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X 에글렌타인 젭이 들려주는 어린이날 권리 이야기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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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 축하합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두 분을 모셨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과 <아동권리선언>을 발표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 에글렌타인 젭입니다. 아동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대에 한국과 영국에서 아동의 인권을 대변했던 두 사람이 들려주는 어린이날과 권리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내용은 사료를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 참고자료: 한국방정환재단 방정환 사료관 https://children365.or.kr
방정환 | 1899-1931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 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어린이 운동가로 어린이날을 만들고, 잡지 『어린이』를 발간하며 어린이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썼습니다.
에글렌타인 젭 | 1876-1928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로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선언>을 발표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적국의 아이를 돕자는 전단지를 배포하여 5파운드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며, 기소한 검사가 기부한 5파운드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초기 후원금이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22년에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날이 100주년이 되었다니 무척 뜻깊네요.
대한민국의 어린이날 100주년을 축하합니다! 저는 세이브더칠드런을 설립한 에글렌타인 젭이라고 해요. 저는 1923년에 <아동권리선언>을 작성해서 발표했는데, 비슷한 시기였네요!
에글렌타인 젭 선생님께서 발표하신 <아동권리선언>이 나중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의 토대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1923년에 어린이날 행사를 하면서 <어린이날 기념 선전문>을 배포해서인지 <아동권리선언>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방정환 선생님과 동시대에 살면서, 영국과 한국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는 게 무척 신기해요. 방정환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어린이날을 만들게 되셨어요?
암울한 일제강점기 시절 저는 어린이가 희망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사회에서는 어린이를 함부로 대하고 어른의 소유물처럼 여겼지만, 미래는 어린이들에게 달려있잖아요.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잡으려면 어린이를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린이날을 만들어서 어린이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린이라는 말도 방정환 선생님이 만드신 거 아니에요?
어린이라는 말을 제가 처음 사용한 건 아니지만, 젊은 사람을 젊은이로 부르는 것처럼 어린 사람을 낮추어 부르지 않기 위해 어린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새는 어린이를 떠올리면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이 생각나지만, 저와 함께 천도교 소년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15~16세였어요. 저는 그 사람들을 모두 어린이라고 불렀습니다.
1923 에글렌타인 젭 <아동권리선언> 발표
1924 국제연맹, 에글렌타인 젭의 <아동권리선언>에 내용을 추가해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 채택
1959 유엔총회, <아동권리선언>채택
1989 유엔총회, 만장일치로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1990.9 아동권리협약 발효
1991.11 한국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아동권리선언>
1. 아동은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 필요한 물질적·도덕적·정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2. 굶주린 아동은 먹여야 하고, 아픈 아동은 치료해야 하며, 발달이 뒤쳐진 아동은 도와야 하고, 엇나간 아동은 돌아올 기회를 주어야 하고, 보호자가 없는 아동에게는 주거와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3. 재난 상황에서 아동은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4. 아동은 생존이 보장되는 환경에 있어야 하며 모든 형태의 착취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5. 아동은 자신의 재능이 인류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을 이해하도록 양육돼야 한다.
에글렌타인 젭이 발표한 최초의 <아동권리선언>은 1924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에서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으로 채택되었다. 세계인권선언 이후 <제네바 선언>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1959년 유엔총회는 이를 개정하여 <아동권리선언>을 발표하였다.
1922 우리나라 최초로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지정
1927 5월 1일이 노동절과 겹쳐 어린이날을 5월 첫 일요일로 변경
1939 일제 탄압으로 어린이날 중단
1946 광복 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재지정
1961 「아동복리법」에서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명시
1975 어린이날을 공휴일로 제정
<어른에게 드리는 글> 일부
1.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2. 어린이를 늘 가까이 하사 자주 이야기를 하여 주시오.
3.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4.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5.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6.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7.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1923년 방정환이 조직한 조선소년운동협회에서 배포한 <어린이날 기념 선전문>에는 <어른에게 드리는 글> 외에도 <소년운동 선언 세 가지 조건>, <어린 동무들에게>, <어린이날의 약속> 등 어린이의 인권을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생각해 보면 어린이에 청소년도 포함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보다는 아동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데요. 어린이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률적 정의도 다양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다르기 때문이에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정의하고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아동을 18세 미만의 사람으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을 포함해 아동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이하고 <아동권리선언>을 토대로 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인권조약이 되기까지,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많이 발전했더라고요. 우리가 꿈꾸고 이야기했던 내용들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었어요.
맞아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규정한 아동의 4가지 기본 권리(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를 살펴보면 우리가 이야기했던 내용들이 훨씬 더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전쟁의 위협을 받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음식을 나눠주는 것은 단지 아이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을 넘어, 권리적 측면에서 아이들이 누려야 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일로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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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소파 방정환이라고도 부르잖아요. 소파는 작은 물결이라는 뜻이거든요. 제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 제 아내에게 ‘내가 하는 일이 당장에는 큰 효과가 없겠지만 잔물결처럼 쉬임없이 조선에 물결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어린이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움직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처럼, 어린이날이 거듭되어 갈수록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까지 어린이의 권리가 존중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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