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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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쌤’이 있어 좋아요!
사람들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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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쌤’이 있어 좋아요!



“누구 줄 건데? 비밀이야?”
“잠깐만요!”
지난 9월 중순 부산 연산지역아동센터. 민아(11, 가명)가 멘토 이진주(23) 씨 귀에 무언가를 속삭입니다. 듣고 있는 진주 씨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함께 만든 천연 비누를 누구에게 선물할 것인가를 두고 둘만의 ‘비밀 회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진주 씨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돌봄필요아동 통합지원사업 ‘체인지더퓨처(Change The Future)’를 통해 민아와 맺어진 멘토입니다. ‘체인지더퓨처’는 아이들의 영양과 건강, 교육, 물리적 환경 개선 등과 함께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대학생 자원활동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멘토링은 아동 및 가정 개별 상담과 별도로 아이들의 정서와 사회적 발달을 위해 이루어지는 활동입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의 부산 지부를 통해 부산 지역에서 체인지더퓨처에 참여하는 아동은 5개 지역아동센터의 약 130명입니다. 이중 특히 정서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13명의 아이들은 멘토와 일대일로 만나는 멘토링 활동을 통해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진주 씨도 지난 봄부터 민아의 멘토가 되어 일주일에 한 번씩 둘만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만들기와 나누기를 좋아하는 민아



이날 진주 씨가 민아와 함께하려 준비해온 것은 천연 비누 만들기였습니다. 민아가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준비한 활동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진주 씨는 민아와 함께 단호박 케이크와 사탕 목걸이를 함께 만들기도 했습니다. 준비물을 꺼내놓는 진주 씨를 보며 민아의 표정도 기대에 찼습니다. 함께 비누 베이스를 녹이고 재료를 섞어 비누를 만드는 동안 민아는 비누를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가명)는 가장 친한 친구니까 당연히 줘야 하고, 여기 사회복지사 선생님, 저녁 식사 준비해주시는 아주머니도 드려야죠. 그리고 우리 담임 선생님. 화내실 때는 무서워서 싫지만 그래도 안 드리면 서운하겠죠? 그리고 또……,”
배시시 웃던 민아는 진주 씨 귀에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들을 소근거렸습니다. 이날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많았던 민아 덕에 함께 만든 비누 3개가 12조각으로 나뉘었습니다. 진주 씨는 그런 민아를 대견하게 여겼습니다.
“민아가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한 번은 저를 위해 안 먹고 아껴두었다면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바닐라맛 과자를 내주더라고요. 그때 정말 기뻤어요. 멘토링 활동 때도 무엇을 만들면 늘 선생님, 친구들과 나눠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배우는 때도 많죠.”



멘토와 멘티, 서로를 통해 커 가는 사이

“진주 쌤은 저에게 잘해 주시고 예쁘고 착하고, 그리고 내가 하고 싶다는 것에 귀 기울여 줘요. 진주 쌤은 친구예요! 친구는 좋은 거잖아요.”
진주 씨를 ‘쌤(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민아에게 ‘멘토의 어디가 좋냐’고 묻자 민아는 진주 씨의 장점을 숨도 고르지 않고 주르륵 읊었습니다. 휴대전화를 꺼내 진주 씨와의 대화창을 쓱쓱 넘기며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멘토링 시간이 아닐 때에도 모바일 메신저로도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해요. 다음 주 멘토링 활동 때 뭐할지도 이야기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많이 해요. 이것 보세요, 진짜 많죠? 읽지는 마세요!”

물론 친구 사이에 그러하듯 진주 씨와 민아 사이가 서먹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진주 씨가 먼저 알고 지내던 민아 친구 현지에게 선물을 준 것에 민아가 서운했던 적도, 멘토링 시간에 민아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에 진주 씨가 속상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민아가 부모님의 온전한 관심을 느끼기 힘든 환경에 있었기에 진주 씨가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주는 것에 민감했다는 점, 멘토링 활동 시간은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점을 서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민아는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그때 진주 쌤이 ‘아령아, 지금은 나랑 활동하는 시간인데 다른 친구들이랑 놀 거야?’라고 물어봤어요. 그때 진주 쌤이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 왜 쌤이 화를 냈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진주 씨와 민아는 함께 서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여기에는 함께 맞춘 팔찌와 반지를 잊지 않고 착용하는 것에서부터 서운한 점은 그날 말하기, 글씨 예쁘게 쓰기, 함께하는 활동에 집중하기 등 서로에게 신뢰를 쌓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약속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물함 벽에 이 서약서를 붙여놓고 매일 본다는 민아는 “팔찌를 잃어버린 것 빼고는 선생님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아예 자신이 풀었던 문제집을 꺼내 예전에 괴발개발 쓴 글씨와 최근 또박또박 쓴 글씨를 대조해주기도 했습니다. 연산지역아동센터의 사회복지사 정은지 씨도 이런 민아의 변화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멘토링을 하면서 민아가 시간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어디를 놀러 간다고 모이라고 해도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훈련인지, 멘토와 매주 약속 시간을 잡고 그 시간을 지키는 일을 반복하니 이제 아이가 스스로 약속 시간에 신경을 쓰더라고요.” 정은지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민아가 사진기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간단한 작동법을 알려주었더니 사진기를 들고 지역아동센터를 돌아다니며 이곳 저곳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돌려준 사진기에 남은 사진은 대부분은 친구들과 장난 치느라 흔들린 사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민아가 가만히 숨죽여 찍었을 사진이 한 장 있었습니다. 활동일지를 기록하는 진주 씨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민아가 친구라며 진아 씨와 격 없이 지내긴 했지만, 그래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땅거미가 진 시각 지역아동센터를 나서는 진주 씨를 민아는 현관까지 따라와 ‘다음 주에 보자’며 배웅했습니다. 앞으로도 진주 씨와 민아는 할로윈데이 호박귀신, 유부 초밥, 신생아 모자 등을 만들며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친구, 멘토와 멘티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 강자인(부산지부) | 정리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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