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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나 우리 셋은 ‘진짜 가족’입니다.”
사람들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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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할머니, 나 우리 셋은 ‘진짜 가족’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나 우리 셋은 ‘진짜 가족’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는 5월 22일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수기를 공모했습니다. 장관상을 받게 된 민영이(가명, 12)가 쓴 이 문장은 가정위탁의 고갱이를 담고 있습니다. 빈곤이나 학대 탓에 친부모와 생활할 수 없는 아이가 사랑 속에서 커갈 수 있도록 둥지를 제공하는 것이 ‘가정위탁’입니다. 절절한 수기 16편이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그 가운데 몇 편을 추려 가정위탁 어린이와 위탁 부모님 그리고 둘 사이 다리를 놓는 여러 지원센터 종사자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로 우리 가족이 더 화목해졌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오운선(44) 씨는 자녀가 넷입니다. 은주(가명, 4)와 은수(가명, 3)는 돌 즈음에 운선 씨에게 왔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몸과 마음을 함께 담금질하는 중노동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위탁가정 양육보조금은 월 15만원이 채 안됩니다.  미국(71만∼177만 원), 일본(108만∼160만 원) 등과 비교해 턱 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 까닭에 대해 운선 씨는 이렇게 썼습니다.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6남매에 위로 오빠 셋, 딸로는 첫째 딸, 부모님의 불화로 어린 우리들끼리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밥 한 끼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일주일 씩 굶은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시골 산골짜기에 있었는데, 이웃분들의 도움이 있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습니다만, 운선 씨는 힘 닿는 데까지 더 많은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둘째 아이는 첫 만남부터 앞으로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엄마와 떨어질 때부터 엄청난 울음소리에 아빠랑 난 그 자리에서 순간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중략) 목욕할 때, 손을 닦을 때, 이를 닦을 때마다 물만 닿을라 치면 집이 떠나가라 울어 위탁초기에 애를 먹었습니다. 새벽에 한 번씩 울기 시작하면 너무 오랜 시간 울어 이웃집에서 들으면 아동학대로 오해할 것 같아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중략) 둘째 아이는 식구들 모두 예뻐하지만, 태어나 남자어른과 생활한 경험이 없어 아이가 유독 아빠를 피했습니다. 아빠랑 얼굴만 봐도 눈을 돌려 버리는 아이. 첫째 때와는 다른 둘째 아이의 모습에 아빠의 실망감이 느껴졌습니다.(중략) 두 달 정도 지나자 아이는 아빠가 퇴근하면 제일 먼저 현관에 달려가 반길 정도로 아빠와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중략)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나의 품에서 조금이라도 행복과 베품과 나눔을 아는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면, 저는 위탁을 지속할 생각입니다. (중략) 가정위탁은 사랑이며, 우리 아이들로 인해 우리가정이 더 화목해짐을 느낍니다.”

 

“위탁부모는 아이에게 현재의 행복을 주는 사람들”

1만3천여명 어린이가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을 돌보는 건 위탁 부모님만이 아닙니다. 전국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일하는 150명이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만 해도 종사자 1명당 어린이 100명씩 사례관리합니다. 고단한 일입니다. 7년간 가정위탁지원센터 상담원으로 일해 온 이효정(30)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아이와 위탁부모 사이를 가족이라는 끈으로 연결하는 일은 철저한 조사와 수많은 가능성에 대한 여러 준비가 있어야만 아름다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그가 위탁부모님들에게 받은 진한 감동을 전합니다.

 

“얇은 이불에 쌓여서 시골집에 버려진 갓 태어난 아이. 세상에 뉴스를 통해 먼저 알려졌고, 키워줄 수 있는 친인척조차 없어 가정위탁보호가 필요했던 아이었다. 3.2kg로 태어났지만, 제대로 먹지 못해 2.7kg까지 체중이 줄어있었다. (중략) 검사 결과 뇌병변장애와 소아간질로 계속적인 치료와 훈련이 필요했다.

아이를 만난 위탁부모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아이의 예쁜 눈동자에 반해 양육을 결정했다. 위탁가정에 온 첫날, 아이는 배변 문제가 계속 되었고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기저귀를 스무 번 갈아야 했다. 먹은 것을 계속 토해내 거즈, 옷 빨래로 인해 위탁가정은 집안 곳곳에 말리는 빨래들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바라보는 위탁부모의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 모습을 보지 못하는 아이의 생모에 대한 미안함까지 표현하였다.

성인이 될 때까지 위탁가정에서의 보호가 필요했던 아이는 이제 어린이집에 다닌다.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약물치료를 해야 하지만 위탁부모는 아이가 갖고 있는 장애에 선입견을 갖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천천히 크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예쁜 모습을 조금 더 오래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일 거라며 아이의 장애와 아픔을 사랑으로 이해했고,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아이의 조금은 느린 성장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중략)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모 자녀간의 사건사고가 이제는 하루걸러 하나씩은 뉴스를 통해 접한다. (중략) 그런 와중에 상처가 있는 아이를 가족의 울타리 안에 마음으로 온전하게 품는 위탁부모님들을 만나는 나의 일은 더 가치 있으며 지금 이 시대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속상해 하면 서로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민영이(가명, 12) 글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키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을 주느냐인 걸 말입니다. 가정위탁엔 세 종류가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는 대리양육, 친인척 그리고 일반가정 위탁입니다. 민영이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잘하면 칭찬해 주고 내가 기죽지 않도록 도와주고 응원도 해주는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이렇게 칭찬해주고 알려주기 때문에 나의 정해진 인생이 똑바로 좋은 길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중략)

 하지만 힘들고 슬플 때도 있다. 다른 애들처럼 엄마, 아빠가 생각나기도 하고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든다. 하지만 나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서 괜찮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 엄마, 아빠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략)

할머니가 정말로 내가 큰 잘못을 하거나 말을 안 들을 땐 어쩔 수 없이 나를 혼내기도 하지만 나는 할머니가 그렇게 해야 내가 바른 길로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때는 할머니가 밉고 서운한 마음이 들다가도 금방 풀어지고 다시 할머니랑 예전처럼 웃을 수 있게 된다.(중략)

다른 친구들은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니깐 왜 그러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비싼 것이 아니면 언제든 사주시고 내가 짜증내도 받아주시고 위로해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장 소중하고 나에게 ‘희망’ 같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속상해 하면 서로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진짜 가족’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나(민주) 이렇게 셋이서 ‘진짜 가족’이다.”

 

아래는 민영이의 수기를 바탕으로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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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탁 어머니가 딸에게 보낸 편지형식 수기를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위탁을 받아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위탁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동아리 ‘라온제나’를 만들고 시도의원을 찾아가 정책제안도 하는 당찬 청년들이 됐습니다.

특히 최근엔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전문가정위탁’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학대 경험 등 탓으로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상담사, 의사, 간호사나 특별 교육과정을 가진 위탁부모와 연결하려는 작업입니다.

 

가정위탁 상담문의는 1577-1406에서 받습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http://www.fostercare.or.kr/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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