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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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따스한 연결고리
사람들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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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따스한 연결고리



11월 말, 이화여대 대강당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에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고 있는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의 미니 모자가 장식돼 있다는 제보가 입수됐습니다. 이 귀엽고 앙증맞은 미니 모자를 뜬 주인공은 이화여대 국제학부 2학년 김혜빈 씨. 그녀는 이화여대 레지덴셜 칼리지(이하 RC)에서 1학년 RC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미니 모자는 RC 후배 50명과 함께 모자뜨기 캠페인에 보낼 조각담요를 뜨던 중 함께 뜬 것이라고 하는데요,




미니모자와 담요, 그리고 선후배 사이에 한 올 한 올 엮인 아름다운 사연을 김혜빈 씨와, 역시 멘토로 그녀와 함께 이번 조각담요 뜨기에 참여한 사회과교육과 2학년 안혜빈 씨를 만나 들어보았습니다.





1학년 후배들을 위한 시작, 선배들의 도전이 되다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화여대 RC 1학년 학생들은 각각 관심에 따라 회장단, 운동, 학술, 협력 분과로 나뉘어 집니다. 이들에게는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활과 분과활동을 옆에서 따뜻하게 코치해 주는 선배 멘토들이 있습니다. 이 멘토들을 'RC 어시스턴트'라는 의미로 'RCA'라고 부르는데요, 김혜빈 씨와 안혜빈 씨 모두 협력 분과 RCA로 후배들과 함께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중 ‘조각담요 뜨기’를 해보자고 기획했습니다.


안혜빈(이하 안): 모자뜨기는 약간의 기술도 있어야 돼서 1학년 학생들이 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RC가 공동체 의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혼자 뜨는 모자보다는 같이 조각담요를 뜨고 이걸 하나의 담요로 함께 완성하는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기획하게 되었어요.


이번 기획으로 난생 처음 뜨개질을 해봤다는 김혜빈 씨. 당장 후배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가며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한다는 책임감은 그녀의 도전의식에 불을 붙였습니다. 집 근처 뜨개방을 다녔을 정도로 열심히 뜨개질을 배우다보니 '미니모자를 한 번 떠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김혜빈(이하 김): 1학년 후배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려면 먼저 제가 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실도 많이 날려 먹고 고생 많았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개인적으로 욕심이 생기는 거에요. 조각 담요는 계속 겉뜨기만 하는데 한 친구가 자기가 미니 모자를 한 번 떠봤다고 가져왔더라고요. 그걸 보고 '저걸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들어 하나씩 뜨게 됐어요.


처음 미니 모자 하나를 뜰 때 3~4시간 걸리던 시간은 점점 짧아서 30분으로 줄었고, 김혜빈 씨는 한 달 만에 무려 100개의 미니 모자를 완성했습니다. 이 미니 모자는 이화여대 대강당 벽면과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돼 연말,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뜨개실을 통해 이어지는 마음


1학년 후배와 선배들은 2주마다 화요일과 목요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기숙사에 일명 '뜨개방'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가 낯설고 서먹서먹했지만 이런 마음을 금세 풀어주었던 것은 바로 '뜨개질' 이었습니다. 어느덧, 이 뜨개방은 기숙사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김: 처음에는 서로 잘 모르다보니 엄청 어색했어요. 진짜 말없이 뜨개질만 하는? 그러다가 저희들이 후배들에게 말을 걸면 긴장도 풀어지고. 동네 뜨개방을 보면 아주머니들이 도란도란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점점 그런 뜨개방같은 분위기가 된 거에요. 원래는 밤 10시까지인데 친구들이 11시가 됐는데도 안 갈 때도 있고요. 나중에 후배들이 활동 소감 발표할 때 뜨개방이 정말 좋았다고, 내년에도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아예 뜨개방 공간이 따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안: 저희 선배들도 좋았어요. 사실 후배들과 일대일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여러 친구들이 오니까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이름을 알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고…...그런 면에서 좋았어요.


뜨개질이 처음인 후배들은 아무래도 서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은 끝까지 후배들을 격려해가며 드디어 조각 조각이 모두 이어진 담요 세 채를 완성했습니다. 50명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이 담긴 뜻 깊은 결과물이었습니다.




김: 아무래도 개인차가 있다보니 정사각형 모양으로 떠야 하는데 사다리꼴이 되어있고 그런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은 '언니 어떻게 해요' 하면서 굉장히 속상해해요. 물론 완벽한 정사각형 모양의 담요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추구한 건 한 사람 한 사람이 같이 한 걸 하나의 담요로 담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도 포기하지 말라고, 누군가는 너의 짝이 되어줄 조각 담요를 만들거라고 했어요.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그 모양의 짝이 되어줄 삐뚠 모양의 조각 담요를 떠요.




대학생. 뜨개질을 통해 나눔을 시작하다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8'을 통해 모인 모자와 조각담요는 아프리카 우간다와 에티오피아,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에 보내져 신생아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쓰입니다. '나'를 위한 뜨개질이 아닌 저 멀리 나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활동이라는 사명감은 50명의 대학생들이 바쁜 대학생활 속에도 조각 담요를 완성하게 한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안: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열심히 뜨다가 중간에 좀 해이해졌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끝까지 뜨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는 예전 중학교 때 처음 뜨개질을 배울 때 목도리를 떠야겠다고 도전했다가 결국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었는데요, 이 조각담요는 왜 떠야 하는지 이 담요가 누구에게 전달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과정 하나하나가 눈에 보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 처음 자신의 시간을 기부해 본 경험은 그냥 돈만 기부했을 때보다 조금 더 뿌듯하고,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김: 저는 그 동안 돈을 기부해본 적도 없고 딱히 재능을 기부해본 적도 없었어요. 이렇게 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해 사실 모든 게 다 처음이었죠. 그런데 저의 시간을 기부하고 그 시간을 통해 결과물이 생기고, 그게 아이들에게 전달되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제 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깝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제가 하도 서투니까 ‘왜 그걸 요령 없게 뜨고 있냐’, ‘잘 뜨는 사람들한테 부탁해라’는 이야기도 많이 하셨는데요, 그래도 저는 제 시간을 꿋꿋하게 투자하고 싶었어요. 돈만 내는 것보다 그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곧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따뜻한 온기가 될 이 조각 담요. 학생들이 전하고 싶은 건 조각 담요 한 올 한 올에 담긴 응원의 마음입니다.


안: 이 담요를 덮게 될 아이들이 나중에 건강하게 자라서 아기 때 덮었던 담요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보내진 것을 알게 되면 조금 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화여대 학생 50명의 소중한 마음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신생아와 엄마를 위해 전달될 예정입니다. 학생들의 바람처럼 이 아기들이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느끼며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 사진 신은정(커뮤니케이션부)





신생아와 산모의 생명을 살리는 후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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