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베트남 기후위기 현장에서 나무를 심다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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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2024년 9월~11월까지 MBC 기후환경팀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 사업이 진행 중인 네팔, 방글라데시, 몽골, 베트남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가까운 여행지로 익숙한 베트남에도 기후위기는 심각한 재난과 아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MBC 차현진 기자가 기후재난 현장을 전합니다.

1,200만 명 찾는 관광대국 베트남, ‘기후위기’에 신음하다

베트남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실까요. 저는 여행이 먼저 떠오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과 천혜의 자연 등 여행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취재 제안이 오기 전까진 베트남이 기후위기에 신음하고 있는 국가인지 잘 몰랐습니다. 신흥개발국으로서 발전을 거듭하는 유망한 국가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습니다.

거대 홍수에 시름하는 아동과 주민들

취재진이 찾은 까마우성은 베트남 최남단 메콩강 삼각주에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손꼽히는 저지대입니다. 보트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강변을 따라 쭉 들어선 수상가옥의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곧바로 기후재난이 휩쓴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뻘밭 위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나무 기둥들. 주변엔 어망과 밥그릇, 축구공 등 각종 세간살이가 버려져 있습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엔 10대 소녀, 후옌 반 짬 양의 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강한 파도가 집을 덮치면서 소녀와 가족의 보금자리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동과 주민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강도를 키운 건 해수면 상승이었습니다. 지난 26년간, 이 지역 수면은 10cm 넘게 올랐습니다. 홍수와 침식도 빈번해졌습니다. 2015년부터 10년 동안 120곳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앞으로 해수면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2050년까지 메콩강 수면은 65cm에서 1m가량 높아질 거란 예측도 있습니다.

‘쌀주리’ 메콩강 삼각주가 위험하다

비행기에서 까마우성을 내려다보자 끝없이 펼쳐진 논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 메콩강 삼각주는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에서도 쌀 생산량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비옥한 땅이 심상치 않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짠 바닷물이 내륙으로 깊숙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쌀 경작지가 점차 쌀농사를 할 수 없는 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쌀농사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농민들은 새우 양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다만 새우 양식이 이 지역 대표 생계 수단이 되면서 희생양도 생겼습니다. 지반을 단단히 잡아주고, 바닷물 침투를 막아주던 맹그로브 숲이 사라진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새우 양식 등 개발로 인해 이 지역 산림 40%가 파괴됐습니다. 맹그로브 숲의 파괴는 쌀 경작지 파괴로 이어지고 또 홍수와 침식의 위험성도 높입니다. 재난이 또 다른 재난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고향의 변화를 막기 위해 ‘소매 걷은’ 주민들

기후재난의 피해를 막고자 지역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울창했던 맹그로브 숲을 다시 조성하기로 한 건데요. 물이 빠진 갯벌에 맹그로브 묘목을 심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취재진도 큰소리치며 도전했지만 몇 걸음 걸어보지도 못하고 발이 빠져 실패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최고 35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흘러내리는 땀을 거듭 닦아가며 기후변화로 망가지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마친 지금도 불편한 마음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베트남 맹그로브 숲을 살리는 ‘빨간나무 심기’

세이브더칠드런은 베트남 남칸 지역에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나무 뿌리는 흙을 단단하게 움켜쥐어 바닷물의 유입으로 거세진 물살이 땅을 깎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을 정화하여 물속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여, 대다수가 양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생계를 지켜줍니다. 지난해 식재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10헥타르에 달하는 구역에 나무를 식재했으며, 앞으로도 지역 아동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생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MBC 기후환경팀 차현진

사진 MBC 기후환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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