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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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어느새 설렘은 잦아들고, 공기 속에 가득 섞인 먼지와 사람들의 땀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제 차례. 유리창 너머의 험상궂은 얼굴에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여권과 비자를 들이밉니다.
“&%□%&=x!”
왠걸……!
잠시 여권을 보는 듯 하더니, 뭐라 뭐라 합니다. 제스처를 보니 “귀찮으니 절로 가” 라는 말이군요. 그 분 손가락 끝에 있는 사무실을 바라보니 푸른 제복을 입은 사람이 의자에 완전히 몸을 젖히고 거의 누워있습니다.
“공손하게 말을 걸어 볼까? 동양인이라고 우습게 여기지 않을까? 당당하게 나가봐? 괜히 이 사람들 자극할 필요는 없잖아……” 사무실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전 정말 이 곳에 저의 첫인상을 좋게 남기고 싶었는데, 이런 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x&%□%&=x&%□%&=x!&%□%&=x&%□%&=x&%□%&=x!”
의자에 누워 있는 분이 대뜸 현지 어를 무차별적으로 난사하십니다. 아마 그 분이 제 비자를 눈 앞에서 흔들어 대지 않았다면 날 새도록 상황 파악도 힘들었을 겁니다. 제 비자를 손에 쥐고 ‘오리지널! 오리지널!’을 외치는 폼이 아무래도 비자의 원본을 가지고 오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비자는 현지 직원이 이 메일로 전송해준 스캔 본이었거든요. (한국에는 말리 대사관이 없답니다.)
Pickup을 위해 나와 있을 현지 직원을 찾기 위해 결국 함께 온 선생님을 인질로 남긴 채 혼자 가까스로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공항 앞 공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어둠 속에서 사람들 얼굴을 식별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찌 할 바를 몰라 잠시 멍하니 서있는데, 순간 누군가 제 이름을 부릅니다. 소리를 쫓아가니 Save the Children 이라고 적힌 앙증맞은 판자를 들고 있는 ‘이브라임’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나오는 저를 바로 알아봤다는 이브라임. 피부색이 다르다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 군요.
이브라임이 알아서 다 해주니 안심이 됩니다. 그는 비자의 원본을 가지고 있었으며, 공항 경찰들과도 친분이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즉시 짐꾼을 고용, 이국 땅에 방금 도착한 두 부랑자들의 무지막지한 짐을 들고 총총히 공항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역시 외국에서는 현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랄까요...... 앞으로도 잘난 체 하지 말고 현지인들 조언을 잠자코 따르라는 교훈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시차 적응이 안된 탓에 새벽에 눈이 떠집니다. 어제 꿈에는 보고 싶은 사람들이 하도 나와서 잠도 설쳤는데 말이죠. 창가를 드리운 두꺼운 커튼을 촤라락 걷어내니 눈부신 햇살과 함께 말리의 첫 모습이 들어 옵니다. 온통 공사 중인 건물들과 땅에 어지러이 굴러다니는 건축 기자재들. 언뜻 지저분해 보이지만, 길고 길었던 가난의 막바지에서 이제 막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말리의 희망도 함께 전해집니다.
살가운 아침 햇살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호텔 밖으로 나섰습니다. 어제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마냥 조용한 동네인줄 알았더니, 아침의 말리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어디로 그리 바쁘게들 가는지 쉴새 없이 이어지는 자동차와 모터 사이클의 퍼레이드. 그들의 웃음기 없는 표정에서 고된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모두 눈 빛들은 선하기 그지 없습니다. 얼굴의 다른 곳보다 하얀 눈이 부각된 탓도 있지만, 그렁그렁한 눈을 가진 이 곳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도로변을 졸졸 따라 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은 쉽사리 볼 수 없는 동양인이 신기한지 저희들끼리 깔깔대며 인사를 건네주기도 하네요.
오전에는 Save the Children Sahel Country Office를 방문하였습니다.
사하라 남부 Sahel 지역, 그 중에서도 말리, 기니, 그리고 부르키나 파소에서의 여러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곳입니다. 2층에 오르니 Country Director인 톰과 Deputy Director인 팔릴루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다소 군인 같아 보이는 톰과 옆집 할아버지 같은 팔릴루.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두 분다 굉장한 실력과 경험을 겸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부임한지 2개월 째인 신임인 톰은, 이미 20년 전 PEACE CORP (미국 평화 봉사단) 단원 활동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말리, 수단, 차드, 말라위, 카자흐스탄, 몽골, 태국 등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누빈 백전 노장입니다. 한편, 세네갈 출신인 팔릴루 또한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MBA 학위를 마친 실력파로 INGO에서의 경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Save the Children 직원이 된지 아직 몇 일도 안된 완전 초자가 처음부터 이런 고수들과 대면할 수 있다니,
아프리카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프로젝트,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2,
여러분이 떠 주신 모자가 전달 될 바로 그 곳, 말리에서 보내온 두 남자의 이야기
*Kai와 효민아빠는 아프리카 말리의 세이브더칠드런 사업장에서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 사업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네칸 말리, 네칸 아프리카(My Mali, My Africa)란 제목으로 이어질 효민아빠와 Kai의 이야기!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말리의 5세 미만 영유아를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 사업안내>
대상 : 사헬지대 남쪽지방에 위치한 시카쏘(Sikasso)지방 내 요로쏘(Yorosso)지역
기간 : 2008년 9월 ~ 2013년(총 5개 년)
수혜대상 :
요로쏘 지역 내 45,215명의 5세미만 영유아, 요로쏘 지역 내 40,485명의 가임여성,
요로쏘 지역 내 95개 마을 내 보건의료시설, 보건의료 관계자 및 종사자,
95개 마을의 196,588명의 지역사회주민에게 향상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