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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영화제 인터뷰 ②]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땐뽀걸즈> 이규호 선생님이 아이들 마음을 여는 법

국내사업 2018.11.15

조선소 불황을 주제로 다큐를 만들려던 KBS PD가 우연히 거제여상 땐뽀반 소녀들과 동아리 지도 선생님을 만나면서 탄생한 영화 <땐뽀걸즈>. 학교생활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땐뽀반만 오면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뀝니다. 소탈하고 정 많은 이규호 선생님의 지도 아래, 땐뽀걸즈는 함께 먹고 웃고 울고 연습하면서 각자 삶의 자리에서도, 무대에서도 멋지고 당당한 주인공으로 성장합니다. 여덟 소녀들과 이규호 선생님의 꾸밈없는 모습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영화가 11월 24일 아동권리영화제로 다시 찾아온다고 하네요. 관객들이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우리의 ‘규호쌤’도 같은 날 관객들의 대화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소통왕 규호쌤을 만나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선생님, 반갑습니다. 영화 <땐뽀걸즈> 개봉 당시 GV에 참여하시고 거의 1년 만이죠? 처음 관객들과 만났을 때 어떠셨어요?

마산에서 처음 GV를 갔는데 관객들이 너무 반가워하고 손뼉 치고 기분이 좋았죠. 관객들이 사인해달라고 GV 끝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관객들이 영화 본 뒤 질문하는데 영화만 보고도 제 생활을 너무 잘 아는 거예요. 우리는 그저 일상생활 그대로 했어요. 애들도 촬영하는데 잘 따라줬고 처음 땐뽀 시작하는 애들이 등장인물이라 더 재미있게 담겼어요. 서울 상상마당서 종영할 때도 GV 했는데 관객들과 대화도 잘하고 감동받고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아동권리영화제 이후에는 GV 안 하려고요. 저는 그저 평범한 교사이고 학교마다 동아리 열심히 지도하는 선생님들 많은데 이렇게 나서는 게 부끄럽습니다. 아동권리영화제는 선한 일인 것 같고 제가 GV로 참여하면 아동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한다고 했습니다. 


와, 영화 <땐뽀걸즈> 팬이라면 이번 GV 놓칠 수 없겠네요. 그렇지만 비공식적인 GV도 종종 하고 계신다고요(웃음).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영화를 보고는 저랑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만나니까 너무 반갑다고 하고 선생님들이랑 한 시간 대화 나누고 대답하니까 즐겁고 재밌더라고요. 

12월에는 함양에 있는 중학교 1학년 애들이 영화 보고는 저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연락 왔어요. 기다리라고, 시간 맞춰가겠다고 했어요. 애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어디든 갑니다.



영화 개봉하고 난 뒤 주위 반응이 어땠나요?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들이 진작 (영화에) 나왔어야 하는데 결국 나왔다고도 합니다. 20년간 똑같이 해왔으니까. 우리 대학 동기들이 65명 정도 되는데, 동기들이 “예전부터 (너 잘하는 거) 알았다”, “댄스는 규호가 최고다” 인정해주는데 참 고맙더라고요. 동기들 근무하는 학교에 공연하러 가고 레크리에이션 잘하는 친구가 와서 땐뽀 애들 화합하는 시간도 갖고 동기들하고 교류하며 잘 지냅니다. 도시는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만 촌은 없잖아요. 그 애들한테도 하나하나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 <땐뽀걸즈> 속 소녀들과 이후에도 연락하시나요?

현빈이는 사흘에 한 번, 예진이는 한 달에 한 번 연락 와요. 현빈이가 작년 겨울에 학교 축제 무대에서 선생님이랑 (땐뽀) 추고 싶다고 해서 남자 발이었는데 여자 발 가르쳐서 룸바를 췄어요. 그때 현빈이가 알바도 다하고 바쁜 시간 쪼개서 연습하고 노력 많이 했어요. (땐뽀 안하고 선생님 못 만났으면) 졸업 못했을 텐데 졸업시켜줘서 감사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이들 하나하나 다 잘 해주려고 하는데 늘 아쉬움이 남아요. 그중에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애들이 있어요. 예진이는 (제가) 신경 안써도 알아서 잘해요. 애가 똑똑해서 어딜 가도 길도 잘 찾고 맛집 찾아보라고 하면 반짝반짝해요. 뒤에서 땐뽀반 챙기고 선생님 챙겨주고 잘합니다. 영화에서 혜영이네 집 촬영을 안 했잖아요. 혜영이도 가정환경이 어려웠고 현빈이도 그렇고. 언제 ‘선생님 못하겠어요’ 하고 나갈지 모르니까 (형편이) 어려운 애들에게 신경이 많이 가죠.  

20년 전에 졸업한 제자들이랑 내일 저녁에 밥 먹기로 했어요. 제가 영화에서 ‘아줌마 되면 생각 안 나겠나’라고 했는데 아줌마 된 제자들이 체육대회 때 댄스 했던 게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20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하고 우리 애들한테도 알려줘야죠. ‘너희 선배들이 이렇게 지내다가 졸업하고 이렇게 살고 있더라’하고. 



땐뽀반은 어떻게 꾸리시는 건가요? 선생님이 체육 수업으로 땐뽀를 가르치다가 소질 있는 아이들을 모으는 거예요?

땐뽀는 동아리반인데 하고 싶은 애들이 와요. 오면 가만히 놔둡니다. 세 달 동안 지켜봐요. 땐뽀가 그냥 되는 게 아니거든요. 얼마나 힘든데. 인내력이 있어야 되거든요. 아이 스스로 달라지려는 노력이 보이는지 지켜봅니다. 1학년 말 되면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는데, 1학년 때 30명 들어오면 3학년 때까지 대여섯 명 남아요. 부모님이 (땐뽀) 하지 말라고 하던지 이래저래 이유가 생겨서 그만둡니다. 8명이 한 팀이 돼서 대회에 나가려는데 안 나타나면 안 되잖아요. 팀이 되기 위해서는 제가 아이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그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또, 댄스에 재능이 없지만 학교생활에 재미를 못 느끼는 아이도 함께 다니자고 해요. 시합 나갈 때 친구들 사진 찍어주고 챙겨주면서. 그러면 일단 학교를 다니니까요. 저는 댄스를 가르쳐서 아이들을 선수 만들고 대학 보내는 거 전혀 생각 안 해요. 학교를 다닐 때 아이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즐겁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 씁니다.  

소속감 있는 것과 없는 게 다르거든요. 우리가 어느 대회 나간다, 목표 가지고 연습하면 시간도 잘 가요. 땐뽀반 활동하다 보면 애들 스스로 ‘선생님 체면 생각해서 학교생활도 잘해야겠다’고 하면서 많이 달라져요. 제가 애들 출결도 챙기는데 지각, 조퇴, 결석도 안 해요. 학교에서 땐뽀 동아리를 지원해주고 학교 대표가 되니까 더 열심히 생활해요. 

아이들은 대회 참가해서 많은 관객 앞에서 멋진 표정으로 자기 인생에서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서 하는 거예요. 



선생님께 땐뽀걸스는 어떤 존재인가요?

공연할 때 애들이 자신감 있게 하는 거 보면 소름 돋아요. 우리 애들이 저렇게 변했나 싶고, 무대내려왔을 때 해냈다는 기분이 좋아요. 선생님이 이렇게 폼 잡아라 하면 믿고 따르고, 프로 선생님 모셔와서 가르친 후에도 이렇게 하는 거 맞냐고 저에게 다시 물어봐요. 선생님 실력 알아주고 믿어주고 따라주니까 먹을 거 사주는 거 안 아깝고 애들 연습 끝나고 집 데려다주면 두 시간 걸리지만 그런 것들도 힘들다는 생각 안 들어요. 

‘너무 힘들다, 오늘 쉬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도 댄스화 신으면 언제 아팠는지 몰라요. 그냥 해요. 참 신기해요. 수업하기 힘든 날도 아이들 눈이 초롱초롱하잖아요, 그럼 한 시간 금방 가요.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어떤 걸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댄스 공연하고 대회 나가면 근처 구경도 합니다. 춘천 가고 싶다고 하면 남이섬도 가보고 근처 맛집도 가고 그러다 보면 애들 생각이, 보는 눈이 달라져요. 사회생활에 미적분이 필요합니까? 진짜 필요한 건 경험이에요. 물론 대학 가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요. 우리 애들은 공부를 안 해서 못 하는 거지 못해서 안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업시간에 자는 건 관심 없어서 자는 거지, 자기 좋아하는 탤런트나 가수가 오면 자겠습니까? 바꿔서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는 거지 관심이 있는 건 절대 잠 안 자요.




선생님께서 아이들 지도하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성. 인성 중에서도 예절이죠. 그다음에 믿음이고. 어른이라고 깍듯이 대하는 그런 예절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이 반말하고 “이규호” 이렇게 불러도 저를 쉽게 보고 버릇이 없어서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라 친하니까 그러는 거예요. 안 친하면 절대 그렇게 못하죠.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제 얘기를 잘 들어줘요. 이렇게 하라고 하면 하고. 잘못한 것은 제가 확실하게 지적해요.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해요. 어떤 거 할 때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 항상 저에게 물어보고 하고요.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제가 교사 발령받고 댄스스포츠를 (교사) 연수로 접하고 나서 학원 다니면서 배워서 아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게 됐는데요. 춤을 가르쳤다기 보다 이걸 매개로 애들이랑 친해졌어요. 공부만 하면 안 친해지는데 댄스 가르치면서 밥도 먹고 정말 친해졌어요. 그러고 나니까 아이들이 먼저 ‘이런 일이 있었다’하면서 마음을 열어요. 너무 고맙죠. 땐뽀 동아리 하면서 같이 낚시도 가고 고기도 구워주고 해요. 제가 왜 아이들과 고기를 구워 먹냐면 친구 만나면 뭐 합니까? 밥 먹자고 하죠. 어떤 사람과 화해할 때도 밥 한 그릇 하자고 하잖아요. 같이 먹으면서 정이 오가거든요. 카레나 자장 만들어서 밥 비벼 먹든 라면을 삶아 먹든 같이 먹는 거예요. 야영도 가는데 하룻밤 자고 나면 애들끼리 친해져요. 우리 팀은 하나거든. 하나가 잘못되면 다 무너지니까 한 애가 문제 있는 것 같다 싶으면 다른 애들이 저한테 귀띔해줘요. 그러면 그 애한테 가서 얘기하고요.



영화 <땐뽀걸즈>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영화를 다시 촬영한다고 하면 선크림도 바르고 옷도 이쁜 거 입고할 텐데, 다 알아서 편집해줄 줄 알았는데(웃음) 그 부분이 아쉬워요. 어찌 보면 다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대회 수상 발표 보고 쫓아가는 장면이 기억나요. 즐거운 마음을 쫓아가는 모습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영화 <땐뽀걸즈>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아이들이 잠만 자는 모습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보고 문제아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것 버리고 주인공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좋겠어요. 어떨 때는 내가 현빈이다, 시영이다, 예진이다 생각하고 보면 주인공이 된 것 같이 동화되잖아요. 보다 보면 슬퍼서 울고요. 왜 학생들이 이렇게 행동하지,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 입장이 돼서 이해하며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에서 현빈이가 술 먹고 속이 아파서 밥도 못 먹는 모습이 나옵니다. 학생이 술을 먹으면  안 되지만 현빈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하죠. 애가 무슨 잘못을 하게 되면 그 이유를 알아야 돼요. 아무 이유 없이 그러지 않거든요.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그랬겠어요. 아무것도 못 먹고 댄스 연습하다 쓰러지면 어떡합니까, 밥은 먹여야 저녁에 아르바이트도 하죠. 현빈이가 한번 쓰러져서 병원 갔는데 올 사람이 할머니 밖에 없어요. 안타까웠죠. 저는 속을 편하게 해주고 싶고 밥을 먹이고 싶으니까 숙취해소제를 챙겨줬었죠. 

또 영화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애들처럼 ‘하면 할 수 있다’는 거. 공부는 꼴등일지 몰라도 생활은 꼴등 아니거든요. 뭐가 좋은지 다 알고, 맛있는 거, 슬픈 거, 나한테 잘 해주는 거, 나를 싫어하는 거 뭔지 다 알거든요. 애들한테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돼요. 고등학교 애들은 관심받고 싶어하거든요. 


어떤 분들이 영화 <땐뽀걸즈>를 보면 좋을까요?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보시면 좋겠어요. 각 학교마다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20년 전부터 (땐뽀반을) 하다 보니 알려졌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 동아리 맡아서 열정 가지고 노력하는 선생님들 많다는 것도 말하고 싶어요.





  김하윤(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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