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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기다려주는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사람들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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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기다려주는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Q. 우리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아래와 같은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아동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마지막 문장을 적절하게 고쳐보세요.


준희는 오늘도 친구들에게 심한 장난을 칩니다.

성준이가 애써 쌓아놓은 블록을 무너뜨리고, 지수가 그린 그림에 낙서를 합니다.

한 살 어린 영우를 몰래 꼬집기도 합니다.

준희에게 괴롭힘 당한 학부모님들의 항의도 며칠 째 계속됩니다.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봤지만 도통 소용이 없습니다.


준희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오늘은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답은 무엇인가요? 위 문제는 실제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과 함께 풀어보는 토론 과제입니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선생님들은 답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고,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되짚어 봅니다.


이 토론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의 한 예입니다. 최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여러 차례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아동학대 예방 대책 중 하나로 아동권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권리교육은 단순히 아동학대를 막는 것만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 이 교육의 핵심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쌓아가는 인권 감수성



아동권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인권 중에서도 아동이 ‘아동이기 때문에’ 누려야 할 조금 특별한 인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아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에서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예민한 촉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촉을 인권 감수성이라고도 말하는 데요, 인권을 침해 받은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마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에서도 이러한 인권 감수성을 기르기 활동이 진행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생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고 대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서 참여 교사들은 인권이 무엇인지, 아동은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차별적인 요소,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를 찾아보고 인권을 존중하는 상황으로 직접 바꾸어 보기도 합니다. 또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체벌하거나 겁주지 않고,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아이를 살피고 가르치는 ‘긍정적인 훈육’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10월 16일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에 참여한 교사 장미숙(48) 씨는 이 같은 교육 형식 덕분에 “보통 지루하기 마련인 교육이 오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다시 글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 봅니다. 우리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서 ‘말썽꾸러기’ 아이가 있다면 교사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동권리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맞닥뜨린 선생님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진지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미숙 씨의 말처럼 이런 상황은 “현장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날 토론 중에 ‘우리 반에도 이런 아이가 있다’란 이야기를 여기 저기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활발한 토론을 통해 교사들의 의견은 ‘따뜻한 관심’과 ‘방법 제시’로 모아졌습니다.

“이유 없이 그러는 아이는 없어요. 삐뚤어진 행동이지만 아이가 관심을 받고 싶어하고 친구와 어울리고 싶었던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따져 묻는 대신 차분하게 무엇을 원했던 것인지 물어봐 주고, 아이가 친구들을 괴롭히는 대신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날 교육을 마친 참여자 중에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아동권리교육을 진행하고 싶다’는 교사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을 수료한 교사가 신청할 경우 세이브더칠드런은 교사가 다시 아이들에게 아동권리를 가르쳐줄 수 있도록 교구를 제공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율동, 스티커를 활용한 이 교구들을 사용하면 아이들이 즐겁게, 그리고 일상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익힐 수 있고, 자신의 권리뿐 아니라 친구와 교사들의 인권을 서로 존중하도록 가르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아동권리 선생님, 권리세이버



10월 16일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을 진행한 사람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자원활동가 ‘권리세이버’ 김현정 씨입니다. 현정 씨처럼 세이브더칠드런의 서울•경기와 부산, 대구, 대전, 전북 등 5개 지부를 중심으로 아동권리교육을 진행하는 권리세이버는 총 12명입니다. 대부분은 지난 2011년부터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참여하는 아동권리교육을 진행해온 베테랑입니다. 그런 이들이 지난 7월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을 준비하는 양성과정에서 만났을 때 입을 모아 말한 것은 ‘선생님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전 지역에서 권리세이버로 활동하는 최경아 씨는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참여하는 아동권리교육을 진행했던 때 생긴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교육이 끝나자마자 교사가 ‘야, 너희 똑바로 앉아!’하고 호통을 치는 거예요.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배우자마자 그 권리를 묵살당하는 현장을 보면서 교사들에게 아동권리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실제 어린이집에서 오래 근무했던 현정 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들이 많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인권을 신경 쓰지 않는 교사에게 아동권리를 존중하는 교사는 답답한 교사, 느리고 아이를 잘 휘두르지 못하는 교사로 비춰져요. 교사로부터 존중받는 아이들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저 선생님 반은 소란스러운 반’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들이 인간적으로 대우받고 존중받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보육•유치원 교사들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훈육’하기 위해 아이 귀를 잡아당기거나, “자꾸 울면 동생반 보낸다”고 협박하는 것은 교사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을 통제하기보다 아이들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갈등 상황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곳, 이것이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동권리교육을 통해, 권리세이버와 보육•유치원 교사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어린이집•유치원입니다. 앞으로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교육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은 홈페이지와 각 지부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보육유치원교사 아동권리교육 신청하기



글 & 사진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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