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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권리X참여권] 도화지에 펼쳐진 모두의 놀이터, 그려볼까🎨
캠페인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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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모두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 초대장. 5일간의 전시 동안 5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가을을 지나며 겨울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아이들은 놀이터를 뛰노네요.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가 놓인 놀이터는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세상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감성을 키우면서 친구들과 재미난 모험의 세계를 여행합니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이음센터(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는 장애아동의 참여 및 놀 권리를 주제로, 전시 '모두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가 열렸습니다. 이 전시를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8월 서울, 광주, 부산 지역 아동 22명과 ‘모두 함께 놀 권리'를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무장애 통합놀이터에 대한 장애아동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 참여한 아동작가: 권대식, 강승구, 강시후, 강윤구, 김가온, 김단아, 김주영, 김지승, 김우현, 박지안, 손예서, 우휘준, 윤선호, 이도현, 이현성, 임건우, 전은서, 정은우, 정재빈, 정지훈, 홍재민


🖼 참여한 예술인팀: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로’ 사업 소속 작가 김경인, 김지영, 박은주, 장석호, 홍보미





▲ 아이들이 함께 한 놀이의 흔적들



'모두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 전시회에 참여한 22인의 아이들은 나이도, 사는 지역도, 장애 유형이나 정도도, 그 특성도 모두 달랐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참여 활동은 특별히 개개인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순간순간 활동에 반영해야 합니다. 조금은 느리고 기다림이 필요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때로는 작은 목소리로, 혼자만의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때로는 일대일로, 오는 길에 넘어져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아이를 위해 같이 쉬어갔습니다.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친구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기분이 아닌 경우도 있지요. 또 어떤 친구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집에 꼭 가져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전시회에는 모든 아동의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모두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모두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였던 셈이죠.



▲ 아이들이 직접 그린 ‘모두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 



광주지역에서 참여한 여덟 명의 아이는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서로서로 가족인 이들은 '모두 함께'하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이 지역의 아이들 그림에는 유난히 서로의 이름이 많이 등장합니다. 모두가 함께 갔던 수영장이 좋아서 그린 '수영장 놀이터', 아이들이 제일 신나 하는 '노래방 놀이터', '유튜브를 할 수 있는 놀이터', 'PC방 놀이터'도 있네요. 그중에서도 주영이의 그림은 모두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네 개의 공간으로 나뉜 놀이터는 동물을 위한 공간과 큰 형들과 누나들을 위한 운동 공간, 안 무서운 놀이동산, 스릴 넘치는 우주 동산이 모두 있네요.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거리엔 자동차는 다닐 수 없다고 해요. 자전거나 킥보드, 휠체어만 다닐 수 있는 거죠.


부산지역에서는 같은 복지관에 다니는 열 명의 아이가 함께했습니다. 복지관과 치료실을 오가며 얼굴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여 활동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나이가 어린 저학년 친구들이 많아서 활동 시간을 철저히 지켰고, 또 돌발행동이 나타날 수 있기에 쉬는 시간 역시 충분히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발표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자꾸만 쉬는 시간을 잊어버렸다고 해요. 리에 예민한 아이를 위한 ‘박쥐가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놀이터’, '동화책이랑 젤리가 있고, 모래에 철봉이 있는 놀이터', '엉덩이 꽉 잡는 시소를 개발할 수 있는 비밀실험실 놀이터', '아빠랑 짝꿍 선생님, 토끼가 있는 놀이터'처럼 매우 구체적이고 기발한 놀이터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서울지역은 네 명의 아이들이 작가가 되었습니다. 모두 높은 정도의 자폐 성향이 있어 대부분은 1:1 아동 참여 활동이 진행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밀도 있고 세심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섬세하고 다양한 색을 사용한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함께 노는 놀이터'는 나무, 구름, 해, 모래처럼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놀이터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마리오 아저씨는 놀이터를 지키는 보안관입니다. 전 세계 아이들이 놀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국기도 걸려있습니다. 이 놀이터로 '놀이 여행'을 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특히 다리는 아프지만 놀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해요. 참 멋지죠?



▲ 아이들은 '놀이터'를 생각하면 어떤 감정이 들까? 어른의 시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이의 자유로운 세계가 선으로, 점으로, 면으로 그려졌습니다.


플레이콘 작품 뒤에는 여러 가지 형형색색의 작품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할 때 드는 여러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기쁨은 노란 해바라기가 떠올라 노란색으로, 열심히 잘 놀아 멋있는 나는 여러 가지 폭죽처럼 표현했습니다. 아름다움과 배부름, 기분 좋음, 즐거움은 빨강과 초록, 파랑, 노랑을 섞어 표현하기도 했죠. 물론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움이나 모름, 엉망진창 하루 같은 감정도 있습니다. 바로 '모두 함께 행복한 놀이터'가 많이 생겨야 하는 이유죠. 장애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놀이를 떠올리면 즐겁고 신나는 기분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너랑 나랑 놀이터/ 김지영/ 플레이콘, 종이(재활용), 철사, 잔디 매트 2023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로’ 사업 소속 작가들도 전시에 함께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듣고 느낀 장애아동의 고유성과 놀이, 공간을 주제로 드로잉과 설치미술,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김지영 작가의 '너랑 나랑 놀이터'는 플레이콘과 종이(재활용) 철사, 잔디 매트를 재료로, 아이들과 작가의 플레이콘 작품이 어우러진 미니어처 놀이터입니다. 공간 한가운데 크게 자리 잡은 나무가 자연 속의 놀이터를 상상케 합니다. 저 나뭇가지를 타고 신나게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의 미소가 새로운 경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아이들의 가능성이 펼쳐지는 것만 같습니다. 전시 관람객도 직접 플레이콘으로 ‘무장애통합놀이터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을 만들어 놀이터를 함께 꾸밀 수 있어 매우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 모든 사람을 상상해 봐요/ 장석호/ 목재, 스피커, 조명, 움직임 센서, 아동의 그림  2023


장석호 작가의 '모든 사람을 상상해 봐요'는 모든 사람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동의 그림과 함께 목재와 스피커, 조명, 움직임 센서를 사용해 표현했습니다. 평소 생명과 생명력, 가치에 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그림과 설치미술, 공공미술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 점.점./ 박은주/ 감독:박은주, 움직임: 송명규, 촬영: 원하라, 원예지, 편집:원하라, 사운드 편집: 조은아 2023


박은주 작가의 '점.점.'은 전시된 16장의 그림 속 아이들이 움직이고 난 뒤 남겨진 선의 일부를 연결하고, 놀이터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경험한 특별한 몸의 감각을 무용수의 몸을 통해 영상화했습니다. 뱅뱅이를 타며 '어질어질' 회전하기, 미끄럼틀을 '쓩!' 내려오기, 시소로 '엉덩방아' 찧기, 정글짐에서 몸을 '요리조리' 구부리기처럼 말이죠. 신체 움직임을 기반으로 소리, 영상 시각예술이 함께 하니, 어디선가 놀이터를 가득 채우는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상상의 메아리처럼 제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 Playground Movement/ 홍보미/ 시트지에 디지털 프린트, 종이에 마커 드로잉 2023


홍보미 작가의 'Playground Movement'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운동장에서 움직이는 아이들과 자연의 움직임, 그리고 편견을 너머 모두 함께 노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움직임입니다. 워크숍을 하면서 아이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스티커를 붙이며 벽에 자유롭게 드로잉을 했다고 해요. 그리기로 시작한 상상의 바람이 아이들을 어디로 안내했을지, 작품에 빠져봅니다.





▲ 아이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아이들은 놀 권리와 자기 생각을 말할 권리, 그리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내가 꿈꾸는 놀이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현란한 색감과 다양한 질감을 이용한 신선한 작품이  '모두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 전시를 채웠습니다.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었고, 예술인팀은 새로운 방식으로 놀이터의 상상력을 끌어냈습니다특히 전시와 함께 마련된 다양한 관람객 참여형 부대 프로그램과 미니 강연회를 통해 무장애통합놀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놀이터들이 한 공간에 있는 듯 연출함으로써, 아이들이 원하는 무장애 통합놀이터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플레이콘 놀이터를 만들고 있는 아동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3조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장애아동의 가능한 한 전면적인 사회참여와 문화적․정신적 발전을 포함한 개인적 발전의 달성에 이바지하는 방법으로 그 아동이 교육, 훈련, 건강관리지원, 재활지원, 취업준비 및 오락기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장애의 차별 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가 마을 마을 마다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세이브더칠드런은 장애아동 참여 증진을 위해 '발달장애아동 참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존 사업과 활동에 장애아동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장애-비장애 통합적 관점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3 장애아동 참여 캠페인’과 전시 ‘모두 함께하는 행복 놀이터’는 그 첫 걸음인 셈이죠. 앞으로도 장애아동 참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취재.글 나상민(커뮤니케이션부문)  자료 제공 이수현(권리옹호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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