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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한 여정
사람들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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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한 여정
- 아동권리 교육 자원활동가들의 교육 참관기

지난 7월 31일 세이브더칠드런 5층 강당.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는데요. 이들은 바로 서울·경기 지역에서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아동권리 교육을 진행하는 자원활동가 권리세이버입니다. “내 애만 잘 키워서는 안 되겠다”라며 일주일에 2~3일씩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아동권리 교육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권리세이버 중에는 사회복지나 아동심리, 아동교육 등 관련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교실에서 벌어지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기란 전문가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권리세이버에게도 늘 고민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권리세이버가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보기도 하고 전문가의 조언도 듣기 위해 이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학생이 되어 보니 “잔소리로 들려요”


사진/ 지난 7월 31일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아동권리 교육을 진행하는 자원활동가 권리세이버가        
한자리에 모여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교실에서 자신이 잘 대처했던 때나 반대로 그렇지 못했던 때가 있었을 텐데요. 옆 사람과 그때 상황을 재현해볼까요?”
학교 내 사회복지사의 교육과 상담을 맡아 온 엄경남 씨의 제안에 강당이 시끌벅적해졌습니다. 갑자기 교실을 활보하는 아이, 특정 아이를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둠 활동 등 권리세이버가 그 동안 겪은 좌충우돌 경험담이 상황극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상황극이 끝나자 학생 역을 맡았던 권리세이버들의 불평이 이어졌습니다.
“학생이 되어보니 우리가 했던 이야기가 잔소리로 들려요.”
“선생님이 제 마음을 몰라주니 무시 당한 느낌이에요.”

당혹스러웠던 상황으로 되돌아간 권리세이버 역시 마음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른 명이 함께하는 수업인데 한 아이가 자꾸 관심을 독차지해요. 어디까지 그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니까 감정 표현을 다 욕으로 해요. 평소에 정말 그렇게 한다는 데 이걸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까요?”

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같은 권리세이버. 현장에서 얻은 자신의 노하우를 동료들과 아낌없이 나누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 같이 약속하고 우리가 어디까지 수용할 지 미리 정해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발표 전에도 다시 한 번 그 약속을 상기시켜주고요.”
“한 아이가 계속 질문하면 ‘수업 끝나고 이야기하자’라고 매듭을 지어주어야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어요. 대신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 신뢰의 문제거든요.”

서로 질문과 의견을 뜨겁게 나누었던 이날 토론을 마무리하며 엄경남 박사는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 이면에는 아이들의 욕구와 갈등이 있어요. 세상과 만나기 시작한 아이들이 학교라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하고요. 같은 행동을 보여도 그 뒤에 숨겨진 원인은 아이들마다 다르고 그래서 정답도 따로 없어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니 인터뷰 - 재능기부 강연자 엄경남 씨>

   서울여대 학교사회복지 박사 수료
   서울 은평구·강서구 지역사회 교육전문가 자문

 

 

Q. 권리세이버를 위해 선뜻 강연을 맡아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들한테 인권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또 그만큼 아동권리 교육을 진행하는 이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바른 관점을 가져야 하며 아이를 만날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실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낀 점을 직접 듣고 함께 고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Q. 오늘 만난 권리세이버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당장 일어난 문제를 대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아동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메시지일 경우가 많거든요. 때문에 아이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살피는 것이 필요해요. 권리세이버가 아이들의 속앓이나 상황도 인정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아이들의 발달을 지원하는 멋진 지원군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말하기, 그 성공은 우리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달려있어요”
서른 명 내외 아이들이 앉아 있는 교실에서 수업을 이끌어가며 아동권리가 무엇인지 전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활동 규칙이나 배경 지식을 설명할 때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으면 이어지는 교육 활동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듣는 이의 마음을 얻는 말하기 방법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강연에 나선 사람은 매일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는 CBS 아나운서 김용신 씨.

김용신 씨는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리도록 하는 방법, 같은 말이더라도 강약과 속도 조절을 통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살리는 방법 등 말하기의 기술도 소개했지만 이날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듣는 이의 마음을 살펴 말하는 자세였습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한다는 것이에요. 그러려면 듣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말하는 사람의 말하기 기술보다 듣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할 때가 훨씬 많아요. 말하기의 성공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에게 달린 셈이죠.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심히 강연 내용을 적어 내려가던 권리세이버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말을 잘 한다는 것이 결국에는 기술이 아니라 성찰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저는 돌아가면서 ‘이 말은 하지 말걸, 이 말은 할 걸’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상대의 반응을 보며 이렇게 내가 한 말과 해야 할 말을 고민하고 맞추어가는 과정이야말로 말을 잘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고 믿어요.”

3년 째 권리세이버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숙 씨는 오늘 강연에 강연에 대해 ‘전율이 일 정도로 좋았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고민에 대해 전문가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같은 고민을 가진 권리세이버와 소통하며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유익했고요. 이렇게 좋은 교육을 받으니 우리 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자부심이 들어요.”

교육이 끝나고도 권리세이버 몇몇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앉아 오늘 교육에서 느낀 점, 토론 때 못 다한 이야기, 앞으로 적용해보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며 다음 아이들과의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미니 인터뷰 - 재능기부 강연자 김용신 아나운서>

   CBS 라디오 ‘그대와 여는 아침 김용신입니다’ 진행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스피치토론 전공



   사진제공 CBS

Q. 오늘과 같은 재능기부 강연 외에도 평소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기, 지역아동센터 공부 도우미 등 여러 자원 활동을 펼치고 계신데요. 평소 나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때는 항상 좋은 일을 하라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역아동센터 자원활동을 시작한 때도 재수 끝에 대학에 붙었을 때, 그리고 아팠던 몸이 나았을 때였어요. 오늘도 스피치토론 석사과정을 마친 기쁨을 나눈 자리였고요. 늦은 나이에 이런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은 제가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뜻 아닐까요? 서울대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좋지만 정말 말을 잘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기 강연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 강연도 맡았지요. 아이들을 만나 아동권리를 전해 줄 권리세이버가 있는 자리였으니까요.

Q. 오늘 강연을 진행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권리세이버는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활동해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 앞에 서서 말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일이에요. 저도 방송 때마다 늘 두렵거든요. 이번 강연을 통해 권리세이버가 그런 부담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길 바라요.

Q. 강연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좋은 발음으로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면 ‘말을 잘한다’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거든요.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면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잘 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아이들과 소통할 때는 말에 담긴 욕구를 잘 살펴야 해요. 아이가 어리다고 아이가 하는 말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지만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욕구가 있거든요. 물론 내가 말하고자 바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요.


-글·사진: 고우현(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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