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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고통받는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자 오아시스” -부산 온종합병원 윤미란 사회복지사
국내사업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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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만 아이들 384명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검사, 외래, 입원, 수술비 등 1인당 최대 100만원을 지원받아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질병이 의심되거나 아픈 상태인데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저소득가정 아이들과 이주‧난민가정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 지원은 바로 세이브더칠드런의 ‘검사 및 외래비 지원사업’입니다. 


부산의 온종합병원은 연 10~12명의 아이가 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그중 80%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지원금은 사실 연간 500만원 수준이라 더 많은 아이를 돕고 싶지만 부족한 상황입니다. 


부산의 초여름, 세이브더칠드런 협력병원인 온종합병원 가는 날, 시원한 비가 내렸습니다. 윤미란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병원 복도 한쪽에는 러시아, 네팔, 인도네시아에서 의료진들의 의료봉사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많았습니다. 


▲ 치료사례. 차민수 아동(가명, 7살) 조모, 엄마와 같이 살고 있으며 적응장애를 앓던 아이. 치료 초반에는 말도 하지 않고 타인과 의사소통이 힘들었던 상황. 규칙에 대한 이해가 없고, 산만했음. 현재 검사 및 외래비 지원을 받으며 3월부터 온종합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중. 현재 의사소통, 놀이 등 다방면에서 현저한 개선 있음.   




반가워요. 온종합병원은 오랜 세이브더칠드런 협력병원인데, 어떻게 업무를 담당하시게 됐나요? 특히 여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쪽 지원 비중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윤미란 원래 저는 장애인복지관에서 10년 일했고,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 장애인들을 대하면서 심리‧정신의학과 지원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 우리 병원에서는 5년차인데, 2016년부터 이 지원사업 협력업무를 하면서 정신건강지원 쪽으로 관심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검사 및 외래비 지원사업은 협력병원 선생님들의 전문성과 재량권이 많이 반영된 사업이며, 협력병원의 전폭적인 협조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사업은 왜 중요하고, 지속되어야 할까요? 

윤미란 이 일은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아동학대나 방임으로 정서적 문제가 생긴 아이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보통 만 3~5세에 발견돼요. 증상이 있어요. 눈맞춤 못하고, 언어지체, 규칙을 못 지킨다든가…. 이런 아이들이 방치되거나 학교에서도 그냥 유예되는 거예요. 즉, 초등 입학 전에 치료를 바짝 해야 한다는 거죠. 7세 이전에 반드시 치료가 이뤄져야 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치료받아야지만 이 아이는 구조되는 거죠. 세이브더칠드런 사업은 이런 아이들에게 ‘오아시스’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거죠. 

생각나는 아이가 하나 있어요. 원가정의 지지체계 자체가 없는 아이였는데, 도벽에 거짓말도 했어요. 그 아이의 자해시도는 ‘나를 봐달라’라는 외침이었어요. 그런데 학교도 안 가고 사회성도 기르지 못하고, 폭력성은 더 커지고, 돌봄을 받지 못하니 이 상태로 아이가 방치되는 거예요. 이런 사각지대의 아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그게 이유입니다.


정말 꼭 필요한 사업이란 걸 다시 느껴요. 몇 년간 열심히 일해오신 사회복지사로 주변에서 칭찬이 대단한데요, 세이브더칠드런과 일하면서 소감도 궁금합니다. 

윤미란 심리적, 정신적 문제로 고통 받는 아이들은 표가 나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면 치료라 생각 안 한단 말이죠. 그래서 지원도 전무하고 생소한 분야예요. 그런데 아동학대나 방임 등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겐 세이브더칠드런의 이 사업이 정말 중요한 거죠. 이마저도 없으면 정말 없는 거예요.     



그날 우리 지원사업으로 치료받고 있는 차민수(가명, 7살) 아동과 엄마가 내원해, 주치의 김상엽 의사선생님(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을 만났습니다. 민수 상태가 개선되어 병원에서도 기뻐하고 있는데, 그날도 민수 아동은 김상엽 의사선생님과 놀이치료도 하고, 기분도 좋아보였습니다. 



선생님, 어린 환자들에게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고 너무 열심히 하신다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 지원사업은 아동환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실 저희도 희귀난치성질환이나 긴급한 수술비 지원 등은 많이 접하지만, 외래 및 검사비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와닿지 않을 때가 있어요. 

김상엽 세이브더칠드런이 이 사업으로 아이들을 많이 지원하고 있지요.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선천적 어려움이나 장애보다 후천적, 환경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적절한 환경이 제공되면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아동학대나 방임, 문제적 가정과 부모라는 악조건 속에서 ‘지지체계 없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거든요. 먼저 정서나 행동에서 징후가 나타나요. 우울증, 공격성, 또래관계의 상실, 학교나 집단생활 자체가 힘들다든지요. 이걸 초기에 잘 치료해야 하는 거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지금’ 치료받는다는 건 어떤 면에서 필요할까요? 

김상엽 아이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 입는 경우가 많아요. 방임된 아이들의 경우, 부모나 주변의 관심이 나중에라도 지속되면 학업이나 자존감에서 진전이 있어요. ‘나도 소중한 사람이야’ 라는 걸 아이들이 알게 돼요. 방임이나 학대는 실제로 아이들의 잠재력, 지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요. 어느 정도의 지지체계가 있다는 것, 아이들에겐 그게 엄청난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예요. 

   

아, 정말 긴급수술 못지않게 이런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정신의학적 치료가 중요하단 걸 여기 오니 정말이지 확, 느낍니다. 

김상엽 아까 그래서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사업 덕에 이런 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가장 필요할 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그때를 놓치면 회복불가능한 출발기에서 다행히 치료의 기회를 누리는 거예요.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은 이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찾아내는 겁니다. 더 늦기 전에, 중요한 시기에 지속적 치료를 하면서 사회와 가정이 울타리,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청소년 2~30%가 어떤 형태로든지 정신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보통은 부모가 관심 갖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은 도움의 손길이 없어요. 절망적이죠. 


실제로 아이들이 몇 개월 치료로도 나아지나요? 

윤미란 4, 5개월 지나면 확실히 좋아지니까 보람 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론 사실 부족해요. 그래서 저희는 6개월 지원기간 지나면 지역사회연계를 통해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게 연결하고 있어요. 실제로 이 지원을 받은 아이인데, 원래는 학습이나 친구체계도 안 되어 있고 결석, 도둑질, 거짓말 등 문제적 행동을 보였어요. 그런데 치료받으면서 자기조절이나 정서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고, 긍정적인 행동이 많아지고 성취감도 느끼게 됐어요. 그 결과 꿈이 없던 아이가 꿈을 가지게 됐죠.(웃음) 



대개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윤미란 치료는 먼저 의사-아동환자 면담을 해요. 아이를 먼저 만나요. 그 후 보호자나 주변인 정보확인, 검사로 진행해요. 아이들 이야기를 우선으로 들으면서 면담치료를 기본으로 하죠. 그 후 아동 특성을 분석해 치료계획을 세워요. 자폐증이면 약물치료를 한다든지, 심하면 심리검사와 약물을 병행한다든지. 언어문제면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연계한다든지, 사례별로 달라져요. 이때 보호자 상담도 필수예요.  


그간 기억에 남는 기쁜 일이나 보람도 나눠주세요. 

윤미란 아무래도 제겐 첫 케이스라 특별한 일이었는데요, 선천성 심장판막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있었어요. 온종합병원에서 심리검사를 받았는데, 사회성과 또래관계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6개월 간 지원받았죠. 예전엔 집단생활, 학습능력, 의사소통능력도 많이 떨어졌는데 지금 유치원에 잘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억수로 좋아해요.(웃음) 

당시 세이브더칠드런과 지원방법을 같이 고민하다가 이 사업의 지원을 받게 된 아이였는데, 꼭 지원받게 해주고 싶어서 제가 세이브더칠드런 담당자 유대규 과장과 통화도 진짜 많이 했지요. 결과가 좋아서 함께 기뻐하고 있죠.(웃음) 

보람이라면 이젠 지역사회로부터 이런 아이들을 지원해달라는 의뢰를 저희 병원이 많이 받는다는 것, 즉 이 사업이 많이 알려진 거라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이고요.  

  

아쉬웠던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더 필요한 지원은 어떤 것일까요?

윤미란 매년 있죠. 작년에 지적장애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남매 사례도 그랬어요. 고생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는데, 갑자기 가정에 더 큰 문제가 생겨 치료가 중단될 때…, 그땐 정말 속상해요. 

더 필요한 건, 사실 간단해요. 심리치료나 정신건강의학 치료인 경우, 지원기간이 현재 6개월보다 더 늘어났으면 좋겠고, 지원예산도 규모가 더 커졌으면 합니다.


전문성을 유지하는 개인적 노력도 궁금해요. 

윤미란 사회복지연대나 유관기관 네트워크에 많이 나가요. 사례 아동의 치료에 있어서 제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실제 이런 방법은 필요한지 아닌지 많이 고민해요. 드림스타트나 유치원 선생님들과도 많이 대화를 하고요. 


나중에 어떤 사회복지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윤미란 그냥 그분들이 힘들 때 제 이름이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살아가면서, ‘아, 그때 누구 때문에 우리 OO가 괜찮아졌지’ 하는 마음이 들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요.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부모님이나 교사는 기억하겠죠. 또 ‘온종합병원 가면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 마음이 들면 좋겠어요. 그것 만으로도 아이들 사례가 ‘발굴’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찾아오게끔 하고, 사람들 입에서 ‘거기 가서 우리 아이가 잘 치료받았다, 멋진 병원이다’, 하면 좋겠습니다.(웃음)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님들에게 소감 한마디 나누신다면? 

윤미란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후원자들, 후원금으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요. 아이들 인생이 바뀌어요. 특히 만 5~7세 아이들에겐 인생의 구세주나 다름없는 거예요. 후원해주셔서 우리 꼬맹이들을 대신해서 너무 감사드려요. 아까 보신 민수, 처음 우리 병원 왔을 때, 말 한마디 안 하고 수족관 물고기만 봤어요. 말 걸면 도망가고요. 그런 아이가 이젠 웃기도 하고 제 뺨에 뽀뽀도 해줘요, 많이 나았어요. 감사의 마음,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윤미란 선생님은 자신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상처 입고 마음을 다친 아이들을 보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런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같은 병원 사회공헌팀장 김명남 선생님은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에게 귀하고 현장에서도 각광받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관련된 모든 분들이 진심과 마음을 다합니다.”라며 고마워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도움을 확보하기 위해 반나절 내내 쫓아다니는 윤미란 선생님, 더 많은 아동환자의 치료를 위해 때론 새벽까지 일을 한다고 주변에서 말하는 김상엽 선생님, 온종합병원에서 만난 이분들은 아이들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헌신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의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엔 이런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늘어가는 ‘지역의 엄청난 요구’가 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그 의료현장에서의 뜨거운 성원과 감사를 우리 후원자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후원자님들의 지원에 힘입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이선희(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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