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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모자를 나르는 딸 바보 아빠
사람들
201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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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모자를 나르는 딸 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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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택배기사 박상수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지난 3월 15일에 국가대표 참여형 캠페인인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6가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처 떠 놓고 모자를 발송하지 못한 참가자 여러분의 모자가 세이브더칠드런으로 꾸준히 도착하고 있는데요, 그때마다 모자와 함께 찾아오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습니다. 바로 모자뜨기 캠페인의 숨은 공신, 집배원과 택배기사 분들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늘 웃는 얼굴로 모자뜨기 캠페인 담당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우체국 택배기사 박상수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그가 배달하는 신생아 모자만큼 마음도 훈훈한 스마일맨 박상수 씨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실까요?


모자뜨기와 함께한 3년, “이 바닥 사람들은 다 알죠”


           사진/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참여자가 보내주는 모자를 들고 세이브더칠드런을 방문하는                  
우체국 택배기사 박상수 씨.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는 분들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있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일대를 담당하는 마포우체국 택배기사 박상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신생아 모자를 가져다주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제가 이곳 일을 시작한 게 2009년 여름이니까 3년 정도 되었네요.

그러면 시즌 3 때부터 모자뜨기 캠페인에 함께 하신 거네요. 모자는 얼마나 도착하나요?
많이 오는 날에는 제가 배달하는 것만 200개예요. 한 시즌에 1만 개 조금 못 미치게 전달한 것 같아요. 큰 박스 하나에 모자 수십 개가 담겨있기도 하고 저 혼자 배달하는 것이 아니니 이곳에 도착하는 모자는 훨씬 많겠지요.

주변에서는 상수 씨가 신생아 모자를 배달하는 것을 알고 있나요?
그럼요. 마포구에서 택배 일 하시는 분들은 다 알아요. 제가 배달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왜 모자가 오는지 다 알거든요. 저도 3년 동안 이 지역에서 일하면서 세이브더칠드런을 알게 되었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생기면 ‘여기는 이런 일을 하는 곳이다’ 설명해주기도 해요. 이곳으로 오는 택배가 많다 보니 다른 사람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캠페인 이야기도 하고요.

3년 동안 모자를 전달하시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때가 있나요?
어느 고등학교에서 보낸 택배였어요. 매우 큰 상자로 7~8개였는데 착불 배송이어서 기억이 나요. 학생이니 배송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좋은 일 하는 곳에 비용을 청구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갖는 돈이 아닌데 안 받을 수도 없고요. 제 아내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음이 쓰였어요.


사람과 사람, 서로 돕고 살아야죠


          사진/ 2011년 11월 모자뜨기 캠페인 5주년 생일파티 ‘뜨고 보는 날’에 전시한 신생아 모자 소포.                    
지난 시즌5에는
약 22만 개의 모자가 세이브더칠드런에 도착했습니다.                           

그럴 때면 좀 난처하셨겠어요. 반면 뿌듯해서 기억나는 순간도 있으실 텐데요, 어떤 때인가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을 때가 뿌듯하지요. 집에 사람이 없으면 전화 통화 후 짐을 맡기고 이후 확인 문자를 보내는데요, 고맙다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우체국 홈페이지에 ‘정말 친절하다’라고 올려주시는 분도 있어요. 그런 칭찬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럴 때 기분이 좋죠.

꼭 일 할 때만이 아니라 사람 사이 일이 그렇잖아요. 상대가 나를 감사히 여기면 기분이 좋죠. 그래도 저도 사람인지라 좋은 일보다는 힘든 일이 기억에 더 남아요.

어떤 힘든 일이 있었나요?
퇴근 시간 넘어서 짐을 가져다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저도 일하는 입장이고 더 늦게까지 일하는 택배사도 있으니 그런 요구를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이야기는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조건 이때 받겠다’라고 고집하면서 ‘서비스가 왜 모양이냐’고 할 때면 힘들어요. 저도 이동 순서를 바꿔서라도 되도록이면 시간을 맞춰드리려고 노력하는 데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없으면 속상하죠.

그럼에도 늘 웃는 얼굴을 유지하시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모자뜨기 팀 직원들의 칭송이 대단하던 걸요.
하하, 그런가요? 일이 바쁠 때면 힘들다는 생각은 해요. 특히 명절이나 연말이면 수화물이 많아서 정말 바쁘죠. 그래도 ‘어서 가져다 주어야지’라고 생각하지 ‘왜 이렇게 많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신생아 모자는 많이 와도 부피가 커서 그렇지 무겁지는 않거든요. 설령 무겁더라도 그것을 나르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고요. 긍정적으로 살아야 마음이 편하고 일도 신속하게 하죠.

일 하시다 보면 모자뜨기 팀 직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많이 아시겠어요?
네. 보통 집을 비우는 사람들은 근처 세탁소나 가게에 맡겨 달라고 하거든요. 통장이나 아파트 동 대표 분들과도 얼굴을 알고 지내요. 저희가 일하다 힘든 부분이 있으면 그분들이 나서서 도와주시기도 하거든요. 사는 게 그런 것 같아요. 물건을 받으시는 분들도 필요한 게 있으니 주문하신 것일 테고 저도 그런 분들이 있어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서로 돕고 사는 거죠.


딸 바보 아빠, “세상 보는 눈이 바뀌어요”

일찍 결혼하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자녀 분도 있나요?
네. 이제 16개월 된 아이가 있어요. 딸이죠.
이 지역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에 아이가 태어났어요. 이후로는 이곳에 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면 마음이 짠해요. 결혼 전에는 그냥 ‘모자가 왔구나. 가져다 드리자’라는 마음뿐이었는데 이제는 벽에 붙은 사진만 봐도 ‘우리 아이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텔레비전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나 유니세프 광고가 나오면 유심히 보기도 하고요. 전에는 전혀 안 보던 건데.

아이가 생기면 자동차를 볼 때도 달라요. 제가 거의 매일 운전을 하잖아요. 앞 차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고 붙어 있으면 가까이 안 가요. 저도 아버지 된 입장이니까 더욱 조심하지요. 길을 지나다 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이 차 주인이 쓰는 유아용 카시트는 어디 제품인가?’ 하고 들여다보기도 하고요. 관심사가 달라져요. 다른 부모도 그러겠지요.

따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아버지로서 상수 씨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이들을 보면 참 귀엽지요, 해 맑고. 그런 아이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배달을 하다 보면 집에 아이가 있는 데도 문을 열지 않는 때가 있어요. 세상이 험하니까 부모님이 걱정이 되어서 그렇게 가르쳤겠지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씁쓸해요. ‘이렇게 못 믿을 세상이 되었구나’ 싶고요. 제 딸이 조금 더 크면 뛰어 다니며 놀 텐데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4 무렵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택배 기사 박상수 씨는            
“아이가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마주친 그는 도착한 신생아 모자를 막 전달하던 참이었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예의 그 환한 미소로 인사했습니다. 이번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은 끝났지만, 여전히 그의 두 손은 때를 놓친 모자들로 가득했습니다.

후원자의 따뜻한 마음과 노력, 자원활동가의 귀중한 봉사에 더해 박상수 씨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마음을 더해주는 여러 손길이 있어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6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빌려 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립니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오는 10월에 시즌 7으로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작성: 고우현(홍보팀)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참여자의 이야기
▶  함께해서 더욱 즐겁고 따뜻한 모자뜨기 현장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뜨개질교습소
▶  모녀의 이심전심, 100개의 기부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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