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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기능성 신생아 모자, 누구 생각이었을까요?
사람들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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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기능성 신생아 모자, 누구 생각이었을까요?
- 빨간 줄무늬 모자를 제안한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들

“모자뜨기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지난 8월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뜨기 팀 앞으로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민족사관고등학교 2학년 류한슬, 임채원, 성시윤입니다.
저희는 모자 뜨기 캠페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저희의 실험 주제가 어린 아이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연락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실험 주제는 '색깔과 무늬에 대한 파리 유인 정도 탐구'로,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가 파리 퇴치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빨간색 줄무늬가 흰색 민무늬보다는 약 70% 퇴치 효과가 뛰어났습니다.

이 결과를 이용해서 아이들을 위한 모자에도 빨간 줄무늬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체온 유지도 중요하지만, 파리로 인한 전염병과 환경 오염도 아이들의 건강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연구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파리는 장티푸스부터 콜레라, 이질 등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기의 체온을 지키는 신생아 모자가 이런 파리를 쫓아낸다니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방법’ 아닐까요?

 
그림/ 빨간 줄무늬의 파리 퇴치 효과를 소개한 모자뜨기 캠페인 안내 책자                                      

세이브더칠드런은 모자뜨기 캠페인 참여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제안을 해준 학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이번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 7의 안내 책자에도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 7의 시작을 앞둔 시월 어느 주말,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류한슬, 임채원, 성시윤 양을 만나고 왔습니다.

파리 쫓는 빨간 줄무늬의 탄생 비화


사진/ 파리를 퇴치하는 색과 무늬를 연구한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 류한슬, 성시윤, 임채원 양(왼쪽부터).
          수 차례 반복한 실험 끝에 빨간 줄무늬가 파리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힌 이들은 신생아 모자에
빨간 줄무늬를 활용할 것을 세이브더칠드런에 제안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연구 결과가 모자뜨기 캠페인 안내 책자에도 실렸는데요,
    책자를 직접 본 소감이 어떤가요?
임채원(이하 임): 감동이었어요. 이메일을 보내면서도 저희 연구를 중요하게 봐주실 거로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성시윤(이하 성): 저는 이 글 읽으면서 우리 학교 선생님 한 분이 떠올랐어요. 그 선생님께서는 학교를 돌아다니시면서
                       쓰레기를 하나씩 주우시거든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거 하나씩 주워서 뭐하나?’라고 생각했었는
                        데, 사실 있던 쓰레기가 없어지는 변화잖아요. 그 작은 변화가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요. 저희
                        연구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작은 변화이지만 더욱 큰 변화로 이어지는 발판이 되면 좋겠어요.

Q. 빨간 줄무늬가 파리를 퇴치한다는 연구 결과가 흥미로운데요.
    이런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지,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해요. 힘든 일은 없었나요?
임: 얼룩말 무늬가 파리를 퇴치한다는 기사를 보고 ‘그렇다면 어떤 색 어떤 무늬가 파리를 유인하고 퇴치하는 데 가장
     좋을까?’란 의문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파리를 유인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실험 때마다 방법을 바꾸어가며 여러 차례 실험을 해야 했어요.
     한 번은 플라스틱 용기에 색지를 붙여도 보았다가, 시중에 파는 파리 패치처럼 만들어도 보기도 했어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했던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류한슬(이하 류): 장소도 바꾸어가며 했어요. 학교 쓰레기장과 야외 조리시설에서도 하고.
성: 저희 집에서도 했어요. 저희 집에 초파리가 유난히 많았거든요. 힘든 일은 아니었는데 실험 소재가 파리이다 보니,
     죽은 파리를 보고 만지고 세고… (웃음) 달갑지만은 않았죠.


사진/ 민족사관학교 학생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자원활동가 김정순 님이 만든 빨간 줄무늬 모자.          
  학생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빨간 줄무늬 모자는 무늬 없는 모자보다 최고 70%까지          
파리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Q.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죽은 파리를 세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네요.
    그렇게 얻어낸 결과는 어땠나요? 설명 좀 해주세요.
류: 먼저 무늬와 색깔을 나누어서 파리가 모이는 정도를 관찰했어요. 흑백으로 무늬만 다르게 놓고 실험해보니
     동그라미 무늬에 파리가 가장 많이 모이고 줄무늬에 가장 적게 모였어요. 색만 놓고 보았을 때는 파란색에 
     가장 많았고 빨간색과 흰색에 가장 적게 모였지요. 
     그래서 ‘파란 동그라미 무늬가 가장 유인 효과가 클 것이다’란 가정을 세우고 파란색으로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실험 했더니 역시나 파란색 동그라미 무늬에 가장 많은 파리가 모이더라고요.
     반대로 빨강과 흰색으로 여러 무늬를 만들어 확인했더니 빨강과 흰색 줄무늬에 가장 파리가 적었어요.
임: 흰색 민무늬 바탕에 비해 빨강-흰색 줄무늬가 파리를 70% 정도 퇴치하는 효과가 있어요. 하얀 바탕에 100마리 
     앉으면 빨간 줄무늬에는 30마리가 앉는다고 볼 수 있어요.

Q. 이런 결과를 신생아 모자에 적용할 생각, 세이브더칠드런에 제안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건가요?
성: 어릴 때 TV를 보는데 아프리카 아이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파리가 아이들 눈가에 앉았는데 파리가 너무 
     많아서인지 배가 고파 힘들었던지 아이들이 파리를 쫓지 않더라고요. 이 연구를 하다가 그 모습이 생각나서  
     ‘옷이나 담요를 줄 때 빨간 줄무늬로 주면 파리가 안 붙지 않을까?’란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그 말을 듣고
     “그럼 신생아에게 모자를 보내는 세이브더칠드런에 제안해보자”고 하셨지요.

나눔이 키운 아이들


사진/ 민족사관고등학교 류한슬(18), 성시윤(18), 임채원(18) 양(왼쪽부터). 세 학생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파리를 퇴치하는데 효과적인 빨간 줄무늬를 신생아 모자에 적용해보길 제안했습니다.

Q. 이전에도 세이브더칠드런과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임: 그럼요. 저는 이전부터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해왔고 여기 두 친구도 인도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자원활동에 관
     심이 많았어요.

Q. 봉사활동 다녀온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류: 여름 방학 때마다 인도 빈민가에 가서 교육 봉사 활동을 하고 와요. 만들기부터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편지 쓰기
     등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데요. 그곳 아이들은 종이에 색이 입혀져 있다든가 색연필에서 색이 나온
     다는 것 자체를 신기해해요. 그런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다른 세상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고요.
성: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삶에 회의가 많이 들었어요. ‘내가 왜 살지?’, ‘열심히 안 살아도 살아지는 데 굳이 왜?’라는
     의문이 자꾸 들었어요. 삶의 의욕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곳에 가보니 저보다 힘든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이 가진 내가 허투루 살면 안 되겠다’란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Q. 채원 양은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고요?
임: 네. 가족과 함께 다른 단체를 통해 짐바브웨와 콩고 아이 4명을 후원하고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것이라 후원한다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편지를 주고 받았어요.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요.

Q. 세 친구 모두 봉사활동과 후원,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에 보내 준 제안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네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나눔이란 무엇인가요?

성: 저는 나를 위해 살기보다 남들과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그것이 더 의미있는 삶이 될 것 같아요. 죽을 때 내 앞에
     무엇을 남기기보다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고 가고 싶거든요. 그래서 제게 나눔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 같아요.
류: 저는 어렸을 때는 길 가다 만나는 노숙자나 걸인을 만나면 뭐라도 하나 주려는 아이였어요. 마음이 약했나 봐요
     (웃음). 그런데 오히려 중학교 때는 스스로 머리가 컸다고 여겼는지 나눔을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나눈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인도에 다녀오고, 연구 결과를 세이브더칠드런에 보내면서 다시 생각이 바뀌었어요. 크게 시간과
     공을 들여서 하는 대단한 일만이 아니라 그냥 내 삶을 살면서도 할 수 있는 일도 나눔이 될 수 있다고요.
임: 저는 나눔이 항상 실천해야 하는 삶의 일부라고 봐요. 저희 아버지가 안과 의사이신데 매년 러시아나 키르키즈스탄,
     몽골 등으로 봉사활동을 가시거든요. 아버지를 따라가기도 하고 다녀오시는 모습을 곁에서 보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Q. 고등학생이잖아요. 진로나 미래에 대해 생각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성: 맞아요. 올해 ‘앞으로 어떻게 살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나누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 것이었죠.
     그러던 차에 인도로 봉사활동 갔을 때 제가 지역 주민들의 구급 처치를 맡게 되었어요. 연고 발라주고 일회용 
     밴드를 붙여주는 간단한 일이었는데도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 아플 때 도와주고 치료해주는 것, 생명을 살리는 것이 정말 뜻 깊은 일이란 걸 느꼈거든요.
임: 이루고 싶은 것은 무척 많은데…. 작가도 되고 싶고, 법 공부도 하고 싶고. 삶의 목표라 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저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 구나’하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요.
류: 저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말은 쉽지만 진짜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나랑 안 맞을 것 같아’라고 지레 겁 먹지 않고,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른 하나는, 오글거리지만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힘들다고 주변에 짜증을 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과 자세로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소식을 기다립니다
세 친구가 보내온 23쪽짜리 보고서에 담긴 실험은 7가지. 하지만 그 7번 실험을 하기까지 수많은 모의실험과 실패를 거쳤다고 합니다. 성실하고 끈기 있는 데다 생명을 살리는 사람과 좋은 사람,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친구들을 만나 흐뭇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성시윤 양이 눈을 반짝이며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빨간 줄무늬 모자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진짜 현장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요.”

실험에서는 70%까지 파리 퇴치 효과가 있었던 빨간 줄무늬가 잠비아와 에티오피아, 타지키스탄 땅에서 똑같은 위력을 발휘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되겠어?’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겠다던 류한슬 양처럼 우리도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 파란색 동그라미 무늬는 파리를 끌어 모으는 효과가 있다 합니다. 그러니 신생아 모자에는 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 사진·인터뷰 정리: 고우현(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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