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희는 아동의 안전을 지금,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람들
2016.07.22
공유하기

[현장 이야기 03]
 


저희는 아동의 안전을 지금,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박진석 팀장 인터뷰
 

 

“현재 아동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희는 지금 아동의 안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응급조치가 필요합니까? 신고접수, 완료됐습니다!”
—현장조사팀 신고접수 전화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란 곳이 있습니다. ‘아동보호’를 하는 곳입니다. 슬프게도, 학대로부터입니다.
2015년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는 8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세상의 차가움으로부터 쉴 수 있는 곳, ‘집’에서입니다.


아동의 안전과 보호, 세이브더칠드런이 꾸준히 지켜온 가치입니다. 2016년 한 해, 세이브더칠드런은 학대피해아동과 가족 7,800여 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와 싸우는 최전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박진석(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 팀장을 만나, 상담원들의 치열한 하루를 지켜보았습니다. 학대피해아동 사례파일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사무실, 경찰과 초동조치를 확인하거나 법원 담당자들과 주고받는 전화가 하루 종일 숨 가쁘게 이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조사를 위해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긴급출동합니다.



2015년 우리나라 아동학대 신고 19,208건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아동보호전문기관 5곳) 아동학대 신고 2,473건,
그중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건수 1,518건
2016년 상반기 현장조사 354회(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 1곳)
2016년 월평균 현장출동 60회(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 1곳)



아동학대 신고접수뿐 아니라 현장출동, 현장조사, 그 이후 사례관리까지,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곳.

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입니다.









 

어떤 계기로 상담원이 되었나요? 또 상담원은 어떤 자격이나 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저는 이제 6년 7개월차 상담원입니다. 대학생 때 선배 영향으로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됐고,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상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어 이 길을 선택했지요.
상담원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소지자여야 하고, 아동발달심리 분야의 지식을 갖추었거나, 활동경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또 아동의 권리증진에 앞장설 수 있는 사람으로, 열정과 포부가 있고, 책임감과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신속한 판단력이 있으면 더 좋죠.(웃음)



최근에는 어떤 현장조사가 많나요?


우리 기관은 부천과 김포지역을 관할해요. 올해 7월초까지 이미 354회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니, 월평균 60회 정도 현장에 나갑니다. 부천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곤 할 수 없지만, 월말이나 목, 금요일엔 신고가 밀려요.
아동학대는 신체, 정서, 방임, 성학대 등 유형별로 나뉘는데, 부천의 경우는 중복학대(신체․정서학대) 신고률이 38%로 가장 많아요.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되는 사례죠. 최근엔 성학대 피해아동의 피해상황과 안전을 방관한 보호자의 방임 사례도 있었고, 교사의 체벌이 신고된 사례도 있어요.



신고접수 후에는 처리절차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일단 신고접수가 들어오면, 기관회의를 통해 현장에서 어떻게 조사하고 아이를 조치할 것인지 논의합니다. 개입방향 논의죠. 그리고 경찰과 동행해 상담원 2인 1조로 현장에 나가 아동과 가족, 주변인, 학대행위자 조사를 해요. 응급상황에서는 즉시 현장에서 아이를 보호조치할 때도 있어요. 이후 학대 사례에 해당되는지 아닌지를 기관에서 판단하고, 학대로 판단되면 사례관리를 통해 아이와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학대가 일어난 시점부터 아이가 다시 학대받지 않도록 점검하고, 학대후유증으로부터 가족과 아이 모두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심리검사, 심리치료, 상담, 교육을 실시하는 거예요. 이후 학대의 위험성이 없어지면 종결 후에 최소 3개월간 사후관리를 진행합니다.



다른 사례관리와 비교해, 학대피해아동 사례관리는 어떤 점이 달라야 하나요?


유독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다른 점은, 개입에 대한 거부와 저항이 심한 학대행위자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그들을 설득하거나, 때론 강제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다른 점이죠. 이젠 아동학대 처벌규정이 법으로 되어 있으니까 학대행위자, 학대가정에 형사고발이 아니더라도 사법절차를 거치게 할 수 있어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목적은 바로 아동학대를 없애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아동이기 때문에, 아동의 자기결정권과 이익을 최대한 고려한 접근방식이어야 한다는 점도 다르죠.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힘들거나 아쉬운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국의 모든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24시간 전화응대를 하기 때문에, 순번제 당직자가 있지요. 응급상황에 대비해 출동대기 하니까 퇴근 후나 주말에는 개인활동에 아무래도 지장이 있긴 해요. 또 현장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갑작스런 경조사에도 관할지역을 벗어나기 어려워요. 신고전화가 없을 때도 늘 대기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신고에 노심초사하는 불안과 부담감 역시 이겨내야 할 과제예요. 상담원이라면 다들 경험하는 상황이지요. 저는 당직 전화기를 들고 들어가 샤워한 적도 있어요.(웃음)
그리고 늦은 현장업무, 가정방문이나 행정처리 업무로 장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저는 이젠 익숙해졌지만, 처음에 상담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학대행위자로부터의 위협이나 욕설이에요. 결국 우리의 일이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인내심을 갖고 이겨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지요.







■ 사례 하나_수현(가명) 이야기
학대유형: 신체학대․정서학대
학대자: 친부
신고내용: 2010년. 친부에게 구타당한 후 밖에 나온 여아를 경찰이 보호한다는 신고접수.
개입과정과 내용: 심한 외상을 입었으나 보호자 동의를 받지 못해 치료가 불가해 경찰에 의뢰, 보호받음. 친부의 상습폭행으로 아동이 가정복귀 거부, 이후 청소년쉼터로 격리조치. 이후 1년간 심리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찾아, 원가정에 복귀. 현재까지도 기관을 찾아와 진로와 고민상담을 하며 내년도 대학입학 준비중.


■ 사례 둘_정미(가명) 이야기
학대유형: 신체학대․정서학대
학대자: 친모
신고내용: 2012년. 친모에게 맞은 여아가 온몸에 멍이 들어 응급실에 실려 왔다는 신고접수.
개입과정과 내용: 지속적인 친모의 학대정황 발견.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밤새 아동 폭행. 장 파열과 온몸 피멍으로 후송조치. 1주일간 긴급의료조치 후 아동은 그룹홈에 입소. 1년간 심리치료 진행, 안정적이 되어 현재는 원가정 복귀를 목표로 가족과 주기적으로 교류중. 친모는 법원으로부터 상담, 교육 수강명령을 받아 최근 부부상담, 자녀양육법 교육을 받고 있음. 부모는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느꼈고 반성중이며, 올해 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위해 노력중



 




현장조사의 경우, 경찰과 동행한다고 하는데, 예상 못한 돌발적인 상황이 많겠어요.


이젠 아동학대특례법을 근거로, 경찰과 함께 현장에서 초기대응 하거나, 조치결정이 이뤄지는 상황이 늘었어요. 그래서인지 저항하고 거부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던 이전보다는 행위자가 잘못을 수용하고 기관 개입에 협조하는 모습도 많아졌어요. 현장에 갈 때의 부담감이 전에 비해 많이 줄었으니 다행이죠.
사실 아직까지도 학대와 체벌의 경계가 모호하고, 가정에서의 훈육과 체벌이 범죄나 학대일 수 있다고 인식하는 수준까지는 우리 사회가 이르지 못했어요. 10건이 신고 되면 그중 3~4건이 아동보호사건 범죄에 해당되는 게 현실이에요. 정말 심각한 사례도 종종 보게 되고요.



현장출동 후 학대가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어떤 조치나 프로그램을 취하게 되나요?


우선 현장조사에서 아동의 피해 정도에 따라 판단해요. 학대의 경우,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행위자에 대한 제지, 임시조치가 이뤄집니다. 이후 법원의 권한으로 접근금지나 퇴거, 상담과 교육 수강명령 등이 행위자(부모)에게 내려지고, 이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행위자 모니터링, 상담, 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이 경과보고를 법원에 제출합니다.
그래서 가족과 아동이 1주에 몇 번 이곳을 방문해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요. 오늘도 몇 분 오셔서 상담을 받고 계시네요.
사실 현장조사 단계에서는 상담보다 조사 개념이 크지만, 결국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이라 상담원 본연의 일은 ‘상담’입니다. 아동과 가족의 이해와 생각을 반영해 상담원이 상담을 진행하고, 또 심리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심리치료사가 맡아요. 즉, 아이와 가정 특성에 맞게 상담과 치료를 실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 사례 셋_현진, 현호(가명) 이야기
학대유형: 방임
학대자: 친부모
신고내용: 2015년. 집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다는 신고접수.
개입과정과 내용: 부엌과 거실이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로 가득해 아동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부적절하다는 판단. 가정환경이 정리되고 부모가 상담을 통해 개선될 때까지 아동들에 대한 안전조치로 시설입소 진행. 부모양육코칭, 가정환경 모니터링 실시중. 상담과 교육 후 부모가 개선되어 현재는 이사, 가족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거주중.


■ 사례 넷_경진(가명) 이야기
학대유형: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성학대
학대자: 친부
신고내용: 2015년. 아동성학대 신고접수.
개입과정과 내용: 수차례 아동성학대 정황으로 경찰과 협조해 아동을 행위자로부터 분리조치. 친부는 재판 이후 징역, 성폭력교육 이수결정 받음. 아동은 심리치료를 받으며 (이혼한) 친모와의 안정적인 생활을 준비하며 교류중.


■ 사례 다섯_은아(가명) 이야기
학대유형: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학대자: 친부
신고내용: 2015년. 친부가 음주 후 아동을 위협,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는 내용으로 본 기관에 신고접수.
개입과정과 내용: 친부의 폭행, 자해협박 등으로 아동은 청소년쉼터로 보호조치. 성학대로 친부 구속. 친부는 재판 후 친권상실판결 받음. 아동은 현재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그룹홈에서 안정적으로 생활중.







상담원으로서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작년 어린이날, 부천시장 공로상을 수상했는데, 개인적으로 꽤 뿌듯했던 기억입니다. 상담원이 느끼는 보람은 공통된 점이 있어요. 학대로 고통스러워하던 아동과 가정이 변화하는 것, 이걸 우리가 실현시켰다는 것이죠.
모든 가정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는 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는 아동학대 전문상담원으로서 사명감이 있습니다. 한 가정이라도 우리가 열심히 뛰어다니는 만큼 아이의 삶이 변화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게 바로 우리, 상담원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사실 힘든 상황을 매일 목격해야 하는 일입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더 해주세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의지나 열정만으론 분명 한계가 있어요. 상담원으로서의 단단한 자부심을 가지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 또한 필요해요.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면 언론이나 시민들, 다양한 곳에서 ‘너희는 그동안 대체 뭘 했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놔뒀냐?’ 소리 높여 비난할 때가 많아요.
또한 이곳에 접수된 아이들이 모두 우리에게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는 말도 못 들을 수 있어요. 불안정한 상황에서 부모와 분리되어야 할 때, 아이 입장에선 그게 절대로 원치 않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는 그 과정에서 우리를 만난 게 불행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이 안정되어 아동이 원가정에 잘 복귀했던 사례는 자주 있어요. 그러니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상담원들은 더 크게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장에서 아동학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해요. 가정회복은 어려운 과정이나, 1년 정도면 성과가 보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바로 우리가 버티는 힘이고, 아이들의 삶을 위한 길입니다.











‘처음에는 현장을 직면하는 일 자체가 용기였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어른도 두려운 욕설, 폭력, 위협, 분노. 가정이란 공간에서 행해지는 이 아픈 일을 아직 여린 아이들이 겪으며 살아가는 현장에 상담원들이 있습니다. 아동의 삶과 가정의 리모델링, 이것이 바로 상담원들이 버텨내는 ‘존재의 이유’입니다.
아동학대라는 지옥의 시간을 통과하는 아이들 옆에 이들이 있습니다. 전화를 걸고, 또 걸고, 고통받는 아이에게 말을 하고 또 하고, 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하면서.



이선희(후원관리부) | 사진제공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