄마가 중국 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녀석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중국어도, 한국어도 다 잘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자랑하는 녀석들로 변했습니다. 이제 변화의 물꼬가 트인 듯합니다. 언어와 문화는 따로 일 수 없습니다. 또한 문화는 개인의 자긍심이요, 자아의 바탕입니다.
이 땅 어디에서도 다문화라는 이름이 차별이 되어 이름표로 남지 않을 수 있게 계속 노력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글 : 고명주 (다문화팀)
-사진: 권현정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