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겁에 질린 아이들과 좌절하는 아버지들
너무나 무서웠어요, 정말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터져버렸죠. 그 때에는 어른들도 똑같이 울 수밖에 없었어요.
16살인 라힐(Raheel)이 한달 전, 범람한 강물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던 끔찍한 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힐은 현재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 밸리(Swat Valley)의 한 작은 마을의 세이브더칠드런이 제공하는 아동친화적 공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시설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는 동안, 라힐은 그저 앉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두 발로 걸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동하려면 두 손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라힐 아미드(Raheel Ahmed)는 자기 여건에 맞춰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습니다.
사진/ 16살인 라힐(Raheel, 오른쪽)의 모습.
이곳에 있는 모든 아동은 어떤 식으로든 홍수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입니다. 라힐은 아직도 홍수가 어떻게 발발하였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온종일 단 한번도 그치지 않고 내렸다고 합니다. 이 같은 폭우는 그 다음날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홍수는 눈앞의 현실이 되었고, 범람한 물은 점점 라힐의 집으로 가까워져 왔습니다.
물이 집을 삼키려고 다가오는 것을 보며 저는 겁에 질렸습니다. 계속 범람하던 물은 저희 집으로부터 10m를 남기고 그쳤지만, 그 때는 이미 모든 마당과 텃밭을 쓸어가버린 뒤였어요.라고 라힐은 말했습니다.
라힐 옆에는 12살 소년인 임티아즈(Imtiaz)가 있었습니다. 임티아즈는 홍수 당시 갑자기 불어난 물로 인해 그의 아버지 및 다른 세 명의 사람들과 함께 강둑에 빠져 버렸습니다.
사진/ 12살 소년인 임티아즈(Imtiaz)의 모습.
임티아즈가 말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농사일을 하고 계신 아버지께 드릴 점심을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제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물이 크게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아무도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물이 계속 둑 곳곳에 차오르는 것을 보며 저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결국 여전히 그칠 줄을 모르고 불어나는 물을 보자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죠. 아버지는 제가 점심을 가지고 온 것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내셨어요. 왜 여길 온 거냐? 네가 이곳에 온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 줄 알기는 하는 거냐? 아버지께서는 계속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저는 정말 괴로웠습니다. 그저 아버지를 붙잡고 울 수밖에 없었죠. 물은 다행히 저희가 있는 곳에서 5m를 남긴 채 그쳤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하루 종일 그곳에서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자 마을사람들이 저희를 밧줄로 끌어내주었어요.
임티아즈는 아동친화적공간에 있는 수많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홍수가 발생했을 때(7월 28일)에 대한 악몽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동친화적공간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이 다시 '아이'가 될 수 있게 해줍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 또는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직원과 이야기를 하거나 놀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동친화적 공간에 찾아오는 아동 수가 이 지역에서만 100명에서 16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만약 아이가 원한다면 홍수 당시 있었던 끔찍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임티아즈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기 원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5m를 남기고 차오르는 물 앞에서 혹독하게 밤낮을 견뎠는지, 또 절망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그리고 마침내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재회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을 때의 임티아즈의 모습은 반짝거렸습니다.
엄마는 저를 꽉 안으며 행복해하셨어요! 저는 강둑에 갇힌 동안 어머니를 정말 많이 생각했죠. 아버지께서는 강둑에서 제게 화내신 행동에 대해 용서해달라고 하셨어요. 저를 잃게 될까봐 너무 두려우셔서 그렇게 크게 화를 내셨다고 말씀하셨죠.
이곳 스와트 밸리지역의 아이들은 이처럼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 지역에 발생한 대재난은 아이들에게 가족을 잃고, 집이 산산이 무너지고, 친구들이 심한 부상을 입는 등 고통스러운 기억만을 남겼습니다.
아동친화적공간을 연 것은 바로 이처럼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이곳의 목적은 지역에서 소외되고 상처입고 혹은 착취 당하는 아동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각 아동친화적 공간은 지역의 마을단체와 협력하면서 생성되며, 마을 주민들은 세이브더칠드런 현지직원과 의논하여 아동의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7월초부터 스와트 북서부지역에서만 9개의 아동친화적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 아동친화적 공간에서 퍼즐게임을 하고있는 아이들의 모습. 이곳에 있는 모든 아동은 어떤 식으로든
홍수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다.
이 지역에 사는 12살인 알타프(Altaf)는 특별히 학교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사진/ 12살인 알타프(Altaf)의 모습. 그는 홍수때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알타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는 강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었어요, 그래서 온종일 강물의 수위가 끊임없이 오르는 것을 목격했죠. 선생님까지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자 더욱 겁이 났어요. 결국 2시 반쯤에 저희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하교지시가 내려졌죠. 범람하는 물이 학교에 매우 근접했기 때문이에요. 전 이제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학교는 강에 너무나 가까이 있으니까요. 앞으로 홍수가 또다시 일어나면 어떻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