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전쟁 속에서 미래를 기다리는 우크라이나 아동들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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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트라우마를 겪는 아동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아동은 매일 울리는 경습 경보 탓에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05년처럼 가장 먼저 아동을 구하는 한편, 장기화된 전쟁과 재난 속 아동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지원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3주년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된 후 1,00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24년에는 공습과 폭격이 늘어나면서 아동들의 피해가 40%나 증가했습니다.1 아직도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 아이들은 목숨을 잃고 다쳤으며, 어린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겼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잃었고, 어두운 밤에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1,000일 동안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일상이 된 1,000일간의 전쟁, 아동에게 남긴 상처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공습 경고가 울립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아이들과 가족들은 차갑고 습한 지하실, 지하 창고, 심지어 지하철역으로 급히 피신해야 합니다. 급하게 챙긴 물과 음식, 그리고 최소한의 물품만을 가지고 때론 몇 시간씩 지하에 숨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아동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이 사이렌 소리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의 신호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현실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소리입니다.
전쟁은 아이들에게 신체적인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를 잃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목격하거나, 집을 떠나야 했던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이바나(가명, 43세)는 전쟁 이후, 달라진 아이들을 걱정합니다.

“제 막내 아들 데이빗(가명, 5세)은 말 하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도 잘 부르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지하실이 무너진 이후부터 말하기를 멈췄어요.
이제는 ‘엄마’라는 말조차 하지 않아요”

7살 딸 알리나(가명) 또한 점점 고립되고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의 엄마로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2 이처럼 전쟁의 폭력적인 환경과 불안정한 상황은 아이들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어린시절에 경험한 이러한 상실감과 트라우마는 아이들의 일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1 Ukraine Communications Pack, December 2024, 22페이지

2 Education and children’s wellbeing in wartime Ukraine 2024, 12페이지

어린시절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어린시절 기억에는 학교에서 만든 추억이 많습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아동들에게 사회적 상호작용, 정서적 안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단순히 학문적 성취를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 회복과 미래의 가능성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교육 시설, 학교가 폭격과 포격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상의 안정감을 잃어버린 아동이 다시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전한 학습 공간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교육 시설 지원

전쟁이 시작됐을 때 올렉산드르(가명, 15세)는 몇 달간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했습니다. 부모님은 5층 건물 옥상에서 겨우 인터넷을 연결해 공부할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역에 디지털 학습 센터를 설치하여 아동에게 학습, 놀이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올렉산드로는 디지털 학습 센터에서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올렉산드르는 디지털 학습 센터에 열린 워크숍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낯설었어요.
전쟁 이후에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못했거든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슬픈 생각도 덜 해지고,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더 나은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공습 경고 시 아동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750개 이상의 보호 대피소를 마련했습니다. 이곳에서 교사와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교육, 학습, 놀이 자료를 지원하고, 장애를 가진 아동과 특별교육이 필요한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장비와 교육 자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쟁의 영향을 받은 아동, 가족 및 지역사회를 위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MHPSS)과 아동친화공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아동들은 뛰어놀고, 배우고, 또래들과 어울리며 전쟁 트라우마를 회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두 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또다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겨울이 아이들이 전쟁에서 맞는 마지막 겨울이 되기를 바라며, 세이브더칠드런은 모든 아동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각자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인도적지원팀 전수진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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