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이하여,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고 있는 보건 사업을 시리즈로 소개해 드립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가이반다 쫄 지역 지역사회 책무성 강화를 통한 모자보건 증진 사업>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멀고도 어려운 과제가 되고, 산모와 아이에게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격차를 줄이고 세상 모든 아동과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방글라데시의 가이반다로 향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병원도, 버스도 없는 마을
우리는 갑자기 몸이 아플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버스나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거나, 위급한 상황엔 구급차를 부른다'라는 답이 쉽게 떠오릅니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 질문과 답은 사실 '병원이 있어야 한다'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병원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사방이 강으로 둘러싸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라면 어떨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이 모자보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북부 가이반다(Gaibandha) 지역의 쫄(차르, Char)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쫄은 강물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래 섬으로, 보건 시설을 포함한 지역 사회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습니다. 가장 가까운 보건 시설은 7km나 떨어져 있고 말이 끄는 수레를 타야 겨우 갈 수 있지만, 고립된 지형 특성상 우기에는 강물이 불어나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 방글라데시 가이반다(Gaibandha)의 쫄 지역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큰 위험에 놓이는 사람들은 바로 임산부입니다.
가까운 보건 시설이 없다 보니 아이를 낳기 전 필수적인 검진조차 받을 수 없고, 병원에 가기 어렵다 보니 결국 위험한 가정분만을 선택하는 일이 많습니다. 숙련된 의료진, 위생적인 의료 시설이 아닌 집에서 아이를 낳게 되면, 출산 과정에서의 위험에 대처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일도 빈번합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의 모성 사망률*은 매우 높아, 출생아 10만 명당 156명의 임산부가 목숨을 잃고, 신생아 1,000명 중 17명은 태어난 후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장 기뻐야 할 순간이 가장 슬프고 어려운 순간이 되지 않도록, 방글라데시 가이반다의 쫄 지역 임산부들이 안전하고 위생적인 보건 시설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2021년부터 올해까지 두 단계에 걸쳐 모자 보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모성사망률 : 임신 중 혹은 분만 과정에서 임신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임산부의 비율
** Bangladesh Sample Vital Statistics, 2022
강 위를 달리는 구급차, 응급후송보트 마모타 토리(MAMOTA Tori)

▲ 응급후송보트 마모타 토리(MAMOTA Tori)
멀고, 가는 길이 어려워 갈 수 없었던 병원이라면, 우선 병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겠죠. 세이브더칠드런은 병원이 그야말로 '강 건너 먼 이야기'였던 쫄 지역의 임산부를 위해, 응급후송보트 마모타 토리(MAMOTA Tori)를 지원했습니다.
'강 위를 달리는 구급차'인 마모타 토리는 응급 의약품, 침대, 전기 설비를 갖춘 보트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출동해 임산부를 보건 시설로 안전하게 이송합니다.

▲ 마모타 토리(MAMOTA Tori)의 내부 시설을 소개하고 있는 조산사
진통을 겪는데, 우기라 비가 많이 내려 병원에 갈 방법이 없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산사에게 전화하자, 마모타 토리를 바로 보내주셨어요.
마모타 토리가 없었다면 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없었을 거예요.
- 샤르민(Sharmin), 가이반다 에렌다바리(Erendabari) 마을 거주 임산부
그리고 마모타 토리의 역할은 응급 이송 수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마모타 토리(MAMOTA Tori)에서 이동 진료 중인 조산사
임신 기간 동안 태아와 임산부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꼭 필요하지만, 보건 시설이 먼 쫄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은 출산 전까지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마모타 토리는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이동 진료소'로 변신합니다. 이동 진료를 통해 고립된 지역의 고위험 임산부를 조기 발견하고, 안전한 출산의 중요성을 알려 병원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응급후송보트 마모타 토리(MAMOTA Tori)에서 진행되는 이동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가이반다 지역의 임산부들
엄마와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지역사회 이송 네트워크
건기가 되어 강물이 마르는 시기가 오면,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합니다. 그늘 하나 없는 흙길을 몇 시간씩 걸어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죠.
계절,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와 엄마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모타 토리에 이어 이번엔 지역사회가 나섰습니다. 보트 선주, 오토 밴 운전자, 마차 운송업자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협약을 맺고, '지역사회 이송 네트워크'를 마련한 것이죠.

▲ 조산사와 함께 지역 임산부를 방문하기 위해 이동 중인 오토 밴
조산사는 이동 진료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임산부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지역사회 이송 네트워크' 연락망을 통해 운송 기사와 임산부를 연결합니다.
그동안 교통수단의 부재, 지리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건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임산부들은 안전한 이송 네트워크를 통해 보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간, 지역사회 이송 네트워크를 통해 보건 시설을 이용한 임산부는 무려 2,500명에 달합니다. 우리가 지킨 건 수천 명의 산모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아이의 내일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미래는 지역사회가 함께 지켰다는 것, 바로 이것이 사업의 가장 큰 목표이자 의미입니다.
마을에 처음 생긴 보건소, 리나의 이야기
가이반다에서도 가장 고립된 쫄 지역인 카파시아(Kapasia) 마을. 이 마을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은 진료나 출산을 위해 보건 시설을 방문하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늘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산모와 아이가 위험한 상황도 수시로 발생했고, 이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보건 시설은 지역 구성원들의 오랜 염원이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카파시아 마을에 언제나 방문할 수 있는 보건소를 건축했습니다.
그리고 두 명의 조산사와 직원들을 배치하여 주 7일, 24시간 분만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 카파시아(Kapasia)에 생긴 첫 보건소의 모습
카파시아에 생긴 첫 보건소, 그리고 이곳에서 아이를 낳은 첫 산모가 된 리나(Rina) 씨는 임신 기간 동안 이곳에서 네 번의 필수 검진을 받았습니다. 진통이 시작되자 바로 보건소를 찾았고, 입원한 지 한 시간 만에 조산사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리나 씨의 삶은 마을의 첫 보건소가 생긴 후 많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 카파시아의 첫 보건소에서 아이를 출산한 리나(Rina) 씨와 가족
이렇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집 가까이에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믿을 수 있는 의료진과 지원 덕분에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지게 되었어요.
- 리나(Rina), 가이반다 카파시아 마을의 세이브더칠드런 지원 보건소에서 출산한 산모
리나 씨는 한때 상상조차 어려웠던 의료 서비스를 마을에서 받을 수 있게 된 것, 그 변화가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합니다. 보건소에서 직접 검진을 받고, 출산을 경험한 후 이웃들에게 안전한 출산과 모자 보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리나 씨의 이야기를 들은 사촌 역시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한 보건소에서 아이를 낳기로 했을 정도로, 리나 씨와 보건소를 이용한 임산부들은 지역 사회의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후원자가 함께 만든 가이반다의 변화. 리나 씨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리나 씨와 같이 지리적 고립, 환경의 제약으로 어쩔 수 없이 위험한 가정분만을 선택해야 했던 임산부들은 이제 다른 이들이 보건 시설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건강한 출산의 중요성을 전하는 지역 사회의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가 되고, 새로운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방글라데시 가이반다 쫄 지역 지역사회 책무성 강화를 통한 모자보건 증진 사업>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도 어떤 곳에서도 모든 아이가 생의 시작을 안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가장 소외된 곳, 어떤 아이의 삶도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 강수진(국제사업부문) 정리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