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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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남동쪽에 위치한 시카쏘까지의 거리는 375km. 서울 부산간 거리와 비슷하지만 현지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몰려오는 새벽잠을 뒤로 한 채 아침 일찍 Save the Children Sahel Country Office 공식 지정 차(?) ‘Toyota Land Cruiser’에 올라탔습니다. ‘NGO 직원에게 이런 호사가?’ 싶기도 하지만, 바위와 진흙 구덩이 속에서 나뒹굴고 싶지 않다면 이 정도는 갖추어 주어야겠죠. 넉넉한 미소가 아름다운 여의사 ‘닥터 말레(Malé)’ 와 그녀의 조카 나르실(Narsil)이 우리의 여정에 함께 해주었습니다. 엄마 품속에서 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쉴 새 없이 아옹거리는 나르실. 엄마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아직 돌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예쁘고 건강한 아프리카 아기는 처음 보는 거라 왠지 모르게 찡합니다. 그 동안 보았던 아프리카 아이들의 사진은 뼈가 앙상해 뒤틀려 있는 모습뿐이었는데…… 아주 조금의 관심과 사랑만 있었다면 사진 속 아이들도 이렇게 예뻤겠죠.

<깔끔한 Bamako- Bougoni간 도로>
떠나기 전 지인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아무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다고 해서 전 그 동안 이 곳에 아무 것도 없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작은 것에도 크게 감탄하곤 합니다만) 그러나 1인당 국민 소득 166위인 이 곳도 여느 나라 못지 않은 깔끔한 도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3시간여를 달려온 Bamako – Bougoni 간 도로는 비록 2차 선 이지만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으며 그 위로 짐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과 승용차들이 마음껏 달리고 있었습니다. 자칫 옆으로 지나치는 움막집, 나귀들이 끌고 가는 수레, 그리고 제 두 배 크기의 옥수수 밭이 없었다면 이 곳이 아프리카라는 사실조차 잊게 됩니다.
잠깐 멈추어 쉬는 동안 드라이버가 거리에서 파는 바나나를 사옵니다. 크기는 한국 대형 마트에서 파는 것의 반도 안 되고 덜 익었는지 색깔도 녹색입니다. 반신 반의 하는 상태로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왠걸, 생각지도 못했던 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바나나가 원래 이렇게 맛있는 과일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요!!(웃음) 침팬지 바나나 감추듯 하는 동안 지금까지 도로에 대한 감상을 드라이버에게 전하니 껄껄 웃습니다. 말인즉슨, Bamako-Bougoni의 도로는 최근에 재포장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 그렇죠. -_-;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큰 트럭이라도 마주 올 땐 모두 함께 움찔!!>
Bougoni의 경계를 통과하니, 차가 아주 요동을 칩니다. 도로 양 사이드 아스팔트가 심하게 유실된 데다가 도로 중간에도 크고 작은 구멍들이 수없이 패어 있습니다. 정말 심하게 흔들릴 때는 마치 놀이 공원의 롤러 코스터를 타는 것도 같지만, 몸을 고정시켜 주는 안전 장비가 없으니 조금 더 불안합니다. 자, 지금 Land Cruiser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습니다. 다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만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요…;;;
바로 앞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들을 보면서도 120 이상을 꾸준히 밟아 주시는 드라이버 아저씨! 이미 승차감은 바라지도 않으니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만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졸리기는커녕 생의 마지막 순간은 반드시 지켜 봐야 한다는 일념에 정신마저 더욱 또렷해집니다. 행여나 양쪽으로 나귀가 끄는 수레들과 거대한 트럭이 동시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롤러 코스터가 수직 강하할 때와 같은 스릴을 선사합니다. 가던 탄력 그대로 그 비좁은 공간 사이로 돌진할 때는 온 몸의 털들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쭈뼛 거립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반쯤 정신줄을 놓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도시 밖 사람들의 생활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대한 트럭이 오가는 도로 바로 옆에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집들을 짓고 사는 사람들. 정말 심한 마을은 벽돌 무더기에 지푸라기들을 얹어 놓은 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자기 키만한 망치를 내려 치고 있는 초등학생 또래의 두 아이와 한 켠에서 우두커니 땅만 쳐다 보고 있는 아이가 보입니다. 둘 중 어떤 것도 더 나은 미래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무거운 물동이나 거대한 나무 더미들을 머리에 이고 가는 어린 소녀들도 도로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 소녀는 플라스틱 통으로 도로변 구덩이에서 흙탕물을 푸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떤 사람은 깨끗한 물 한 모금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풍요의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트럭이 지나다니는 도로 바로 옆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하라 사막이 말리 국토의 절반을 집어 삼키고 있다지만, 시카쏘 지역은 다릅니다. 한 때 케네두구 제국의 수도였던 Sikasso는 예로부터 풍요로운 곡창지대로 유명했습니다. 북부에 비해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강우량은 망고, 오렌지, 파파야 등 열대 과일 재배에 적합합니다. 또한 국경과 밀접한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말리와 주변 국가들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실제로 Burkina Faso 까지는 45km, Cote d’Ivore 까지는 100km 에 불과해 현지인들도 쉽게 국경을 넘나들며 교역을 한다고 합니다.
어느새 Bienvenu Sikasso! 라며 우리의 방문을 환영하는 간판에 이르렀습니다. 확실히 농업에 비하면 상공업은 한참 뒤쳐져 있는 듯 합니다. 어디서나 쌓여있는 오렌지, 바나나, 감자 등과는 달리 아스팔트 도로와 현대식 건물이 있는 ‘나름 시내’는 지나가는 데 3분도 안 걸렸습니다.
무사히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어 놓으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한국에서부터 갖고 왔던 긴장의 끈도 ‘탁’ 풀립니다. 이제 막연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것들과 조우할 장소에 왔습니다. 나름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이 낯선 여정을 선택했음에도 막상 코 앞에 닥쳐오니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이 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가난과 질병은 실제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리고 내 눈 앞에서 펼쳐질 모든 것에 나 자신은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을 느끼게 될지… 쓸데 없는 상념들이 머리 속에 보글보글 거립니다.
생각은 행동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막연한 두려움 앞에 주저하기 보다는 깨지더라도 여기 저기 부딪혀 보는 게 떠오른 무수한 질문들의 해답이겠죠. 불과 한달 전, 저는 원하는 것도 없이 그저 다른 사람들이 원하던 일만 반복적으로 해주면서도 일종의 안도감에 안주해 살아왔습니다. 내가 바라던 것을 위해 내가 원하는 곳을 찾아온 지금, 적어도 스스로에게 두근거린다고 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끊임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처럼, 끊임없이 몸 속을 휘젓고 다니는 피처럼, 살아 있다면 끊임없이 무언가와 부딪히며 해결하고 성장해야겠습니다.

< 과속 금지. 정말 도로 옆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습니다 -_-;>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프로젝트,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2,
여러분이 떠 주신 모자가 전달 될 바로 그 곳, 말리에서 보내온 두 남자의 이야기
*Kai와 효민아빠는 아프리카 말리의 세이브더칠드런 사업장에서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 사업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네칸 말리, 네칸 아프리카(My Mali, My Africa)란 제목으로 이어질 효민아빠와 Kai의 이야기!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말리의 5세 미만 영유아를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 사업안내>
대상 : 사헬지대 남쪽지방에 위치한 시카쏘(Sikasso)지방 내 요로쏘(Yorosso)지역
기간 : 2008년 9월 ~ 2013년(총 5개 년)
수혜대상 :
요로쏘 지역 내 45,215명의 5세미만 영유아, 요로쏘 지역 내 40,485명의 가임여성,
요로쏘 지역 내 95개 마을 내 보건의료시설, 보건의료 관계자 및 종사자,
95개 마을의 196,588명의 지역사회주민에게 향상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