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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재미있게 기획하고 꾸준히 실천하세요” 박소현 양을 만나다
사람들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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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재미있게 기획하고 꾸준히 실천하세요”
- 미국 케이트 스쿨 박소현 양을 만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사립학교인 ‘케이트 스쿨(Cate School)’ 12학년에 재학 중인 박소현 양(18세). 지난 4월 교내에서 ‘에코백에 그림 그리기’ 활동을 통해 모은 15만원을 후원자가 모금 활동을 스스로 기획하여 후원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기빙클럽’을 통해 기부해 주었습니다. 소현이의 기빙클럽 활동에서 무엇보다 돋보였던 점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리더십이었습니다.


지난 4월 26일, 기숙학교인 케이트 스쿨에는 해마다 두 차례 열리는 ‘학부모 주말’을 맞이해 교정을 찾은 학부모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점심 시간을 지난 오후부터 소현이의 ‘캡스 포 굿’ 클럽이 주관해 에코백 판매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에코백 나눔 이벤트’가 한창이었습니다. 소현이는 이벤트 현장 여기저기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이번 행사의 취지도 설명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 시범을 보이느라 몹시 분주했습니다.   


사진/ (왼쪽)케이트 스쿨의 ‘학부모 주말’ 행사에서 ‘캡스 포 굿’의 회원들이 조를 짜서 번갈아 가며     
나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오른쪽) 이날 판매된 에코백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가볍고 실용적인 에코백을 많이 들고 다니거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의 로고만 미리 인쇄해 둔 무지 에코백에 제가 밑그림을 그려 팔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위해 가방을 구입해 기부하고 그림도 그려 보라고 홍보도 했어요.”

갖가지 채색 도구들과 무지 천 가방들이 흩어져 있는 커다란 탁자 주위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림을 그리느라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시작한 지 불과 몇 시간도 되지 않아서 스물 여섯 개의 에코백이 전부 동이 날만큼 이날 이벤트는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처럼 소현이가 스스로 나눔을 기획하고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소현이는 모자뜨기 캠페인을 교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은 물론 모자뜨기 클럽을 총 회원수 30명에 이르는 학교 내 최대 규모의 봉사 클럽으로 자리잡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사진/ 2011년 12월 소현 양은 정성스레 포장된 24개의 모자가 담긴 상자를 들고 세이브더칠드런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소현 양의 모습.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11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소현이가 먼 타국 땅에서 세이브더칠드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1년 4월,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을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보통 미국 대학들은 학생들의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활동을 높게 평가해요. 그래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9학년이 되면 자기 적성에 맞는 봉사활동 탐색에 들어가요. 저도 학교 인근에서 운영되는 ‘러닝센터’에서 매주 한번씩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 공부를 도와줬어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아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당시 학교에는 아이들과 관련된 봉사클럽이 없었던 터라, 소현이는 자신이 직접 클럽을 만들기로 하고 정보수집을 시작했습니다. 러닝센터 활동을 하는 틈틈이 인터넷으로 ‘아동’과 ‘지역사회 봉사를 검색한 끝에 ‘세이브더칠드런’을 찾아냈습니다. 연관 검색어로 ‘모자뜨기캠페인’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모자를 직접 뜨는 것만으로도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살던 기숙사 거실에서 금요일마다 당직을 맡으신 ‘살세도’ 수학 선생님이 항상 뜨개질 하시던 모습도 떠올랐고요.”


사진/ ‘캡스 포 클럽’을 통해 뜨개질도 배우고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케이트 스쿨 재학생들                                                                                         

며칠 뒤에 살세도 선생님께 ‘모자뜨기’ 클럽을 만들고 싶다고 도움을 청했고 선생님도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이후 소현이는 코바늘, 코잡기 등 뜨개질 용어를 직접 번역해 미국 친구들을 위한 ‘영문 뜨개질교본’을 만들었습니다. 또 목소리가 예쁜 후배를 급히 섭외해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 뜨기 소개 동영상에 입힐 영어 내레이션도 맡겼습니다. 학교에서는 뜨개질 실과 바늘 구입비를 후원해 주어서 ‘케이트 스쿨’의 봉사 클럽인 ‘캡스 포 굿 (Caps for Good)’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17명의 학생들이 만든 24개의 모자가 방학을 맞아 한국에 잠시 들른 소현양을 통해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되었습니다.

‘에코백 그림 그리기’ 역시 대학 입시로 바빠져 매주 모여서 뜨개질을 하기 힘들어진 클럽 친구들의 상황을 배려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던 중에 나온 소현 양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소현 양의 기획 아이디어에 학교에서도 70달러를 특별히 지원해주어 이벤트에 필요한 천 가방, 스텐실 도구와 물감 구입 비용 등을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북어워드’수상자로 선정된 소현 양                                                                                

이러한 다양한 나눔 활동 경력으로 올해 5월, 소현 양은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친 11학년 이상의 학생에게 수여하는 상인 ‘북어워드: Book Awards’를 수상했습니다. 소현 양은 특히 지구촌 아이들을 돕는 모자뜨기 클럽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점을 높이 평가 받아 프린스턴 대학의 ‘글로벌 리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번 수상에 대해서 소현 양은 “재미있게 기획해 꾸준히 했을 뿐”이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활동이 현재 나눔 활동의 밑거름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미국에 가기 전, 한국에서 다녔던 서울 계성초등학교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봉사활동과 악기 다루기를 필수로 해야 했어요. 그래서 알게 된 곳이 독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계시는 서울 은평구의 ‘성우회’라는 곳이에요. 그 때 친구들과 빙고게임,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안마 해드리기 등의 아이디어를 미리 짜서 정기적으로 찾아 가곤 했어요. 그곳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저를 친손녀처럼 아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지금까지도 그 인연을 이어오면서 한국에 올 때마다 찾아 뵙고 있어요.”


사진/  “나눔 활동이든지, 공부이든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재미있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국 방문 일정 동안에도 소현 양은 서울 지역 아동센터와 복지관, 공부방 등의 학생들로 구성된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에서 아이들에게 플루트 지도와 멘토링을 하면서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학 수시전형을 준비하고 있는 소현 양은 “대학에 가서도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하는 활동을 지속하면서 사업을 기획하는 경영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글, 사진: 김지연 / 자료사진 제공: 박소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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