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HDP Nexus>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이 단어는, 인도적지원(Humanitarian), 개발(Development), 그리고 평화(Peace)의 첫 글자를 합친 줄임말입니다.
분쟁과 재난이 계속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넘어 마을이 스스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인도적지원 사업의 핵심입니다.
인도적지원은 비단 지금 당장의 도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뤄지는 일시적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스스로 평화를 지키고, 이어 나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행 중인 <HDP Nexus 사업>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일어설 힘을 지지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9월 21일,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세이브더칠드런과 KOICA가 그려가고 있는 특별한 평화의 여정을 전해드립니다.
간신히 피한 위험, 하지만 계속되는 삶의 위기
서아프리카 내륙에 있는 부르키나파소는 불안한 정세와 끊이지 않는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부르키나파소의 국내 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 IDP)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 대상지인 야드가(Yaadga)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국내 실향민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험을 피해 떠나왔지만, 진짜 어려움은 피난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실향민들은 불안정한 생계와 식량 부족, 아동과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 등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복합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해당 지역에 원래 살고 있던 주민들과, 제한된 자원을 두고 긴장과 갈등이 생기는 일도 빈번합니다. 어느 것 하나도, 쉬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일상을 회복하고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렇게 위험을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났지만,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 부르키나파소의 국내 실향민들이 정착한 지역에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난 2025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부르키나파소 야드가 지역 분쟁 취약 인구 및 지역사회 회복력 강화를 위한 HDP Nexus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드는 인도적지원
<HDP Nexus 사업>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인도적지원, 개발, 평화를 연결해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도 지역사회가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시급한 식량 문제, 위생과 보건 문제, 생계와 같이 국내 실향민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야드가 지역 역시, 식량 및 위생 키트를 배분하고, 생계를 지원하거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동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인식을 제고하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의 핵심은 '평화위원회' 활동입니다. 지역별 청소년, 여성, 지역과 종교 지도자, 지방정부 관계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주민 8명을 선출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위원회는 정기 모임을 통해 지역 내 갈등 예방 방안을 논의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세션을 운영합니다. 갈등이 발생하면, 이를 중재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 평화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인식 제고 세션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주민
지역 주민의 인식 제고를 위한 세션에서는 국내 실향민과 지역 거주민 간의 평화적인 공존을 목표로,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는 방안, 사회적 결속과 평화 구축을 위한 청년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다룹니다. 지금까지 야드가 지역 주민 1,282명이 참여했으며,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또한 위원회의 활동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식수원 접근, 조혼, 가정 내 갈등과 같이 공동체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조기에 식별하고 중재하여, 모든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를 합니다.
지식과 인식이, 실제 지속 가능한 변화와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직접, 지역의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서로를 이해하며 시작된 변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쉽지 않았어요.
우리는 낯선 사람이었고, 두려움이 컸습니다.
고향을 떠나 야드가에 정착한 실향민 파티마(가명) 씨는 낯선 환경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물을 나르거나, 밭일하며 생계를 꾸렸지만, 불안한 삶의 연속이었고, 아이들은 밖에서 차별받고 상처 입은 채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차가운 시선이 두려워 이웃과의 만남을 피하며 지내야 했습니다.
그런 파티마 씨에게 이웃은 평화위원회의 참여를 권했습니다. 주민들이 모여 화합을 이야기하는 곳이라는 이웃의 설명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망설임 끝에 시작한 위원회 활동을 통해 파티마 씨는 서로의 다른 생활 방식과 사정을 나눴고, 점차 마음이 열렸습니다.

▲ 자신의 평화위원회 활동 경험을 나누고 있는 파티마(가명) 씨
과거의 상처로 마음을 닫았던 파티마 씨는 이제 주변에 갈등이 생기면 먼저 대화를 권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변화가 다른 이웃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주위 이웃에게도 평화위원회의 활동과 참여를 앞장서 권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갈등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실향민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책을 찾아갑니다.
대화로 풀어가는 엉킨 실타래
야드가 지역 우프레(Oufré) 마을에서 활동하는 평화위원회 위원 압둘(Abdoul) 씨는 주민 간 갈등이 생겼을 때,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찾는 역할을 합니다.
해결을 위해 지역 대표, 종교 지도자 혹은 마을 원로와도 함께 지혜를 모으는 일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주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갈등이 생기면 위원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라며, 압둘 씨는 평화위원회 활동을 통해 달라지고 있는 지역의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현지 파트너 기관 AMMIE의 직원 라사네(Lassané) 씨 역시 '대화'가 가져온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상황과 어려움을 알게 되면서,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화위원회는 주민들이 서로의 현실을 솔직하게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 현지 파트너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사네
이어가는 평화, 이어지는 공동체
현지에서 <HDP Nexus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스테판(Stéphane) 씨는 평화위원회는 사업 이후에도 마을의 평화를 지켜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실향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급수시설을 두고 발생한 갈등이 평화위원회의 중재로 해결되는 등, 실제 눈에 띄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평화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주민
스테판 씨는 "아이들이 평화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에서 성장한다면, 그 경험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평화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경계하던 마음을 허물고 손을 건넨 파티마 씨처럼, 집을 잃은 이들에게 필요한 건 식량과 구호 물품뿐만 아니라 '우리'를 품어주는 공동체의 역할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위원회의 활동을 바탕으로, 긴장감이 감돌던 야드가 지역은 이제 조금씩 평화의 온기가 번져가고 있습니다.
평화는 단순히 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손을 잡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작은 일과 같이, 더 이해하려는 마음,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 이 모든 과정이 평화의 시작입니다.
갈등과 차가운 경계로 가득했던 야드가 지역은 이제 아이들이 마음 놓고 꿈꿀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오늘 심은 평화의 씨앗이 아이들의 내일을 밝히는 커다란 나무로 자라날 수 있도록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야드가의 이야기처럼, 전 세계 모든 아동이 평화로운 일상에서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글 이유민, 김주영(인도적지원·기후위기대응센터) 정리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