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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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모자’ 할머니가 있잖아요
사람들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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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모자' 할머니가 있잖아요

 - 5년째 '신생아모자' 수정 자원봉사 김정순 씨


15kg 캐리어를 끄는 여자, 김정순(70) 씨는 서울 독산동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있는 광흥창역까지 한 시간 지하철을 타고 옵니다. 그 안엔 신생아 털모자가 한 가득입니다. 뜨개질 솜씨 때문에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엄두가 안 난다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뜨개 달인’ 자원봉사자 김정순 씨가 이태리 장인 뺨치는 솜씨로 한 땀 한 땀 고쳐 아기들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왜 그걸 캐리어로 운반하는 걸까요? “우편으로 부치면 돈 들잖아요. 배송비도 아껴서 아이들 도와야죠.”
 


 1660시간, 지난해 김정순 씨가 모자를 고친 시간입니다. 기록한 시간만 그렇습니다. 한 시간 당 보통 모자 한 개씩을 수정합니다. 뜨개방을 25년 운영한 솜씨입니다. “조금 미워도 웬만하면 원래 모양을 살리려고 해요. 예쁘게 만들고 싶었던 후원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줘야 하니까요. 그래도 때로는 단 빼고 새로 짜야 하기도 해요. 좀 더러워지거나 곰팡이 난 것들은 빨고 소독해서 짜요. 허리, 어깨야 아프죠. 그래도 이 일을 하는 게 즐거워요.”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이 마무리에 들어가는 3월 말께가 되면 김정순 씨는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한 개라도 더 고쳐 보내야죠.” 


김정순 씨가 끈이 짧은 신생아 모자를 고치고 있습니다.



 8년째입니다. 김정순 씨가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과 인연을 맺은 건 시즌 2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금천구자원봉사센터에 수화를 배우러 갔다가 거기서 모자뜨기 캠페인을 알게 됐어요. 처음엔 기계로 돌리면 되지 왜 저걸 다 짜고 있나 그랬죠. 짜다보니 한땀 한땀 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매년 300여개씩 짰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김정순씨 옆에서 모자를 같이 떴던 손주가 이제 중학생입니다. “손주는 아직도 일 년에 한 개씩은 짜요. 선수가 다 됐어요.” 


 그냥 모자를 떠 보내는 걸로는 모자랐나봅니다. 5년 전부터는 자원봉사까지 뛰게 됐습니다. “처음엔 컴퓨터 업무 보조를 왔는데 그때 보니 고쳐야할 모자들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수정작업을 시작하게 됐죠.” 지난해부터 모자뜨기 초보자를 도우러 강습도 나갑니다. 


 따지고 보면 뜨개질은 따뜻한 동반자였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였습니다. “어머니가 돌복을 만들어주셨는데 정말 예쁜 거예요. 그래서 배웠죠.” 1997년 IMF 위기가 닥쳐 가정 살림이 어려워졌을 때도 그를 위로했던 건 뜨개질이었습니다. “살림에 보태려 뜨개방을 시작했죠.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재미도 있었어요.” 2년 전 심장병을 앓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김정순 씨는 신생아 모자뜨기에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난 자리가 크죠.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식을 볼 때.... 편안한 곳으로 갔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은 신생아들을 위해 뜨개질을 하는 김정순 씨, 이전에는 노인을 돌봤습니다. 예순이 넘어 시작한 자원봉사입니다. “말기 환자들을 돌보기도 했는데 작별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나도 같이 아프더라고요.” 지역 할머니들도 챙겼습니다. “한 할머니는 잊히지 않아요. 정말 기력이 없는 할머니였는데 제가 가면 사탕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셨어요.”
 저녁 7시께 어스름이 내리면 김정순 씨는 스르륵 잠이 듭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여전히 캄캄한 밤입니다. 밤 12시30분~2시 사이 그때부터 털실을 잡습니다. 지하철에서도 손이 쉬는 일이 없습니다. “이 일을 80살이 넘어서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단이 너무 짧았던 모자에 물결무늬 단을 연결했습니다.


글,사진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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