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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코로나19 1년 아시아지역 아동의 삶 변화 보고서 발표
- 아시아지역 아동 대상 코로나19 전후 일상생활 변화 통해 교육, 복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살펴
- 한국 아동 10명의 사례 공개 … 대다수 집에만 머물러, 일부 혼자 학습 어려움 토로
- 코로나19 아동의 어린 시절 빼앗아 … 코로나19 이후 아동을 위한 사회보호시스템 강화 촉구
2021. 3 10
3월 1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2020년 4 월 초까지 전 세계 인구의 50 % 이상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령(락다운)으로 폐쇄돼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받았으며, 2021년 3월 7일까지 1 억 1600만 명이 감염되었고 258만 명이 사망했다. 전례 없는 다차원적인 위기는 전세계 아동의 삶을 뒤흔들었고 아동의 권리 역시 큰 영향을 받았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코로나19 1년을 맞아 아시아지역 아동의 삶 변화 보고서인 <같은 하늘 아래: 코로나19 1년이 아시아지역 아동에게 미친 영향(Under the Same Sky: How a year of Covid-19 affected Asia-Pacific children)>을 통해 아동의 일상생활이 코로나19 전후로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라오스, 중국, 부탄, 피지 및 태평양제도 국가의 대응과 한국을 비롯한 캄보디아, 네팔,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지역 아동의 개별 사례를 통해 휴교와 가정 내 머무르기, 지역 사회의 폐쇄가 아동의 복지와 교육,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라오스는 코로나19가 확인된 이후 3월 중순부터 휴교가 진행됐으며,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동을 위해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중국의 경우, 학교가 휴교하는 동안 아동의 교육과 가정내의 학습을 촉진하기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과서의 전자 버전 등 디지털 교육자원을 제공했다. 부탄은 코로나19 로 인한 봉쇄 기간 중 성폭력과 아동보호 문제 해결을 위해 긴급대피소와 응급전화를 운영했으며, TV와 라디오,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성과 소녀에 대한 가정 폭력 인식 개선 활동을 펼쳤다. 관광업이 중심이었던 피지 및 태평양제도의 국가들은 국가 폐쇄로 큰 경제적 혼란이 발생했으며, 이러한 경제적 압력은 태풍, 지진, 화산,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 재해를 포함해 기후 변화와 재난 위험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작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족을 지원했으며, 정부와 UN기관, NGO들이 협력하여 기존의 사회보호시스템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첸다(만 11세, 캄보디아)는 “온라인으로 공부를 했지만 실제로 교실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수업을 듣는 게 더 편하고 좋아요. 다시 학교에 돌아가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라마(만 14세, 네팔)는 “코로나19 전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쳤던 것이 그리워요. 요즘은 집에서 오빠와 함께 피아노를 치며 여가시간을 보내요. 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부모님과 함께 외식도 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줄어버렸어요.”라고 밝혔다. 타스님(만 17세, 방글라데시) 역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오전 6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어요. 이젠 혼자 공부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들어요. 전에는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직접 배우고 문제를 토론하면서 공부했고, 시험을 통해 얼마나 이해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코로나19 이후로는 학교가 문을 닫아 수업이 어려워졌어요. 온라인을 통한 토론 등도 있긴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인지 재미는 없어요.”라고 전했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네셔널이 37개국 25,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한 글로별 연구 <코로나19가 아동의 교육에 미치는 숨겨진 영향(The Hidden impact of COVID-19 on Children's Education: A Global Research Series, 2020)>에 따르면, 아시아 아동 33%가 숙제를 할 때 도움이 필요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69%는 코로나19 이후 거의 배운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58%는 학교가 문을 닫은 기간 동안 선생님과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아지역 아동의 삶 변화 보고서를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아동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가 아동의 심리, 보호,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만 8세부터 만 18세의 아동 18명이 설문에 참여했으며, 대다수의 아동이 코로나19 이후 집안에 머물렀으며 휴대폰이나 TV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었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을 이어갔으나 일부는 코로나19 전보다 공부를 하지 않고 있으며 혼자만의 학습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수흰(만 10세, 대한민국, 초등학생)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오전 9시까지 학교에 가요. 학교에서는 뛰어 다니거나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요. 코로나19가 심각할 때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1인 도시락 배달을 해서 학교에서 먹었어요. 학교 식당에서 먹을 수 없거든요. 3시 30분에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학원에 다니는데, 오후 5시에서 6시경에 집에 와요. 코로나19로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놀았어요. 저녁엔 할머니와 저녁식사를 하고 학교와 학원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해요. 그런 다음 보통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다 9시쯤 자러 가요."
서지후(만 10세, 대한민국, 초등학생)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들었어요. 코로나19 전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급식을 먹고 방과 후 수업을 듣다가 피아노 학원에 갔었어요. 지금은 집에서 혼자 온라인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어요. 오후엔 지역아동센터의 온라인 프로그램에 접속해 수업을 들어요. 전에는 피아노 학원에 다녔었는데, 요즘엔 집에서 가족들과 TV를 봐요. 동생과 보석십자수를 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박승아(만 12세, 대한민국, 초등학생)
"예전엔 7시에 일어나 동생과 아침을 먹고 8시 20분에 친구들과 학교에 갔는데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8시에 일어나 9시까지 밥을 먹어요. 9시에 온라인클래스(온클)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다가 9시 30분부터 10시 10분까지 화상 수업을 하고 이후 12시 30분까지 다시 온클을 들어요. 끝나면 출석체크 노트를 써야 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2시부터 3시까지는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 수업도 화상수업으로 바뀌어서 2시면 모두 끝나요. 친구들이랑은 학교 쉬는 시간에 보드게임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피구도 했었는데 이제는 간혹 친구들을 만나서 자전거를 타면서 수다를 나누는 정도에요. 집에서 숙제를 하다가 또 다른 학원 수업을 화상으로 듣고 7시 반까지 숙제를 마치면 그 이후부터는 자유시간이에요. 밤 11시 30분까지 휴대폰이나 TV를 봐요."
정은비(만 12세, 대한민국, 초등학생)
"코로나19가 생기기 전에는 7시 반에 일어나 8시 20분경이면 학교에 갔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를 하다가 방과후 교실에 갔어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는 10시까지 늦잠을 자요. 10시부터 12시까지는 영어랑 컴퓨터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수학 기초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요. 센터에서 간식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거나 온라인 강의(나인스쿨) 숙제를 해요. 그리곤 집에 와서 휴대폰 게임을 하다가 남은 공부를 해요. 집에 TV가 없어서 휴대폰으로 먹방이나 방꾸미기 같은 영상을 보면서 놀아요. 밤에도 온라인 강의 공부를 하는데, 9시 30분쯤부터는 휴대폰으로 SNS도 구경하고 옷도 구경하느라 보다 보면 12시, 1시에 잠들어요."
김연아(만 13세, 대한민국, 중학생)
"코로나19로 학교에 안가는 날은 늦게까지 잠을 잤어요. 오후 1시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뒤늦게 온라인 수업을 들어요. 학교에서는 반 친구들이 20명 정도 있고 선생님도 자리에 계시기 때문에 조용히 수업을 듣는 편인데요, 코로나19 이후로는 매일 집에서 학습지를 풀고는 있지만 별로 공부를 하지 않고 있어요. 평소라면 오후엔 동생이랑 같이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책을 읽기도 했어요. 센터 선생님께서 숙제도 봐주셨어요. 요즘엔 그냥 집에서 동생과 놀거나 TV를 봐요. 밤에는 학교 숙제를 하다가 10시쯤 잠들곤 했는데, 요즘엔 TV도 늦게까지 보고 게임을 하거나 동생과 놀다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들어요."
손람(만 13세, 대한민국, 중학생)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8시쯤 일어나 자가진단을 하고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어요. 학교에서 모둠활동하던 것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고, 학원에서 조별 토론 했던 것도 개인별 공부로 바뀌었어요.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갔다가 숙제를 해요. 예전엔 숙제가 끝나면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이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뉴스를 함께 봐요."
하양진(만 14세, 대한민국, 중학생)
"평소대로 7시에 일어나려고 해요. 아침에 등교 준비하는 시간에 대신 청소를 하거나 숙제를 해요. 유치원에 가는 막냇동생을 챙기는 부모님을 도와 아침식사를 준비해요. 코로나19로 오전엔 인터넷을 통해 E학습터영상을 보면서 숙제를 해요. 오후에는 원래 태권도 학원도 가고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로봇과학도 했는데, 모두 문을 닫아서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서 놀다가 집에 와요. 일하시는 엄마가 돌아오시기 전까지 동생들 저녁을 챙기고 씻겨 주기도 해요. 어린 동생들 때문에 9시에는 자곤 했는데, 요즘엔 11시까지 보드게임을 하느라 늦게 자고 있어요.
한승현(만 16세, 대한민국, 고등학생)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아침 9시경 일어나서 밥을 먹고 온라인 수업을 들어요. 예전에는 7시 반쯤 일어나 등교 준비를 했어요. 온라인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나면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메신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오후엔 평소대로 태권도 학원에 갔다가 집에 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거나 TV를 봐요. 학교에 가지 않다 보니 평소보다 유튜브나 게임을 하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어요."
양은정 (만 18세, 대한민국, 고등학생)
"평소라면 학교 기숙사에서 7시 반쯤 일어나 급실실에서 아침을 먹고 등교를 하는데 코로나19로 집에서 7시쯤 일어나 8시까지 학교에 가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정해진 자리에만 있어야 해요. 수업은 9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됐던 수행평가나 발표 수업, 모둠별 토의 활동은 이제 하지 않고 강의식 수업으로만 진행되고 있어요. 수업이 끝나고 6시까지는 방과후 수업을 듣고 이어 야간자율학습을 해요. 모두 끝나면 기숙사가 아닌 집으로 돌아가요. 대개 밤 12시까지는 남은 공부를 하는데, 기숙사가 아닌 집에서 공부 하려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아요."
모리(만 18세, 대한민국, 고등학생)
"평소에는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데 코로나19로 늦잠을 자거나 방에서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학교에 갈 때는 학교 갈 준비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와 실습도 하고 체육활동이나 자기역량개발 시간도 있었어요. 코로나19로 온라인 학습을 하게 되면서 출석을 위한 목적이 더 컸고, 그냥 할머니 일을 도와드렸어요. 생각보다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저녁엔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았고 수행평가나 시험대비, 기능대회를 대비하며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이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해요. 학교에 다닐 때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놀거나 매점, 교무실도 함께 다니고, 하교 후에는 노래방, 만화방, PC방도 다니며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를 하거나 컴퓨터 게임, 온라인 학습을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선포되고 1년 가까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수백만 명의 아동이 교육과 안전, 건강의 위험에 놓였다. 또한 이들의 어린 시절과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기회도 빼앗겼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십 년간 쌓아온 아동의 권리가 퇴보하지 않도록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세계에서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아동을 위한 사회보호시스템을 강화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