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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샤니 잠비아(안녕하세요, 잠비아)!
사람들
201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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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다운 (해외사업팀)

물리샤니! (Mulishani: 무쿠투마 지역의 부족언어로 안녕하세요 라는 뜻 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팀의 정다운입니다. 2011년 11월,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5의 모자전달국인 잠비아(Zambia)의 무쿠투마(Mukutuma)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그 동안 세계의 오지를 돌며 뎅기열과 같은 풍토병에 걸려 죽을 뻔 한 것도 수 차례, 강도나 오토바이 사고, 야생동물의 습격 등 수많은 일을 겪었지만, 중요한 출장 길에 발표 자료가 다 들어있는 짐을 분실하고 출장 기간 내내 고열과 구토에 시달린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의사는 절대 안정을 지시했고 저는 갈아입을 옷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수많은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참여자 여러분께서 모자를 전달받을 아기가 사는 마을을 얼마나 궁금해하실까’ 하는 마음에 결연한 의지로 무쿠투마에 다녀왔습니다. 


     지도/ 아프리카 대륙의 중앙 남부에 위치해 있는 잠비아                                                                    

잠비아는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로 빈곤선(구매력환산기준 하루 수입 1.25달러(USD) 미만) 아래에서 살아가는 인구가 무려 59%, 극빈층은 37%에 이르는 국가입니다. 잠비아는 아프리카 최대 구리광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리원석 수출과 농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은 전무해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매우 약하고, 기초보건 및 교육시설 또한 매우 열악한 국가로, 인간개발지수 (Human Development Index)로 보면 잠비아는 165개국 중 150위 입니다. 하지만, 잠비아 및 그 주변국의 평화로운 정치상황이나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내전 및 재난 등이 없어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에서는 소외되고 있습니다.

모자뜨기캠페인의 후원금으로 모성보건동(Maternity and Newborn Wing)이 지어질 무쿠투마 농촌 보건소(Mukutuma Rural Health Centre)는 인구 밀도가 매우 낮고, 보건 및 교육 등 공공 서비스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인 코퍼벨트(Copperbelt) 내 루프완야마(Lufwanyama) 지역에 있습니다. 무쿠투마는 서울에서 3시간 반을 날아 홍콩을, 다시 14시간을 날아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를 들르고, 다시 2시간을 날아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Lusaka)에 도착해, 국내선으로 쿠퍼벨트의 은돌라(Ndola)까지 10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1시간, 은돌라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습니다. 무쿠투마로 가는 도로는 이제 막 시작한 우기 때문에 매우 울퉁불퉁해 제가 탄 사륜구동차는 마치 풍랑을 만난 작은 배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도착한 날부터 시작된 고열과 구토는 무쿠투마 보건소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저는 거의 실신상태로 현지 보건 사업 담당자인 칠로베(Chilobe)의 무릎을 베고 겨우겨우 무쿠투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지도/ 루프완야마는 잠비아에서 2번째로 큰 지역이나 의료시설이 열악해 마을 주민들은 차로 3-5시간    
떨어진 키투웨의 종합병원으로 이동                                                                      

무쿠투마 마을이 속한 루프완야마는 잠비아에서 2번째로 큰 지역입니다. 하지만 8만 5,000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보건소가 겨우 13곳이고 의사는 1명뿐 입니다. 때문에 지역 보건소에서 간호사나 보건요원이 치료할 수 없는 경우 (도로 사정에 따라)차로 약 3-5시간 떨어진 키투웨(Kitwe)의 종합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제NGO의 지원을 모두 포함해도 이 지역 전체에 앰뷸런스로 사용되는 사륜구동 차량이 2대뿐이고, 보건요원을 위한 자전거 등의 이동진료 수단도 전무한 상태입니다. 전체 인구의 13%만이 깨끗한 식수를 얻을 수 있으며, 취학연령 아동의 영양 상태는 참고할 자료조차 없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09년부터 해당 지역에서 ‘루프완야마 통합 신생아 및 아동 보건 프로젝트 (LINCHPIN: Lufwanyama Integrated Newborn and Child Health Project in Zambia)’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사업은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을 줄이고 모성보건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 아동주간(Children’s Week)을 맞아 진료를 받으러 온 아동과 어머니들                                   

‘밭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지쳤네’
후들거리는 다리로 들어선 보건소는 아동주간에 진료를 받으러 오는 귀여운 아기들과 어머니들로 북적북적 했습니다. 40°C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에도 어머니들은 예방접종 및 진료를 받기 위해 짧게는 몇 십분, 길게는 4-5시간을 걸어 보건소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멀리서 걸어 보건소까지 오신 주민들은 저를 둘러싸 돌아가며 꽈악 끌어안고는 격정적인 환영노래와 춤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 마을에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네. 우리는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지쳤네. 우리는 밭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지쳤네. 우리는 보건소까지 걸어오다 아이를 낳는 것에 지쳤네. 이제 우리는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네.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네”

최저혈압을 기록한 제 몸도 덩실덩실 흥이 날 만 만큼 신나는 합창이었지만, 그 내용은 참으로 가슴 아팠습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보건소 등 안전한 출산 및 출산 후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장소에서 아이를 낳는 임산부는 50%에도 미치지 않으며, 미진한 출산 및 산후 관리의 영향으로 전체 산모의 20% 정도가 출산 중 사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건소에 와도 편안하게 출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쿠투마 보건소는 인근마을 주민 7,000 여명이 이용 가능한 단 하나의 보건의료 시설이며, 전문 의료진은 은퇴한 간호사 한 사람뿐 입니다. 보건요원들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각종 검진 및 백신 투여에 출산 관리까지 한 사람이 담당하기란 여간 벅찬 것이 아닙니다. 이제 50세 전후로 보이는 너그러운 미소의 간호사 분은 “아! 이제는 너무 힘들어져서 무덤에 들어가서 발을 뻗고 쉬고 싶다우” 라고 농담을 하실 정도였습니다.


사진/ 환영식을 해 주시는 마을주민들                                                                                       


사진/모성보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주민 대표와 사업담당 스테판(Stephen)                         

낯선 이들 앞에서 분만, 쇠사슬 침대 위에서 산후조리
임산부는 부른 배를 잡고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5~6시간을 걸어 보건소에 옵니다. 그리고 단 하나뿐인 입원실 겸 진료실에서 분만을 합니다. 출산을 위해 보건소를 찾는 산모는 한 달에 약 25~29명. 어느 날은 하루에 5명이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와 양수로 오염된 단 한 개의 침대에서 분만을 하고, 아이를 낳자 마자 바로 보건소 밖 마당 바닥으로 옮겨지거나 차가운 쇠사슬로 만든 침대에 누워 쉬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분만실 겸 입원실은 진료실 바로 앞에 붙어 있고 따로 문이 없어, 다른 마을 사람들이나 낯선 남자들도 분만 과정을 볼 수 있는 환경에서 분만을 해야 하는 등 사생활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분만 후 아기를 씻기는 데 사용되는 물은 녹이 슬어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 탱크에 모여있다가, 못지 않게 녹이 슨 파이프를 통해 분만실로 오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천정은 부식되어 알 수 없는 벌레들이 보란 듯 똬리를 틀었고, 출산도구를 소독하는 도구는 고장 난지 오래된 채 오염된 침대 아래 머쓱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런 불편하고 안전하지 못한 시설에서 아기를 낳아야 한다면 저라도 굳이 40°C가 넘는 열기 아래, 혹은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 길을 몇 시간이나 걸어 와 보건소에서 출산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분만실이 따로 마련되어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게만 된다면 몇 시간을 걸어 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앞다투어 모성보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사진/ 태어난 신생아를 씻기는 데 사용하는 물을 저장했던 물탱크. 현재는 이조차 고장 나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진/ 분만을 마친 임산부가 사용하는 침대는 쇠사슬로 이어져있다.                                               

주민들과 함께 짓는 모성보건동
세이브더칠드런은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5를 통해 모금된 기금으로 대기실, 분만실, 산후 조리실 3개의 방으로 구성된 모성보건동을 건설하고, 분만 침대 등 출산 과정에 필요한 기본 시설은 물론 녹슨 물탱크를 교체하고, 보건소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만들 계획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하여, 이미 주민들이 보건소 옆에 진흙 벽돌들을 만들어 쌓아 공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모성보건동 등의 건축은 약 1년 반 정도가 소요될 예정입니다. 하루빨리 모성보건동이 완공되어, 더 이상 어머니들이 낯선 이들 앞에서 분만을 하거나, 보건소에 오기를 꺼려 집에서 출산을 하다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사진/마을 주민들은 모성보건동을 건설하는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진흙 벽돌을 만들어 쌓아 놓았다.    

올리버에게 건강한 미래를


    사진/ 갓 태어난 올리버가 모자뜨기캠페인 참여자가 만들어 준 모자를 썼다.           

무쿠투마 마을에는 신생아들에게 털모자를 씌워주는 전통이 있어 어머니들이 한국에서 올 모자를 몹시 고대하고 있습니다. 샘플로 가져간 모자를 보며 어떤 어머니는 모자가 예뻐 내년에 아이를 하나 더 낳아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여러분의 한땀 한땀 정성이 모여, 이제 갓 태어난 올리버(Oliver Mudenda, 2011년 11월 7일 생)가 앞으로도 이렇게 예쁘게 웃으며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에 참여해 주신, 참여하고 계신, 참여해 주실 모든 분들께 무쿠투마 마을의 환영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이제 우리는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네.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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