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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홍수 발생 6개월, 여전히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지 않아
긴급구호
201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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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홍수 발생 6개월, 여전히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지 않아
세이브더칠드런 홍수 긴급구호팀 부팀장, 알렉스 그레이(Alex Gray)
2011년 1월 22일


파키스탄 전국을 황폐화 시킨 대홍수가 발생한 지 6개월, 피해지역은 영국 영토보다 크고 파키스탄 아동에게 닥친 위험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질병이나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얼어붙을 듯이 추운 겨울 밤을 견딜 충분한 옷가지와 피난처가 없습니다.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신드(Sindh) 주 남쪽 지방은 아직까지도 많은 지역이 물에 잠겨있습니다. 농부들은 겨울에 심어야 할 작물들을 심지 못해 앞으로의 생계와 식량조달에도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은 물이 빠지는 데만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정부관계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의 파키스탄 홍수 긴급구호팀 부팀장으로 파키스탄에 왔습니다. 홍수가 난 지 3개월 되던 지난 10월에 파키스탄을 방문한 저는 이 끔찍한 재해상황을 보고 이 임무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파키스탄에 오기 전에는 작년 1월 대지진이 발생했던 아이티에 있었는데, 이렇게 또 다시 아이티 지진 때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재해 상황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미디어에 이 곳 상황이 아이티와 견주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비춰져 왔기에 현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규모였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구호활동을 매우 헌신적으로 펼치던 파키스탄 팀과 2주 동안 지내면서, 파키스탄의 절실한 상황을 목격한 저는 이 곳으로 되돌아 와 일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가장 홍수피해가 심각한 펀자브(Punjab) 주와 신드 주에서 2주 동안 현장에 머무르며, 홍수로 무너져 내린 지역의 삶을 복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산더미 같이 쌓여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점도 우려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제가 임시학습센터(TLC: Temporary Leaning Center)와 아동친화공간(CFS: Child Friendly Space; 무너진 학교를 대신에 아동이 와서 공부하고 뛰어 놀 수 있도록 조성한 큰 텐트)에서 만난 아동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입니다. 홍수로 학교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도 아동들은 2년 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부에 고용된 선생님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홍수가 나기 전에도 이러한 상황이었다면, 이 아동들이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 정말 걱정됩니다. 때문에 세이브더칠드런은 큰 포부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의 알렉스 그레이(Alex Gray)가 등굣길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현장에서 보낸 첫 2주 동안, 저는 홍수 피해 지역의 아동과 부모로부터 홍수가 발생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홍수 이후에는 어떠했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필요한지 보고 들었습니다. 아동과 부모가 한결같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전한 것은 여전히 피난처와 따뜻한 옷가지 및 담요였습니다. 낮에는 맑고 따뜻하지만 저녁이 되면 매우 추워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똑같은 날씨를 겪고 있다고는 하나, 홍수 피해 주민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곳 아동(뿐 아니라 어른 역시) 대부분은 얇은 여름 옷 한 벌로 살고 있고 다른 살림살이(옷이며 담요, 가구)들은 홍수 때 다 휩쓸려 내려갔습니다. 아예 집채로 떠내려 간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 어떤 이들은 텐트에서 살며 어떤 이들은 진흙으로 집을 다시 세우고 있지만, 이러한 집들은 언제라도 다시 홍수가 발생하면 떠내려 갈 것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세이브더칠드런과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아 임시 피난처를 세우고 있지만, 아직 담요나 따뜻한 옷도 없이 비만 겨우 피할 수 있는 지붕 구조물 아래서 살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피난처와 담요, 겨울 옷 등을 지급했고 지금도 배분하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보건과 영양상황입니다. 제가 신드 주 쉬카르푸르(Shikarpur) 지역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안정화센터(stabilization centre)를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보건영양팀은 현장에서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을 발견하면 이 곳으로 보냅니다. 저는 어머니 네 분과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아동들을 만났다가 슬픈 마음에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2살 가까이 된 남자아이가 영양실조에 걸려 겨우 5개월 된 아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남자아이는 계속 울고 있었지만 영양실조로 힘이 없어 울음소리가 입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저는 그 눈과 표정에서 아픔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머니들 역시 영양실조 상태였으며, 자녀들에게 음식을 건네 줄 수 없는 고통스런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와 내 자식이 먹을 음식을 구할 수 없다는 게 부모로서 어떤 심정일지,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가 될 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제가 만난 이 아동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치로 다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동을 살리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은 직접 사업장을 누비며 이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어머니들은 생계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현금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가족들은 최악의 재난상황이 지나갈 때까지 식량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들을 만난 그날, 어머니들과 세이브더칠드런의 의료직원들을 통해 저는 “복구단계”에서 정부나 공여국, 국제사회가 꾸준히 구호활동을 펼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모두 최선을 다해 활동하며, 다가오는 미래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이 지역사회가 복구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복구전략을 내다보며, 미래 파키스탄 아동의 삶을 진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이는 비단 저뿐 아니라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홍수가 나고 6개월 동안 해오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곳 현장에서 2주 간 있었던 저로써는 지금 당장 기본적인 필요가 채워지지 않는 홍수 피해 주민들에게 미래는, 일궈나가기엔 너무 힘들고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은 훌륭한 구호활동을 펼쳐왔고, 직원 2,000여 명이 주말도 잊고 구호물품과 피난처를 제공했으며, 아동보호를 실현함으로써 아동교육 또한 지속되도록 일하고 있는 점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아직도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고, 파키스탄이 복구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아이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저는 감격스러웠고 감사했으며 6개월 전 발생한 대홍수 이래 위험에 처했던(그리고 여전히 처해있는) 파키스탄 아동의 미래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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