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할배와 재윤이의 봄

“암 수술 후 잘 못 먹으니 몸이 점점 줄어들어요.”
45kg, 마른 체구의 할아버지가 거리로 나갑니다.
뻣뻣한 허리를 90˚로 굽혀가며 줍는 박스 하나, 둘.
폐짓값은 1kg에 20원, 한 리어카 가득 채우면 2000원.

“이거 우리 할배가 하는 건데 가져가도 돼요?”
할아버지를 따라나선 아이가 일손을 거듭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워 오는 박스 하나, 둘.
아이 얼굴 가득한 웃음꽃과 할아버지 얼굴 가득한 주름꽃

“박스 많이 모아서 우리 빨리 부자 됐으면 좋겠다.”

“쟈하고 같이 있을 시간이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일흔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제 초등학생이 된 여덟 살 재윤이.
그 사이에 놓인 65년이라는 먹먹한 시간차.

미혼모였던 엄마가 보호시설에서 낳은 아이, 재윤이.
입양 보내라는 주위 권유에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아이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젖을 떼자마자 홀연히 사라진 재윤이 엄마는 7년째 행방을 알 길이 없습니다.

3년 전 암 수술로 위를 다 들어낸 외할아버지는 합병증으로 골다공증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갑상선 수술 후 기력이 쇠한 외할머니 역시 하루하루 커 가는 재윤이를 감당하기가 벅찹니다.

“쟈가 나중에 혼자 밥 먹고 살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야 할낀데”
“우리가 까막눈이라 공부를 가르쳐줄 수도 없고 마음이 많이 아파”

배우지 못해서, 형편이 어려워서 못 해준 것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재윤이의 더딘 학습 발달이
자신들의 탓인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합니다.

골목길에서 차가 오면 할머니를 먼저 감싸주는 재윤이.
집에 오면 늘 할머니의 팔을 주물러줍니다.
힘드니까 이제 그만하라고 말해도
“이때까지 나 키워줬으니까 주물러줘야 된다.”

갖고 싶은 장난감을 보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나 저거 사주라” 
함께 라면을 먹다가도 “할매 맵지?”
어느새 물을 떠다 주는 사랑스런 재윤이.

하루 열 번도 넘게 재윤이가 하는 말.
“사랑해” 그리고 “아프지마”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혼자가 돼야 하는 재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재윤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 식구가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수급비.
초등학생이 된 재윤이는 번듯한 책가방이 없어서
낡아 해진 어린이집 가방만 만지작거립니다.

가방, 공책, 문제집, 실내화, 체육복….
재윤이에게 필요한 학용품과 준비물이 늘어날수록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한숨도 깊어집니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새 학기를 맞는 224명의 저소득가정 아이들에게
교복, 체육복과 학용품 등을 전달했습니다.

올해 새 학기에도 재윤이를 포함한 435명의 아이들에게 
교복, 체육복은 물론 학습교재, 책가방, 운동화 등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재윤이와 같은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